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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빈둥빈둥

그냥 떠나기 I : 일본 도쿄

by 거지이모 2017. 12. 21.
캐드실에서 마감치다가 친구들 단톡에서 현타맞고 정신차리고 보니 블베를 깨우는 알림문자, 7만원 결제.

 

2017년 12월 19일 화요일   제주-東京

마감치고 사나흘을 잠만 자고 부족할 판에 시간맞춰 일어나기 너무 힘들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더 자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를 달래며 겨우겨우 눈 떠보니 12시가 다 돼가고, 아직 짐도 안 쌌는데...... 공항이 도심지랑 가까운 장점이 바로 이거군. ㅋㅋㅋㅋ 대충 씻고 갈아입을 옷 하나와 책 한권, 아패미니만 쑤셔넣은 백팩을 들쳐메고 공항으로.

 

제주공항 국제선은 너무 작아서 수속이랄 것도 없었다. 보안검색에서 자동출입국 심사대에서 빠져 나오기까지 겨우 5분. 다만 국내선의 1/10 정도로 작은 그 출국장의 절반은 면세품 정리하는 중국인과 쓰레기로 가득. 커피 마시며 기다리는데 어떤 중국 아이가 근처에서 까불다가 바닥이며 바지에 커피를 쏟아놓고 줄행랑, 짜증난 거지이모를 두고 그 애미도 같이 도주. 저걸 쫓아가서 한소리 할까 말까.. 장점을 1도 모를 제주도 무비자/영주권 없어졌으면.....

 

이륙하자마자 잠들었다가 깨보니 도쿄가 보인다.

 

굉장히 오랜만에 도쿄에 왔네, 10년 만인가? 지금이야 LCC가 있어서 저렴해졌지만 예전에는 도쿄 가려면 왕복 40만원씩 들어서 주로 배를 타고 갔지. 신칸센도 비싸니까 일본 국내도 배랑 야간열차 타고 오사카, 도쿄까지 갔지.

 

아무 생각없이 온 거라 계획도 없고, 준비물도 없이 그때 그때 얻어걸리는 대로 가는 것.

 

천엔버스를 타고 가다가 정훈이가 추천해준 탄탄면을 저녁으로 결정.

 

어쩐지 어디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좀 가라앉히고 찍어보는 도쿄역.

 

지하철 몇 번을 타고서 도착한 니시스가모.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A2출구 바로 옆에 위치한 てんびん. 자판기에서 탄탄면과 달걀로 주문 완료.

 

기다리다가 배가 너무 고파서 맥주랑 가라아게 추가. 고작 맥주 한병이 몸이 나른해져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제 이 시간에도 마감 뒷풀이 땡땡이치고 방어에 소주 마셨지? 이 한 몸 피곤할만 하다..

 

국물까지 싹싹 비웠다던 말에 납득이 갈만 했다. 바로 위 친척이 운영하는 식당 안 가고 여기서 맨날 먹었다던 말에 과연 고개가 끄덕여졌어. 맘 같아선 한그릇 더!를 외치고 싶었자나. 이거 먹으러 온 걸로 소문내야겠다. ㅋㅋ

 

천근만근 몸뚱아리 이끌고 다시 지하철을 기다린다.

 

처음 도쿄에서 지하철 노선도를 봤을 때의 그 혼란을 이제 구글맵이 떠안아준다. 그저 속편하게 기다리다 타면 됨.

 

우리나라에선 어떻게든 환승역 사이를 연결시켜놓지. 홍대에서 공철, 종로3가에서 환승할 때의 그 난감한 거리를 생각하면 여기도 가능할 것 같은데. 하지만 또 나름대로 거리를 걷는 맛은 있다. 다만 출퇴근길이 이렇다면 ㅎㅎㅎ

 

서서 졸다가 앞사람 무릎으로 쓰러질 뻔....-_-;

 

파스모카드 덕에 수월하게 지하철 타고 다녔다. 환승할 때마다 표를 끊어야 했던 그 불편함은 이제 옛말.

 

호텔이 있는 오시아게 역에 내려 걸아가는 길.

 

쿠마 켄고가 설계한 ONE@Tokyo. 어디서 잘까 고민하며 블로그 검색하다가 알게 됐다. 오픈한 지 얼마 안돼 깨끗하고 스카이트리랑 가깝고, 도쿄 시내까지 안 들어가도 되니 나리타에서도 멀지 않은 곳. 이번 여행에선 스마다 강을 넘지 않고 스미다 구에서만 맴도는 걸로..

 

비즈니스 호텔에서 느껴지는 깔끔한 외관과는 달리 하늘하늘 커튼이 돋보이는 복도.

 

보통의 세미싱글룸과 다름없는 크기인데 구석구석 공간을 활용한 가구배치가 돋보였다.

 

코너의 삼각장문을 열면 커피머신과 전기포트, 컵과 간단한 차와 커피. 그리고 어메니티 파우치도 준비돼있다.

 

침대 끄트머리에서 문 쪽을 보면 화장실 건너에 세면대가 특이하게 위치해 있음. 수전이 좀 길고, 그 옆 삼각장에는 드라이기랑 양치컵 같은 게 구비돼 있더라.

 

이번 여행에 제일 단비같았던 handy. 호텔 체크인-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사용가능한 기간한정 맛폰. 사실 이거 믿고 에그나 유심신청 안한 게 맞는... 체크아웃 시간 맞춰놓거나 그전에 데이터도 삭제가 가능해서 유용하게 썼다.

 

좁은데 좁지 않게 느껴진 이유는 천정이 단계적으로 높아지고 다채로워서 공간의 압박을 덜 느끼게 해줘서 그런듯 했다. 쿠마 켄고의 호텔에서 쿠마 켄고의 책을 읽으며 내일은 어디로 갈까 딴 생각하다가....zzzzz

 

2017년 12월 20일 수요일   東京

어제나 오늘이나 늦잠은 변함이 없고, 파드를 하나 끼워 커피 한잔 마시고 느긋하게 나갈 준비를 했다. 구글맵을 켜고 별표친 곳 중에 어딜 갈까.. 정처없이 걸어볼까, 맛있는 커피를 판다는 카페를 갈까, 아님 강 건너 건축모형박물관을 갈까..

 

스카이트리를 트리 사이로 볼 수 있는 ONE@Tokyo.

 

634m로 세계에서 제일 높은 타워라는 도쿄 스카이트리.

 

기찻길에서 본, 리치몬드 호텔과 스카이트리.

 

오시아게 역까지 이어진 골목길을 걸으며 정말 어딜 가야 하나 생각을 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