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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빈둥빈둥

대구보다 가깝고 서울보다 싼 : 일본 쓰시마 이즈하라

by 거지이모 2012. 7. 1.

몇 주 전부터 서울에 있는 친구들을 보고 오리라 마음먹었지만, 거지이모가 되는 시간엔 그들이 안 되거나 아님 그 반대의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뭐, 그들과 맞추기도 어려운 시간을 차라리 거지이모에게 돌려주자 싶은 상황에 땋! 할인된 대마도 당일치기 49,000원. 이건 뭐, 서울 왕복차비보다 싸잖아!!!!!


2012년 6월 18일 월요일 부산-厳原

이즈하라로 향하는 코비가 8시에 출발하는데 여행사 미팅시간이 6시 반이란다. 이런 건 또 칼 같이 지켜주는 거지이모.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부랴부랴 달려갔는데...


좀 일찍 도착하긴 했지만,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엔 정말 사람 한 명도 없더라. 심지어 담당자도 자기네들이 말한 시간보다 늦게 왔음. 나원참!




할 일이 없어 여자사람 화장실 구경하던 와중에 거지이모 면상 대공개!
라고 해봤자 아무도 찾지 않는 유령 같은 거지이모 블로그. ㅎㅎㅎ




아직도 잘 있는 거지이모 공원. 이제 더 이상 초딩꼬꼬마가 아닌 우리 조카들은 아직도 저기가 이모 꺼라고 믿고 있을까?




거지이모를 무사히 모셔준 코비. 이따 돌아갈 때 또 봐~




이즈하라 항을 나와 좀, 정말 조금 걷다 보면 저 바위산이 보인다.








이즈하라 항 건너편. 두 장 찍고 나니 정말 작은 동네구나 싶더라.




인도에서 거지이모를 지그시 보고 있는 쓰시마야마네코(対馬山猫).
일본에 서식 중인 살쾡이는 딱 두 종류 뿐이라는데, 그 중 하나가 쓰시마야마네코라고 함.
우리나라에도 저런 게 생겼으면 좋겠다. 구미 가면 박정희, 합천 가면 전두환, 포항 가면 이명박 등등. 시크하게 걸어 가면서 마구 밟아줄텐데.. 돈 덕지덕지 쳐바르며 쓸데없이 짓는 기념관보다 안 낫나???




조선통신사 어쩌구 저쩌구 하며 아마추어 같은 그림이 땋!
근데 기왕 그려 넣을 거면 인도에나 그려둘 것이지 찻길 바로 앞이라 사진찍기 엄청 위험하게 해뒀어. 거지이모야 길 건너편 인도에서 줌 땡겨 찍었다지만 저 앞에서 기념사진 찍던 사람들은 좀 거시기 하더라.




이즈하라 시내를 관통하는 이즈하라혼가와 강을 둘러싼 난간에는 몇 가지 그림들이 있다.



  

이거 말고도 많은데 조선통신사와 관련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쓰시마의 역사와 관련된 그림 같음.




강을 따라 거지이모 걸음속도로 한 20분만 걸으면 시내 구경은 끝이다. 작다 작다 들었지만 정말 작음.




그 작은 동네를 조금 걸었다고 배가 고프더라고. 그래서 편의점에서 녹차랑 김밥 사 먹음.




작다 작다 해도 이건 있더라. 정말 일본 어딜 가더라도 편의점과 이것 없는 동넨 없을 듯. 정말 조용하고 사람도 별로 없던데(걷다가 마주친 사람 중 한국 사람이 10배는 많았음), 이 주변은 기계소리와 구슬소리로 시끄럽고, 주차장도 만원.




쓰시마 특산물인 카스마키(かすまき)를 샀던 와타나베 과자점(渡辺菓子舗). 코미카도가 그렇게나 비웃던 NHK 아침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모습.
참, 카스마키는 팥앙금을 카스테라로 둘둘 말은 빵이다.




엄니랑 아부지 드릴 마음에 샀는데, 생각해보니 말도 없이 몰래 다녀온 거라 드리지도 못 하고 방구석에서 거지이모 혼자 꾸역꾸역 먹어치웠다....-_-;








거지이모는 관심 1g도 없는 신사 같은 걸 구경하느니 골목길이나 시부지기 걸어댕기자 싶어서.. 헌데 집만 지어놓고 사람들은 어디로 다 갔는지 정말 조용한 주택가였다.




나무를 참 독특하게 손질한 듯.




헤이안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나카무라 지구.




빈틈없이(?) 잘 쌓은 돌담. 같은 섬인데도 제주의 그것과는 참 많이 달랐다.


 

제주 성읍민속마을에서 찍은 돌담. 아무렇게나 쌓은 듯이 보이지만 틈 사이로 바람이 관통하게끔 만들어 그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쓰시마도 서해안에 가면 강한 계절풍을 이겨내기 위해 돌지붕을 얹은 창고(식량보존의 목적으로)가 있다 하니, 자연환경에 적응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형태만 다를 뿐 다 같다.




나카무라 지구에 있는 나카라이 토스이(半井桃水)관. 부산에서 살기도 했고, 일본에 <춘향전>을 소개하기도 했다는 지한파라고.. 솔직히 일본 사람 중에 지한파라고 해도 못 믿을 사람이 수두룩한데, 100년 전 사람이라 확인할 길도 없고..
일본 근대 문학의 대표적인 소설가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가 좋아했다는데, 정작 이 남자는 쌩 했던 듯.... 하지만 청출어람이라고 했지? 제자 이치요는 일본 화폐에 땋!하고 등장, 화려한 복수를??? ㅋ












잘 정돈된 처마와 그 안쪽. 빗물받이통이 연결되어 있어서 오늘 같이 비오는 날,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에 옷이 젖지 않아 좋긴 한데, 그 빗방울이 또르르 떨어지는 맛도 이따금씩 괜찮지 않을까 싶어 운치없이 느껴진다.




기념관 측면에 있는 툇마루. 한옥으로 치면 대청마루의 구실을 하는 걸까..?




잠시 앉은 툇마루에서 보이는 어떤 교회. 마을에서 튀지 않는 교회의 정갈한 아름다움을 한국 교회는 배워야 한다!




나카무라 지구 근처에 있는 묘지. 동네 안에 묘지가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살짜쿵 무서워지기도 하고..




거울 속 당신은 누구십니까불이~?




쓰시마 시청. 시청사라고 하면 성남시 정도는 돼야 어딜 가도 명함 내밀지!!! OTL




이즈하라에서 유일하게 밝고 활기차 보이는 건물. 음표가 장식된 외벽이나, 업라이트 피아노와 같은 형태는 건물의 용도가 무엇인지 단박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건축학개론 시간에 죽어라 팠던 언어학적 유추>기호학적 모델을 여기서 확인했다고나 할까? ㅎㅎ




간만에 이국 땅을 좀 걸었다고 배고파진 거지이모는 티아라 쇼핑몰에 있는 식당, 다이슈앙(対州庵)을 갔다. 사실 이즈하라에서 갈만한 식당은 열 손가락으로 꼽고도 남으며, 가는 곳마다 '이곳은 어딘가, 나는 한국에 있는가, 일본에 있는가..'하는 착각을 느낄 수 있다.




쓰시마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로쿠베(ろくべえ)는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국수라고. 울 엄니께서 쇠고기나 멸치 육수에 당면을 자주 끓여주셨는데 그거랑 맛이 비슷했지만 좀 더 부드럽게 후루룩 넘길 수 있더라.
여기까지 왔는데,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것보다야 이런 거 먹어줘야지 하면서 이 작은 식당 안에 있던 한국 사람 대부분이 에비우동을 외칠 때 거지이모 혼자 로쿠베 히토츠!를 외침.




그런데 어쩐지 양이 부족할 것을 예감한 거지이모는 공기밥 추가!를 외쳤고...! ㅋ
일드에서 가끔 보았던 카시와고항은 닭고기, 우엉, 당근 등을 넣고 닭육수에 지은 밥인디, 여기 껀 비추. 전자레인지로 대충 데운 듯 해서 차갑기도 하고 뜨겁기도 했다. 배가 고프니 가만히 먹어줬지 아녔음 당장 주인 불러서 야단쳤을 거다. 말이 안 통해서 안 그런 건 절대 아님!




역시 티아라 쇼핑몰에 있는 모스 버거. 국수에 밥까지 먹은 터라 당장은 못 먹으니 냄새라도 맡자며 그냥 사가지고 왔다. 좀 있다 배가 꺼진 듯 해서 먹었다. 냄새만 맡고 버리면 아깝잖니..응.?




부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이즈하라 항으로 걷다가 아쉬움에 뒤돌아 서며 같은 자리에서 같은 풍경을 찍었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기분.




이즈하라 항에서 시간 때우다가..




안녕, 다음에 또 올께~~




쓰시마에서 사온 카스마키와 가와치주조(河内酒造)의 야마네코 소주.
카스마키는 이미 넋을 잃고 자연으로 돌아간 상태?
야마네코 소주는 거지이모의 부름을 조신하게 기다리고 있다. 누구와 마실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