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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빈둥빈둥

조용히 걸어보는 학교 뒷산 : 사려니 숲길

by 거지이모 2013. 2. 20.

과제투성이 전공과목과 전공의 탈을 쓴 교양과목 때문에 딥빡침의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 조용히 거지이모 만의 사색이 필요하다며 급하게 학교 뒷산을 걸을 계획을 짰다. 헌데 그래놓곤 새벽까지 휴게실에서 동생들과 몰래 술을 마셔서 늦잠을 잤다는....;;


2012년 9월 19일 화요일


너무 노골적인 거지이모의 정면샷! ㅋ




교래까지 이어지는 숲길이 유명하다. 버스에서 내렸을 뿐인데, 벌써부터 심신이 정화되는 기분.




화산송이라던가.. 그 틈에 낑긴 도토리 한 놈.




사려니 숲길에서 웨딩촬영하던 몹쓸 사람들. 아니, 왜 여기까지 와서 사색이 필요한 거지이모를 빡치게 하는가! 커플들은 그냥 도시에서나 서식해주기 바람! ㅋ




태풍 볼라벤 때문에 복구하느라 계속 출입이 통제되다가 다행히 오늘부터 풀렸다고 한다. 하마터면 걍 돌아갈 뻔 했다는..
이제부터 본격 트래킹.




어느 분의 무덤. 제주는 소와 말을 풀어 키웠기 때문에 무덤을 보호할 목적으로 주변에 돌담을 쌓았다. 근데 이 분은 꽤나 높으신 양반이거나 부유했나 보다. 너르다, 넓어!







걷는 와중에 이곳 사려니 숲길에 대해 잘 아시는 박사님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길 들었는데, 고새 까먹었다. ㅠㅠ




태풍 때문에 수량이 좀 늘은 것 같다.




삼나무 숲길. 사진으로 다 담아내지 못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역시 우리 학교 뒷산은 좀짱임! ㅋㅋ




벤치에서 좀 쉬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사려니 숲길은 원래 제주에 우시장이 들어서면 표선에서 이길을 따라 우마를 데리고 오가던 길이었다고 한다. 한때 시멘트로 길을 정비했다가 다시 흙길로 재정비했다. 그래서 도중엔 미처 작업이 덜 된 시멘트 길이 있기도 하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곤 찍어대는 설정샷!




아무도 없어서 무서운 길이 있는가 하면, 아무도 없기 때문에 더 좋은 길도 있다. 물론 올레길 사고도 있었기 때문에 나름 대비를 하고 걷긴 했지만..




혼자 걸으면 좋지만, 둘이 걸으면 더 안 좋은(?) 길도 있을 거다. 분명, 어딘가엔!!!!!!!




이번 주 과제에 대한 생각에 너무 복잡하고 뒤엉킨 마음을 이 길을 걸으며 조금은 털어낼 수 있었다.




붉은 오름 방면으로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한 컷. 근데 누구는 사려니에서 노루도 보고 했다는데 거지이모는..? 차라리 노루는 학교에서 더 많이 본 듯함. ㅋㅋ




돌아가는 길에 동문시장에 들러 국밥 한 그릇 했다. 바로 기숙사로 돌아갈 거면 소주라도 했을 텐데, 과제 때문에 탑동에 가야 하는 관계로 소소하게 맥주로 입가심.




배도 부르겠다, 맥주도 한병 헹궈냈겠다.. 탑동광장까지 산지천을 따라 슬슬 걸었다. 학교 쪽 산지천은 바위투성인데, 이곳은 점잖게(?) 때깔나게(?) 시설까지 곁들여 놨더라.
근데 기왕 하천 정비 하는 거면 원형으로 복구할 순 없을까 싶다. 그 전에는 유심히 보질 않아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찍찍이 이후로 하천 정비는 죄다 청계천 같이 시덥잖게 하는 게 영 못마땅하다. 그냥 물길 따라 바위 틈새로 이리저리 흘러가게 할 순 없나?




섬에서 보는 비행기는 거지이모를 아련하게 만드는 것 같다.
언젠간 거지이모도 활주로를 가로질러 날아오르는 날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