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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管鮑之交 : 밀양

by 거지이모 2014. 5. 5.

연휴가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에서, 고향으로 내려와 쉬고 있는 친구느님을 만나러 나섰다. 이런 때가 아니면 좀처럼 보기 힘들게 떨어져 살고 있으니 연휴라 좀 붐비긴 하겠지만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2014년 5월 5일 월요일  밀양

깜놀랠 정도로 사람이 많았던 역사의 대합실에서 나와서 이 짓. ㅋ



거지이모님을 실어다 줄 기차가 들어선다.
기다리면서 보니, 남도열차? 뭐 그런 게 있던데 다음엔 그거 타고 여수나 한번 다녀와야겠다. 아직도 잊지 못하겠는 장어탕을 먹으며 소주를 들이킬 거얏!



30분 남짓 걸려 도착한 밀양역! 학교 때 친구들이랑 왔을 때랑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성장일색을 추구하는 우리 현실에선 도시의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좀 그래...



고향땅이지만 집 떠난 지 한참 된 친구느님은 맛집 업데이트가 고졸 이후 안 됐..
운전에서 자유로운 거지이모는 알밤 막걸리를 시켜 한 사발 들이켰는데 너무 싱거운 거야! 완전 실망이라며 좌절하고 있는데, 친구느님이 제대로 안 섞여서 그렇다고 하셨.. 한 잔만 마셔도 얼굴 달아오르는 분이 너무 잘 알잖아! ㅋ



소화도 시킬 겸 산책도 할 겸 참샘 허브나라로 갔다. 근데 뭐 딱히.. 누가 가보라고 물으면 추천해주진 못하겠어.



대신 누가 밀양에서 어디 가면 되겠냐고 묻는다면, 단연 이곳 위양못 추천하겠어!



농사를 짓기 위한 저수지로 신라, 고려시대부터 있어온 못이라고 한다. 봄이 되면 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핀다는데, 우리가 갔을 땐 채 다 피지 못한 상태여서 좀 아쉬웠다.



제법 더웠던 날이었지만 바람이 솔솔 불고 졸졸졸 물소리가 들리며 아련하게 들리는 새소리에 잔잔한 못을 보니, 가슴 속 돌덩이 같던 무거움도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 했다. 담에 올 땐 김밥이라도 싸서 좀 쉬다 가야겄어.



한가로이 물고기를 낚는 강태공 두어 명.



언제나 관중을 위하는 포숙아와 같이, 사소한 것 하나라도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고마운 친구느님.
다만 거지이모에게 관중과 같은 능력이 없어 이 사귐에 빛을 더해줄 수 없음이 아쉽고 안타까울 따름.



돌아가기 전 저녁도 먹어야겠기에 시내로 진입하여 차를 대어놓고 영남루를 바라보았다. 올라가지 않겠냐며 친구느님께서 권해주셨지만, 영남루에 올라가면 영남루를 못 보잖아...? 응?



시장 구경을 다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시내를 쏘다니다가 보게 된 독특한 건물.
문 닫은 지는 꽤나 오래된 듯 한데 용도를 알 수가 없더라.
옆건물과 연결된 것도 아니고, 내부에 계단이 있긴 한데 그것 땜에 공간도 굉장히 협소하고.
이게 뭐였는 지 아시는 분, 손?



돌아갈 땐 KTX를 탔지. 기존 경부선으로 가는 거라 그리 빠른 건 아니었고..
복도 건너 옆자리 여인네가 다리를 쭉 펴고 맨발을 거지이모에게 들이대서 'EC/IC/AC'를 날려줄까 하며 좀 째려봤더니 슬그머니 내리심. 다른 사람이 반응하기 전에 안 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하면서 옆 도시 나들이를 마쳤다.
언제까지 이렇게 가볍게 친구 만나러 갈 수 있을지 모르는 거니까 기회가 나면 부지런히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