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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빈둥빈둥

한여름에 걷다 죽어보기 : 일본 후쿠오카

by 거지이모 2012. 7. 31.

쓰시마 2번 다녀오고 나면 맘이 좀 정리도 되고 차분해질 줄 알았드만, 되려 더 궁디는 들썩거리고 발은 꼼지락거리고, 여권은 거지이모를 보며 싱긋이 미소짓더라. 그래서 뭐.. 에라이 모르겄다 카며 낼름 또 예약.
하.. 근데 한여름에 일본은..... 방사능이 터진 일본 본토는.......

 


2012년 7월 14일 토요일 부산-福岡

그냥 평평한 곳만 걷는 걸 좋아하는 거지이모는  계단, 벽 요런 거 참 싫어한다. 하지만, 싫지만, 알아야 하니께, 또 읽다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께 우선은 펼처본다.


근데 뭐 저녁도 드셨겄다, 어딘가로 놀러간다는 설레임에 책이 눈에 들어오겄음? 이 책은 진정 거지이모에게 벽이어라!



2012년 7월 15일 일요일 福岡


오랜만에 다시 찾은 후쿠오카. 저번에 온 게 2007년인가, 아니 2006년이었나? 이제는 기억력조차 감퇴하는 거지이모,
그래서 공부가 그리 어려운 게로구나~





웰콤 투 후쿠오카! 거지이모도 반갑수다~!




그간 몰라보게 싹 바뀐 하카타 역.  현대적인 역사로 재탄생하긴  했는데, 항구도시로서의 정체성이 저런 파도 모양의 오브제로 살짝 드러난 건가? 재료가 좀 달랐다면 어땠을까?
하긴 뭐, 우리나라는 KTX 역사가 서울이나 광명이나 대구나 부산이나 그게 그거라..



자, 이제 거지이모는 갈림길에 섰다. 이 무더운 여름날, 먼저 호텔로 돌아가 짐을 내려 놓은 다음 움직일 것인가 아니면 빠르게 계획대로 이동한 다음 동선에 맞춰 호텔로 돌아갈 것인가. 첫 목적지와 호텔이 하카타 역을 사이에 두고 정반대였던 지라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어쩔까 하다가 같은 길을 두번 왕복해서 시간을 버리느니 짐 때문에 조금 버겁더라도 움직이는 시간을 줄여보자 했다. 중간중간에 깨알같이 먹을 것도 꾸역꾸역 챙겨먹을 거지이모기에 시간을 버는 게 낫다는! ㅋ




이곳이 마이클 그레이브스(Michael Graves)가 설계한 햐얏트 리젠시 후쿠오카(HYATT REGENCY FUKUOK).
앞뒤좌우를 살펴가며 좀 둘러보고 호텔 안에도 들어가보고 사진도 좀 찍고, 겨우 그 정도로만 걸었는데도 땀이 막 정신없이 막 흘러, 인정도 없이 막 흘러.
하.. 역시 한여름의 일본이란..




그래서 호텔 화장실에서 좀 가다듬고 ㅋ 재정비 한 뒤 고픈 배를 부여잡고는..




캐널시티(Canal City)로 이동. 이제는 뭐 말하기도 숨이 차오르는 도심 속 수변공간의 대명사!
신세계 센텀도 너르다고 기네스 오른 거 자랑만 말고, 그저 팔아먹을 생각으로만 짓지 말고, 우리 윤디 리 불러다가 이틀은 너거만 듣고 하지 말고 쫌! 내도 윤디의 차이코프스키 피협 듣고 싶단 말이다!!! 어, 적고 보니 신세계 성토장일세? ㅋㅋ




우리 마샤 오랩! 오랩은 영원히 총각으로 남아주세...요..?




하카타까지 와서 돈코츠 라멘을 아니 먹고 갈 순 없지. 전에 왔을 땐 캐널시티에 이치란이 없었는데.. 암튼 총본점까지 가긴 귀찮고 배도 고프고 해서 여기서 드셨.




一蘭이니께, 거지이모님 자리도 一一?




차슈도 추가시키고 내 사랑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도 시켜서 막막 먹었더랬지. 이따가 또 먹을 것만 아니면 이것저것 추가해서 막막 비우고 가겠지만 서너시간 뒤에 또 먹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눈물을 흘리며....젓가락을 놓았다....




아숩게도 겨우 이정도만 무꼬 나왔지. ㅋ




캐널시티 바로 앞에 유유히 흐르는 더러운(?) 나카스(中洲) 강. 밤이 되면 이 주변은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로 불야성을 이룬다. 마침 이 날 비가 내리다 말다 내리다 말다 해서 강물이 더 혼탁해보였다. 우리 가카께서 보셨다면 꽤나 안타까워 했을텐데..




알도 로시(Aldo Rossi)의 설계, 호텔 일 팔라조(Hotel Il Palazzo).
그간 후쿠오카를 서너번이나 갔었음에도 여기 이 곳에 이 호텔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보는 눈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는 것일까?


암튼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딱 때맞춰 쏟아지는 비. 계속 그랬던 것처럼 조금 내리다 말겠지 했는데, 어쩐 일인지 정말 그치더라고. ㅋ
그래서 하늘도 거지이모를 도우시나보다, 방사능이라고 덜덜 떨면서 먹고 마시고 숨쉬고 댕기는데, 날씨마저 버리진 않으시구나 카믄서 텐진 쪽으로 걸어가는데 이건 뭐 소나기가 마구 퍼부었다. 소나기가 우나기로 보일 만큼? ㅋㅋ



우나기로 보이던 소나기도 그치니 눈에 띄는 바빌로니아 공중정원 돋는 아크로스 후쿠오카(Acros Fukuoka).




뭐 비록 뉴욕의 센트럴 파크의 발가락에도 못 미치는 규모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도심 속 정원이라 해도 무방할 듯 싶더라. 무엇보다 "진입금지" "잔디조심" 이런 게 없어서 좋았어. 잔디가 젖지만 않았어도 살이 타거나 말거나 철퍼덕 누워서 한숨 자고 싶더라만..




여기는 또 어딘고 허니, 아수라 백작 돋는 아크로스 후쿠오카.
싱그러운 신록이 가득한 이면엔 또 이런 모습이.. 허나 이걸 안 봤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외쳐본다!




후쿠오카은행(福岡銀行) 본점. 그저 신기한 모습이 목이 부러져라 쳐들고 보는 사이, 비바람에 우산도 쳐들었다고 한다.
무려 600엔이나 주고 산 건데!!!! ㅠㅠ
헌데 우산을 앗아간 그 바람은, 거지이모의 뱃속도 앗아갔다고 한다....+_+
그런 연유로.....




어찌어찌 찾아간 소바가게, 이마토미(蕎喰 いまとみ)




세트를 먹고 싶었지만 4,000엔의 압박으로 포기하고....




메밀소바만 무꼬 가기엔 아쉬워 튀김을 시켰지........만 실은 아는 단어가 덴뿌라 뿐인고야! ㅠㅠ




奈良萬이라는 일본주 100ml 추가하여 싹싹 비웠다.
운좋게 외국을 나가게 되면 언어의 필요성을 항상 식당에서 절감하게 된다. 근데 또 돌아오면 그걸 잊게 되는 건 함은정? ㅋ




버스타러 다시 텐진으로 돌아가던 길에..




역시 한여름의 일본은 너무 더워서 잠깐 들러 땀도 좀 식혔지. 혹시나 여기라면 블베 케이스 정돈 있지 않을까 했지만....
글로벌하게 버림받고 있는 블베여!




텐진역 중앙우체국에서 탄 버스 안, 차양이 신기하여.




거지이모가 가야할 곳, 카시이하마욘초메(香椎浜 4丁目). 여기가 뭔고 하니...




후쿠오카 시가 야심차게 계획한 미래형 주거단지라고나 할까?
넥서스 월드 카시이(NEXUS WORLD KASHII)는 1989년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이소자키 아라타(磯崎新)가 기획, 마스터플랜 작성하고 6인의 건축가와 조경건축가 마샤 슈워츠(Martha Schwartz), 이하 협력 건축가를 포함한 100여명의 인력, 시공까지 9만 2천명이 참여하여 단지를 조성했다...고 해.
우리로 치면....음...... 리움의 주택버전 정도?




마크 맥(Mark Mack)이 설계한 8동.
꺅~~ 여기가 딱 거지이모 취향돋는 곳일세! 총 11개동 중 가장 살고 싶던 곳.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설계한 9-10동.
이걸로 외국인 최초 일본건축학회상을 수상. 11개동 중 가장 베일에 쌓인 곳처럼 느껴져서 그 내부가 무지무지 궁금했던 곳.




스티븐 홀(Steven Holl)이 설계한 11동.
어찌 보면 제일 무난돋는 곳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내부가 일본의 미닫이에서 차용한 가변벽을 이용하여 공간구성을 자유롭게 했다고 해. 5개의 남향 유닛은 사람의 손가락 같다고도 함.




이시야마 오사무(石山修武)가 설계한 5-7동.
바나나, 파인, 야자의 나무 이름으로 각기 명명되었다고. 바나나 형태의 부지에서 비틀어지고 기울어지며 기하학적인 형태를 이루고 있다.
리움 얘길 하니 한가지 아쉬운 건, 그 와중에 우리나라 건축가도 참여했으면 어땠을까.. 
5살 훈이가 아직도 이가 갈리는 건, 어떻게 그런 거대한 똥을 동대문에 투척시킬 생각을 했던 건지..




크리스티앙 포잠박(Christian de Portzamparc)이 설계한 2-4동.
사진상으론 잘 안 보이지만 동마다 그 모습이 조금씩 다르고 각각의 형태도 다르다.
그걸 확인하고 싶었지만....




거지이모 같은 낯선 이들이 많이 오나 봄. 하긴 나라도 싫다, 누군가가 자기 집을 기웃거리는 거.




오스카 투스케(Oscar Tusquests)가 설계한 1동.
대칭적인 동서, 고전적인 스타일, 그러면서도 건축가의 출신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특색이 묻어난 곳.




당초 마스터플랜에서는 코디네이터 이소자키 아라타(磯崎新)의 중앙 타워형 아파트 2동을 설계하기로 계획되었다고 하는데 예산문제로 -_- 제외되고 대신 들어선 아파트. 강렬한 한여름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더라. 벌써 근 20년이 된 곳인데도 반짝반짝 잘도 관리되고 있네.
맞은 편엔 학교가 있는데, 엄마~~ 하고 부르면 도시락 들고 뛰어나올 듯한 분위기. ㅋㅋ 아, 다 급식이지? +_+




넥서스 월드 카시이에 거지이모 다녀감. ㅋ


그리고 이렇게 걷고 걷고 땀 흘리고 땀 흘리고 걷고 땀 흘리고 나니.....



효우탄 스시(ひょうたん寿司)로 절로 발걸음이 옮겨지더란 말이지. ㅋ 섰다가 앉았다가 옮겼다가를 반복하다가..




블로그마다 극찬에 극찬이 도배되어 있었지만, 거지이모는 그 정도는 아니더라. 마마 물 정도..
헌데 그러면서도 8접시나 드시고 생맥 1잔도 비운 건 뭔가? 하하.. 맛있었다면 저거 3배는 먹었을 거라고!!!! 그래서 배부르게 몬 문 게 짜증난다고!!!! ㅠㅠ




이제 슬슬 손님받을 시간이 된 곳. 그러고 보니 여길 서너 번 왔으면서도 한번도 사먹은 적이 없네.
아.. 혼자라서 그.....런...가......? 아닌데, 누군가랑 같이 온 적도 있는데.....ㅠㅠ



이마만큼이나 걸어댕기신 거지이모. 넥서스 월드에서 걸은 건 빠졌군. 흠....
하긴 뭐 후쿠오카 오면 이정도는 누구나 걷는 거 아님???? ㅋ




하루종일 걷다 먹다 땀흘리다 지친 거지이모를 맞이해준 공간.
아, 근데 침대는 매트리스가 푹 꺼져서 순간 물침대였던가 착각을 줬지. ㅎㅎ
허나 이대로 잠들긴.......




호텔에서 가까운 캐널시티로 마to the실ㅋ




무인돋는 텐진 뒷골목?




잇푸도(一風當) 총본점이 두둥! ㅋ




후식은 <가정부 미타 (家政婦のミタ)>로 빻! 존재감을 재확인한 마츠시마 나나코 (松島奈々子) 언냐가 땋! 나오는 삿포로 북해도 프리미엄 (SAPPORO 北海道 PREMIUM)으로 마무리! 깔끄미한 게 우리나라 들어오면 인기끌듯 한데, 그놈의 방..사....능.....-_-;




하루종일 후쿠오카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느라 알딸딸해진 거지이모는 미친 귀신놀이나 하며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