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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시내버스로 부산에서 서울가기 : 부산~추풍령

by 거지이모 2009. 3. 28.

몇년 전 블로깅하다 우연히 알게된 서울-부산 시내버스 여행기.
가끔씩 고속버스타고 오갈 때마다 한번쯤 도전해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번에 실행하게 되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도전했고 자신의 블로그에 남겨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2009년 1월 7일 6시55분에 출발하여 2009년 1월 8일 21시 35분에 도착한 여정, 직금부터 요시땅!




부산시 노포동 →  울산시 울산대학교 : 1127번 1,800(마이비) 06:55→07:47(52분)
1127번은 내가 타본 버스 중에 최고의 스피드와 최악의 승차감을 자랑한다.....-_-;
새벽이나 심야에는 그 강도가 더 심해진다, 이대로 사고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타고 댕겼다는....ㄷㄷㄷ




율리에서 내릴까 학성공원에서 내릴까 하다가 울대에서 내렸다.
방학이고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새로 지은 스포츠센터도 정말 멋지다.
부대도 그런 거나 지을 것이지 체육관 부시고 뻘짓만....-_-;




울산시 울산대학교 → 경주시 모화 : 412번 0원(마이비 환승) 07:57→09:09(72분)

경주로 가는 길은 참 멀었다, 72분으로 28번의 여정 중에서 가장 오래 걸렸다.
자다깨다를 여러 번 반복한 후에야 겨우 도착했다.




경주 시내까진 저 정도 남았댄다.
국도변에 위치한 정류소인 탓에 덤프트럭이 뿜어내는 먼지를 다 먹어주었다.




경주시 모화
→ 경주시 시외버스터미널 : 600번 1,450원(마이비) 09:23→10:04(41분)
600번은 불국사를 시작으로 경주의 주요 유적지를 지난다.
다음 경유지인 아화를 가기 위해서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갈아타면 된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고속버스터미널이었다, 친절하지만 부정확한 정보와 시민! 미워여~




경주시 고속버스터미널 → 경주시 아화 : 300번 1,500원(마이비) 10:44→11:13(29분)
정류장을 떠난 버스는 다리를 지나 논밭이 펼쳐진 익숙한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쓸데없는 시간을 보낸만큼이 지나고 나니 아화 정류장으로 도착했다.
그런데 아화에서 영천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일4편 뿐이고 시외버스가 그나마 자주 다닌다.
시외버스를 타고 영천까지 갈까 하다가 임포로 가서 갈아타기로 했다.




영천방면으로 나가는 버스는 삼영식당앞에서 탄다.
영천 장에 나가기 위해 할머니 몇 분이 짐보따리와 함께 기다리고 계셨다.




경주시 아화
→ 영천시 임포 : 시외버스 1,700(버스표) 11:40→11:45(5분)
임포에서 영천으로 나가는 버스가 제법 많다고는 해도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도시에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 거다.




영천시 임포
→ 영천시 완산오거리 : 1,000(버스표) 12:20→12:44(24분)
영천역에서 내릴 계획이었으나 깜빡 조는 바람에 한 정거장 더 내려왔다.
하지만 바로 옆 길에 2번 정류장이 있어 조금 걸어야했던 영천역보다 더 나았다.




영천시 완산오거리 → 영천시 오수동 : 2번 1,000(현금) 12:55→13:03(8분)
대구 반야월로 가는 55/555번 버스를 타려면 서문통에서 내려야하는데 아무리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냥 막연히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심지어 천천히 걸어가면 된다는 분도..  만약 그 아지매! 말씀을 믿었으면 8분이면 가는 거리를 1시간 넘게 걸었을 듯.. ㄷㄷㄷ




출출하던 차에 이마트가 있어서 이 곳에서 김밥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영천시 오수동
→ 대구시 반야월역 : 555번 2,200(현금) 13:42→14:13(31분)
드디어 대구에 입성했다!
친구나 이모에게 연락해서 좀 쉬었다 갈까 진짜 고민 많이 했다. 막창도 먹고 싶고, 납작만두도 그립고, 미성당 만두도 너무너무 먹고 싶은데..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여정이 이틀로 끝날 것 같지 않아서 아쉽지만 포기했다. 이모가 김천쯤에 사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ㅋ




대구시 반야월역
→ 대구시 영진전문대학 : 836번 1,100(현금) 14:32→15:01(29분)
대구공항을 지나 영진전문대학에서 내렸는데, 알고보니 후문에서 내려야 하는데 정문에 내린 거였다.
학교를 가로질러 후문으로 가는데 특이한 것은 교내 표지판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네?
세종대왕이 그려진 돈은 쓰면서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안 쓰는....




대구시 영진전문대학
 → 대구시 북부정류장 : 순환3번 1,100(현금) 15:19→16:37(78분)
후문에 도착한 나는 북부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순환3-1을 타야했다.
혹시나 싶어서 정류장에서 물었다, 북부정류장으로 가려면 여기서 버스를 타는 게 맞느냐고.
친절하기만 했던 그 분은 내게 길 건너 가야한다고 했다. 틀린 건 아니었다, 방향은 맞았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탄 순환3번은 북부정류장을 지나온 것이고, 거기다 깜빡 잠든 나는 범물동까지 가고야 말았다!
내려서 다시 타긴 했지만 교통정체에 또 한번 울고 78분을 걸려서야 겨우 북부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78분은 커녕 7분이면 가는 거린데....엉엉..




대구시 북부정류장
→ 칠곡군 왜관 : 250번 2,000(현금) 16:45→17:29(44분)
북부정류장에 내리는 순간 250번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곤 죽어라 달려서 겨우 탔다.
노선을 보니 서문시장을 들러서 오는 버스다, 서문시장하니 또 납작만두 생각이....ㅠㅠ




왜관에 도착해서 구미로 가는 버스표는 사고선 기다리는데 이런 게 보였다. 순진한(?) 나는 저걸 믿었는데, 교통카드는 잘만 받아주드라. 아무리 어렵기로소니 교통카드 쓸거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고 협박해서야 되겄나, 버스말곤 없는데.. 표 팔던 아지매, 테레비 본답시고 내가 물어도 못 들은 척 하시드만!




칠곡군 왜관
→ 구미시 구미역 : 111번 2,000원(버스표) 17:50→18:55(65분)
구미역을 가는 이 버스는 빙빙 둘러가는 탓에 한 시간이나 걸렸다.
마이비로 탔으면 환승해서 구미역으로 바로 갔을텐데..




몇 년만에 찾은 구미역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만치 변해 있었다.
여기 온 기념으로 친구한테 전화라도 하고 싶었는데,
하루종일 버스타느라 후줄근해진 모습 보이기가 부끄러워서.. 보고싶다, 장氏!




구미시 구미역 → 김천시 터미널 : 553번 2,200(마이비)
19:13→19:42(29분)
구미역 앞 현대유통에서 553번을 타면서 기사아저씨께 김천역으로 가는 버스 없냐고 물으니
역으로 가는 것 없고 터미널에서 내리면 역이랑 가깝다고 알려주셨다.
차라리 추풍령으로 간다고 하고 물었으면 터미널에서 바로 타도 된다고 알려주셨을텐데
 시리 역으로 간다해서 터미널에서 역으로 쓸데없이 걸어야만 했다...엉엉..
나를 내려준 553번 버스가 광속으로 사라져서 노선이 같은 다른 버스를 담아왔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다는 평화육교.
240미터나 된다는데, 한여름 대낮에 걸으면 한 240킬로로 느껴질듯..




김천시 김천역
→ 영동군 추풍령 휴게소 : 11-3번 1,400원(마이비) 20:39→21:02(23분)
쓸데없이 김천역까지 걸어간 탓에 한참을 떨어야했다.
직지사가는 버스는 자주도 오더만 추풍령 가는 건 어찌나 안 오시던지..
타는 사람도 없어 날아갈 듯 하던 버스는 껌껌한 곳에 내려주고는 휑하니 가버렸다.




약간 무섭기도 하고 경과보고도 할 겸 친구에게 전화걸었으나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젠장, 누가 잡아가도 112에 신고조차 못하겄군....ㄷㄷㄷ
그런 곳에도 작은 가게는 있더라. 새우깡 한봉지를 사면서 휴게소 가는 길을 물었다. 알려주신 대로 기찻길 굴다리를 지나가는데 어디선가 손이 쑥 튀어나올 것 같아 손발이 오그라들 것만 같았다.
그 와중에 발견한 톨게이트를 지나 휴게소 쪽으로 걸어가는데 표지판은 XX공원. 캭, 이건 공동묘지....ㄷㄷㄷ 왠지 귀신이 내 옆에 있을 것만 같아 구멍가게에서 산 새우깡을 일부러 소리내어 씹으면서 가는데, 고속도로 굴다리 밑에 밴이 한 대 서 있었고 몇 명의 남자들이 보였다.
사람이 보여 반갑긴 한데 얼굴이 무기여도 낯선 남자가 무섭긴 하니 멀찌감치 걷다가 밴의 운전자가 여자인 것을 확인하고 휴게소 가는 길을 물으니 고속도로 따라 올라가면 된다시더라. 아마 휴게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마치는 시간에 태우러 나온 콜밴인 듯...하하;;




휴게소에 도착하고 나니 배고픔이 광속으로 밀려왔다. 가난한 여행자는 라면이나 시켜서 게눈 감추듯 먹었을 뿐이고..




라면을 다 먹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길래 직원에게 요청해서 스타의 연인을 보았고, 이제 어떻게 새벽까지 버틸까 궁리하다가 수유실이 있길래 혹시나 해서 열어보니 잠겨 있었다. 거기서 자면 딱인데.. 그렇다고 또 밥을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별 수 없이 영어책을 꺼내 공부하다가 졸다가 보다가 졸기를 반복하는데, 왠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일부러 카운터를 등지고 유리창을 보며 앉았는데 그 창으로 직원들이 오며가며 낼 째려보고 있는 게 보이는 거다. 보아하니 자기들도 삼삼오오 모여앉아 수다 떨고, 핸드폰 게임하면서 시간 보내드만..
처음엔 마 그냥 넘겼는데, 한 4시쯤 되니 서넛이서 노골적으로 손가락질하며 째려보더라. 차림새가 꾀죄죄하거나 냄새 풀풀나는 노숙자도 아니고 그저 다른 손님보다 몇 시간 더 있는 것뿐인데.. 김천에서 추풍령가는 첫 차가 6시 50분이라 내려가는 시간 감안해도 6시까진 버텨야 하는데...
대범하지 못한 A형 거지이모는 별 수 없이 가방 챙겨서 나와서 화장실로 갔다. -_-; 최대한 느릿느릿 양치하고 세수하고 로션 바르고 모자 꺼내 쓰고 옷 고쳐입고 그렇게 버티는데, 볼일보러 온 직원이 또 한참동안 째려본다, 거울로 그거 다 보이는데.. 욱하는 마음에 한 마디 하려다 정초부터 이러지 말자 싶어 꾹 참고 휴게소를 나왔다.
시간은 많은데 할 일은 없고, 날은 춥고 춥고 추워서 콧물이 줄줄 흐르고, 아직은 어두워 무섭고 무서우며 무섭고.. 고속도로 굴다리 밑에서 벌벌 떨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