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10일 같은 1일을 보내고 이제 스리랑카로 가기 위한 방콕 경유에 나섰다. 스리랑카 직항은 아직 땅콩 뿐이라 법사네 마일리지로 발권하는 바람에 이리저리 경유하게 된 거지. 싱가포르-콜롬보 노선은 날짜와 시간이 안 맞아서 패스.
2017년 8월 8일 화요일 Republik Singapura-කොළඹ-กรุงเทพมหานคร
싱가포르를 떠나는 방콕행 비행기.
금방 가는 거리라서 기내식은 안 주거나 아님 콜드밀일 줄 알았는데 핫밀을 제공하는 혜자로운 싱가포르 항공.
뭐했다고 벌써 다 도착해가네. 기체가 좀 낡긴 했어도 수납공간도 많고 좋더라. 이래서 싱싱 하는 구나.
비행기 아래로 보이는 짜오프라야 강(แม่น้ำเจ้าพระยา). 첨 봤을 때 북부 산지에서 발원해서 흐르는 광경이 다 보이는 데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고. 저렇게나 구불구불 흐르기도 쉽지 않을텐데.
환승통로를 지나서.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 51%
2017년 8월 8일 화요일 කොළඹ-กรุงเทพมหานคร-කොළඹ
이코노미는 걸어서 가라니, 거 너무 한 거 아니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자정을 조금 넘었고 이윽고 도착한 스리랑카 콜롬보.
땅콩네에 직항이 있는 이유는 몰디브를 위함이라는데, 거지고모도 그냥 거기 가서 빈둥거리고 싶어.
뭔가 고생이 훤히 보이는 이곳을 다닐 엄두가 안 나.
누구라도 붙잡고 울고 싶고, 내리기 싫은 마음에 꾸물거리며 제일 늦게 내렸다.
신기하게도 나중에 방콕으로 돌아가기까지 한국 사람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지.
입국 통로에 왠 사람들이 이리 많을까 했는데, 크지 않은 이 공항에선 출국장과 입국장이 같은 공간에 있는 거였다. 내린 데서 타고 탄 데서 내리고..
국교는 아니지만 국민의 70% 이상이 불교를 믿으니, 불교 국가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깨끗한 인도일까..?
입국심사를 통과하고 나면 등장하는 전자제품 가게들. 타국에서 돈 벌어오는 근로자들이 많아서인지 여기서 물건 사가는 사람 제법 많더라고. 입국면세점을 본 적이 없어서 참 낯설었다.
인천에서 싱가포르와 방콕을 거쳐 곱게 나와 준 배낭.
환율은 거기서 거기인지라 걍 바로 앞 토마스 쿡에서 환전. 신카는 되도록 호텔에서만 쓰는 걸로 정하고 다 현금으로 바꿨다. 잃어버리면 ㄷㄷㄷㄷ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탈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유심부터 샀다. 픽업 나오는 숙소를 예약할까 하다가 어쩐지 못 미덥고 혼자서는 불안하여 공항 노숙 선택. 어떤 블로거가 다 쓰질 못해 귀국편 기다리면서 동영상 봤다길래, 거지고모는 부지런히 써야지 했지만, 결국 나중엔 귀국편 기다리며 무한재생을 해도 다 못 썼다고.....
수동으로 바뀌는 도착정보판.
한참을 끄집어 내야 겨우 떠올릴 법한 김포국제공항 시절에나 봤던 기억?
그래도 드르륵 바뀌는 그 올드함이 또 반갑더라.
무작정 의자에 앉아 사람 구경하는 것도 지겨워 카페에서 머핀과 7업으로 시간을 달래보지만....
어찌 어찌 겨우 시간을 때우다 나오니 혼돈의 도가니탕....
단촐하기 거지없는 반다라나이케 국제 공항(බණ්ඩාරනායක ජාත්යන්තර ගුවන්තොටුපොල).
다른 블로그를 찾아보니 공항에서 나와 왼쪽으로 걸어가면 주차장에서 탈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아무리 묻고 찾아봐도 그런 버스는 없었어. 시간상으론 불과 10분 정도 헤맨 것 뿐인데, 어쩐지 모를 불안이 더해져 속수무책으로 멘붕에 빠졌더랬다. 혼여는 나름 만렙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동안은 인프라가 잘 짜여진 선진국만 다녀서 수월하게, 익숙하게 다녔던 거였다. 휴.. 아직 고생을 덜 한 거지.
뭐 왼쪽이 아니면 오른쪽이었던 거다. ㅋㅋㅋㅋㅋ 센트럴 버스 스탠드로 가는 리무진 발견!
그 잠깐 새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니 시원한 버스가 넘나 감사한 것.
그리고 버스 요금은 단돈 130루피! 싸다 싸다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말 싸네, 우리로 치면 7~800원. 이래 가지고서야 기사 인건비도 안 나올 것 같은데, 바꿔 말하면 인건비가 형편없이 싸다는 얘기.. 뭔가 갑자기 울컥해져서 이번 여행은 즐거울 이유가 어째 1도 없게만 느껴졌다.
고속도로를 타는데 아침이다보니 차가 조금 밀리기 시작했다.
콜롬보 센트럴 버스 스탠드(Colombo Central Bus Stand).
거진 처음 보는 스리랑카의 풍경인데.. 온통 바닥에 붉은 점들로 가득 차 있고 그냥 더럽게만 느껴졌다. 분명 깨끗한 인도라고 했는데.. 그 '깨끗'의 개념이 거지고모와 다르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왜 거지고모만 더운 걸까. 땀은 거지고모만 흘리고 있다.
그리고 왜 다들 대놓고 빤히 쳐다 보는 걸까. 좀 눈치껏 흘끔거리라고 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
관광객에게 바가지 씌우는 툭툭(Tuk Tuk) 기사들의 악명에 대한 에피소드는 익히 많이 봐와서 미터기 안 키는 툭툭을 6대를 보내고, 적당히 흥정해서 탔다. 이야, 부산에서 운전하는 건 여기에 비하면 조족지혈도 안 되겠더만. 요리조리 초스피드로 끼어들고 급제동/출발은 기본.
일방통행 구간이 있어서 구글맵을 켜고 제대로 가고 있나 감시도 해가며, 자꾸 치고 드는 툭툭 기사의 영업도 거절해 가며 숙소에 도착했는데, 이 기사가 갑자기 100루피를 더 내놓으란다. 원래 약속된 돈만 주고 짐을 내리고는 경찰 부르겠다고 숙소로 들어가는 척 하니까 걍 가버림. 나중에 알고 보니 공항-숙소의 적정 요금보다 100루피 더 준 거더만.
근데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5~600원 더 못 주겠다고 불쾌했던 게 뭐라고 해야 할지.. 또 울컥해졌다. 이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앞으로 다니는 내내 거지고모를 괴롭힐 것 같아.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못 자서 하루 방을 바꿨다.
서울에서부터 여기 올 때까지 이틀 정도를 누워 쉬지를 못해 넘나 피곤.
이젠 정말 늙었나브아......
TV를 이리 저리 돌리다가 프렌즈 발견! 로스 태닝하는 에피였다. 8번이나 스프레이 맞아서 망한 ㅋㅋㅋㅋㅋ
구로나 싱할라어로 더빙된 거라서 그림만 감상......하다가 잠드는
걸 기대하며 누웠지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되려 잠이 안 오는 상태.
혹시나 하고 챙겨온 건데, 이렇게 빨리 개봉하게 될 줄 몰랐지. 허허허........
배가 고파서 자다 일어나니까 저녁 7시. 직원에게 물어보니 근처 5-10분 거리에 쇼핑몰이 있대서 길을 나섰다. 거지고모 걸음으로 한 20분 걸리겠고만. ㅎㅎㅎ
밤발라피티야(Bambalapitiya)에 위치한 마제스틱 시티(Majestic City), 어쩐지 영연방스러운 네이밍. 쇼핑몰에 극장도 있고, 아 스리랑카 최초 3D 상영관도 있단다, 작은 놀이기구도 있고 암튼 그런 곳이다.
안쪽에 위치한 슈퍼마켓, 푸드 시티(Food City).
과자 가격이 어마무시하다.. 오레오 하나 380Rs, 다이제스티브 420Rs. 수입이라 그런 건지, 그렇다면 왜 대부분 진열매대에 이런 과자들인지 여기 애들은 군것질도 못 하는 거냐 ㅠㅠ
물, 콜라, 과자 몇 개와 맥주를 샀다. 스리랑카에선 한 때 여성에겐 술을 팔지 않았다지. 종교 때문인지 뭐인지는 몰라도 술은 아무 데서 팔지 않고 지정된 곳이 따로 있다.
지하에는 애들을 위한 소규모의 놀이기구가 몇 대 있었다. 여기 오는 애들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는 거겠지.
푸트코트로 가서 저녁을 먹으려니 페점이 임박해서 먹을 만한 게 별로 없었다.
그나마 치킨라이스를 주문했는데 치킨은 고작 한 덩어리. 보통 치킨라이스면, 다진 고기가 볶음밥에 있는 거 아니오? 근데 여긴 걍 치킨+밥인 거였어. 김빠지고 단물인 콜라와 이름모를 샐러드. 계란후라이만 집어먹고 나왔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거지고모 먹는 꼴을 계속 빤히 쳐다들 봐서.. 적응이 안 돼......
계속 영업하는 툭툭 기사를 거절하는 것도 보통 피곤한 게 아니구나. 그래도 첫 날이라 대꾸는 해줬다며.....
숙소로 돌아와 라이언 맥주 두 캔 마시면서 내일 일정을 정리했다. 라이언 맥주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 8.8%의 스트롱으로 마셨지. 모회사인 Ceylon Brewery Ltd.는 스리랑카 최초의 맥주제조업체. 싱가포르의 타이거 맥주보단 낫다는 생각. 호랑이보다는 사자인가..
암튼 이 모든 게 다 바와 할배 탓이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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