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좋게 그동안 여러 곳을 여행했는데 동남아시아는 처음인 거지이모, 덥고 습한 거 딱 질색? 이라기엔 이제 우리나라가 더한 것 같기도 하고. 경유지로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를 두고 고민하다가 어차피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니 작은 데로 가자 싶어서 싱가포르로.
2017년 8월 7일 월요일 인천-Republik Singapura
밥 먹고 한숨 푹 자면 아침에 도착해 있겠지?
감사하게도 옆좌석이 비어서 편하게 갈 수 있었네.
절반 정도 온 것 같다. 가서 그 더위를 무릅쓰고 다니려면 잠 좀 자둬야 하는데 계속 뒤척이게 되더라. 일부러 진 이랑 오렌지 주스 섞어서 마시는 데도. 설레이는 건가? ㅋㅋㅋㅋ
단촐한 기내식.
너무 일찍 도착해서 MRT도 아직 안 다니고. 그동안 환승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날씨도 더운데 걍 편히 다닐까 살짝 고민도 해보고.
허지만 거지고모도 모르게 꿈틀거리며 스멀스멀 피어나오는 본능에 또 열심히 갈 곳을 찾았다. 사실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시간과 체력은 거기에 못 미치기에 거지고모 소울드링크를 마셔가며 고르고 또 고름.
싱가포르 달러를 간단히 바꾸고 패스부터 구입.
거지고모만 방학인지 출근인파에 학생들도 우르르르르르..
문이 열릴 때마다 뜨거운 기운이 우수숫수수수수
좁은 땅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고층화로 갈 수 밖에 없는 곳. 그럼에도 군데군데 녹지와 공원이 있더라고. 도시화는 전세계적으로 가속화되는 건 같은데, 왜 우리는 점점 회색화 되는 건지.
어느 나라를 가봐도 대중교통이 저렴한 요금체계로 촘촘하게 잘 구축되어 있음에도, 도로는 점점 늘어나는데 도시공원은 그에 비해 더딘 것 같다.
한참을 달려서 겨우 내린 곳.
버스를 얼마나 놓친 줄 모름.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끼어들 수가 없어. 그리고 직원(?)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더 못 타게 막거나 다음 버스 타라고 뭐라함 ㅠㅠ
그래도 어찌어찌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
사자가 꼬리 흔들며 인사하는 난양이공대학(NTU :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단게 겐조(丹下健三)가 설계한 이 곳 원난 정원 캠퍼스(Yunnan Garden, 雲南園)는 200만㎡가 넘는다고....? 캠퍼스맵을 보니 싱가포르에서 제일 큰 캠퍼스고 공대로는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게 실감났다. 지금 서 있는 점과 가야할 곳의 거리를 보니 버스를 잘못 내렸나봐. 한참을 걸어가야 해. Hㅏ...........
신입생 OT 같은 깨발랄 분위기. ㅋㅋㅋㅋ
도심지에서 떨어진 위치나 캠퍼스 내에 녹지는 울 학교도 만만치 않지만 문제는 학생들을 위한 복지나 편의시설은 쥐똥만큼도 못해. 그러니 학생들이 수업만 받으면 학교를 우르르 빠져 나가고 금요일만 되면 유령도시가 되는 것.
사물함이 알록달록 귀엽다, 히히. 그나저나 너무 더워. 헉헉
시원한 국화차나 한잔!
했는데 왜 이리 달달하냐? 시원하게 목이나 축이려고 했다가 더 갈증이 났다고.
동남아國답게 갑자기 비가 후두둑.. 쏟아지더라. 야호!
그러고 나면 좀 시원해지려나 했더니 그건 또 아니더라고. 어디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진 곳에 들어가고 싶다. 시원한 아아를 마시지 못해 한껏 예민해짐....ㅂㄷㅂㄷ
천천히 달리세요..
반듯반듯한 교정. 옥상에 태양열 집열판이 가득한 풍경이 낯설지 않네. ㅋㅋㅋ
복도 끝까지 가면 이제 다와가는 건가 했더니만 막다른 거였음. 아, 힘들어요. ㅠㅠ
그렇게 헤매다가 드디어 나타났닿!!!!!
지난 3월 서울에서 헤더윅 오랩을 본 것 때문에 이 머나먼 南國으로 온 거라고!!!!!
Learning Hub라 불렀던, 지금은 THE HIVE로 부르는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의 작품.
엄격하고 묵직하면서도 둔탁한 단게 겐조의 캠퍼스를 걷다가 갑자기 흡사 죽부인 17개를 쭉 이어놓은 듯한 이 독특한 디자인을 보는 순간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이곳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도면은 https://www.archdaily.com/607594/learning-hub-heatherwick-studio
외벽의 디테일샷.
이제 입구로 들어가볼까?
설비가 다 노출되어 있다.
카페테리아가 아직 문을 안 열어서 한 층만 올라와봄. 다 오픈되어 있지만 또 개별실들은 각각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지. 그룹 스터디나 강의를 하는 곳도 있고, 도서관도 있고.. 여기서 공부하면 10학기 내내 과탑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의지가 막 뿜뿜? ㅋㅋㅋㅋ
항상 설계 수업을 하면 모든 분들이 한결같이 주장(?) 내지 주입(?)시키려는 것 중 하나가 효율적인 동선. 뭐 틀린 말씀은 아닌데, 한편으로는 왜 동선이 효율적이어야 할까? 모든 프로그램에 불문율 같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가 뭐지? 무슨 만유인력 같은 절대적인 법칙도 아닌데, 왜 그래야만 할까. 위에서 아래까지 층층을 한바퀴씩 돌 때마다 거지고모가 그동안 너무 바보같이 설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픈시간이 돼서 내려와 시원한 아아 한 잔 하며 두리번 두리번.
딱히 에어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천정에 팬이 슬슬 돌아가는 것뿐인데 시원시원하더라.
분명 막혀있는데 이렇게 습하고 더운데 아무리 옆이 뚫려 있다한들 이렇게 시원할 수가.... 대류현상의 힘인가..
적당히 목 좀 축이고 제일 꼭대기로 올라갔다.
여기가 싱가포르니까 다행이지 아녔음 한라산 한 병 깔 기세.
여기가 우리처럼 여름엔 막 태풍오고 그런 건 아니지만 우기엔 스콜이 내리니깐 이렇게 대비한 것 같지만 어쩐지 미흡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 그래도 별 탈 없으니 여태 이러고 있는 거겠지? 그래도 섬이었으면 어림도 없지. 1분 사이에 비내리는 방향이 60번은 넘게 바뀌는.....ㄷㄷㄷㄷ
사람은 생각보다 의외로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다. 쉽사리 사고의 틀에 갇혀 버리고 설령 그걸 알아도 좀처럼 깨어 나오기 힘들다고 느꼈어.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고들 하지만 막상 학교에서는 학생의 자유의지를 인정하지 않는 편,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는. 제발 학생들이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의 깊이가 없다고 뭐라하기 전에, 사고에 제한을 두는 게 누구인지 좀 자각하셨으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순간,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까사 밀라/라 페드레라를 봤던 게 불현듯 떠올랐다.
구불구불 하나로 이어지는 난간의 선.
이런 디테일까지 신경써야 하는 거다.
각 계단마다 다른 사인.
어쩐지 만져보면 따스할 것 같은 등.
거친 콘크리트의 곡선과와 매끈한 유리의 직선. 대비와 조화
더 하이브(THE HIVE)를 실제로 보니 남아공에 짓고 있다는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미술관(Zeitz Museum of Contemporary Art Africa)에도 가보고 싶어졌다. PT 때 사진을 좀 보여주긴 했는데 감질나서 어디.. ㅋㅋ 진짜 그거야말로 직접 가서 보면 입이 쩍 벌어질 것 같음.
아쉽지만 비행기 시간도 있고 시내 나가서 점심도 먹어야 하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돌렸.....ㅠㅠ
OMA, 자하 하디드 등등 어딜 갈까 고민했는데, 처음 생각대로 여기 오길 잘한 것 같다. 담에 또 올께!
사진찍고 돌아서는데 관광버스 두어대가 오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냥 관광지에서나 흔히 보던 가족단위 패키지 여행객들이 이걸 보고 왔다고 생각하니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이젠 진짜 안녕.
이제 버스를 기다려볼까. 너무 덥고 습하니까 제발 아무거나 와라 싶고.
에어컨 빵빵한 버스에 오르니 안경이 김이 서려 앞이 안 보이는 게 어찌나 좋던지, 거지고모 혼자 잇몸만개 ㅋㅋㅋ
MRT 역에 도착하니 비가 마구 쏟아졌다. 잠시 구경하다가.
태후 때문인가, 군함도가 개봉을 다 하네. 유대위가 좀 멋있긴 했지, 인정.
첨엔 창 밖으로 뭐가 저리 삐죽삐죽 나와 있나 했더니만, 자세히 보니 빨래건조대였다. 아니, 이렇게 습하고 비도 자주 오는데 왜 밖에다가 너는 거지, 냄새나게? 어릴 땐 밖에 빨래널어 말려도 딱히 냄새난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제는 밖에 널면 뭔가 미묘한 먼지냄새 같은 게 느껴져서 집안에서만 말리게 돼. 결론은, 어서 건조기 사고 싶다.
콘크리트 뿜뿜하는 도시美가 넘나 좋은 것!
래플스 플레이스(Raffles Place)에 도착, 여기가 어딘가 탐색. 근데 하필 점심시간에 딱 도착하는 바람에 어딜 가나 빈 자리가 없어서 차라리 공항가서 먹어야 하나 또 고민에 빠졌다. 래플스라는 지명은 토머스 래플스 경(Sir Thomas Stamford Bingley Raffles)에서 유래된 것으로 싱가포르 도시화의 초석이 된 인물.
갑자기 또 비가 내려서,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서 커피 한 잔 마셨다. 역시 아아가 최고.
이리저리 걷다 보니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가 보여. 해비타트67의 모쉐 사프디(Moshe Safdie)가 설계하고 쌍용건설이 시공. 최고 52도나 기울어진 건축물을 교량 시공에 썼던 특수공법을 활용하고, 6만톤의 스카이파크 하중을 견디기 위해 트랜스퍼 트러스(Transfer Truss) 공법을 사용했다고 함. 진짜 좀 쩌는 것 같아 찾아봤다. 시공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
근데 이거 찍고 나서 카메라 배터리가......
걍 속편하게 다시 공항으로 돌아왔다.
몇 시간만에 먹는 밥이지? ㅠㅠ
음.. 람부탄 주스는 마실만 했지.
잼을 좋아하시는 아부지를 위해 카야잼 2병 구입. 무게 때문에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이런 거 말곤 효도할 꺼리가 없어서.... ㅠㅠ 이제 비행기 타러 출국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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