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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오늘은 땅꾼! : 연천

by 거지이모 2013. 10. 5.

독일에서 돌아와 2학기 잘 보내다가 급제동에 걸려 심난한 나날의 연속을 보내던 거지이모을 위해 친구님께서 운전대를 잡아주셨다. 하긴, 이 때 뿐만 아니라 근 10년째 종종 잡아주시는 지라 늘 고마운 분이시다.



2013년 10월 5일 토요일  연천


와~ 남산이다~~~~ 하는 순간, 저 하얏트 호텔 폭파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참 멋대가리도 없네.




한참을 내달려 도착한 뒤 씐나게 걸어가는데 군데군데 박들이 썩어가더라. 흥부, 너 제비 잘 만난 줄 알아라. 여기 박씨 물어다 줬음 여태 놀부댁한테 볼기짝 맞고 있을 듯. ㅠㅠ




내발바닥 곰발바닥 니발바닥 곰발바닥 내발바닥 곰발바닥 니발바닥 곰발바닥 내발바닥 곰발바닥 니발바닥 곰발바닥 ∞ @.@




전곡선사박물관, X-TU(Nicola Desmaziere + Anouk Legen), 2011
아련히 시야에 들어오는 뱀 한 마리, 전곡선사박물관.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에서 발견된 선사유적지는 당시 고고학계를 까무라치게 만들었다고 해. 저거 잘났다고 뻐기던 기존 학설을 뒤엎은 거라서..




The museum, a threshold to the Prehistory park!
현상설계를 통해 X-TU의 설계안이 당선돼 2년여의 공사 끝에 탄생했다.




입구와 출구가 마주보는 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한다는 의미란다.
살짝 아쉬운 건, 이걸 야외를 기준으로 분리시켜 놓으니 관람객 입장에선 좀 불편하더라. 전시실에서 나오는 게 관람의 끝이 아니잖아. 강당에 상영회를 보러 갈 수도 있는 거고, 카페테리아나 샵에 가서 기념품을 살 수도 있는데, 로비 사물함에 가방도 가지러 가야 하는데 바로 밖으로 나와서 좀 뭥미했음. 그리고 전시실과 출구의 길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동선이 너무 짧아서 문이 열리니 갑자기 눈이 부셨어. 게다가 추운 겨울엔 어쩌란 말인지....ㅠㅠ 상설전시실이 아님을 다행으로 여기며....




외벽에 보이는 점들은, 비늘이래. 용이든 뱀이든 이무기든 비늘쯤은 다 가지고 있는 거잖아요!?
밤에 찍은 사진 보니 조명쏴서 이쁘더라..




매표하고 들어가면 안내데스크와 사물함, 다목적강당, 전시실로 가는 계단이 있다.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동굴동굴하니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대. 우리는 이제, 호모 사피엔스가 되자!? ㅋㅋ




계단마저 동굴동굴하다. 유년기 아동들은 굳이 동굴동굴한 부분을 밟고 올라갈 수도 있으니 독수리의 눈으로 잡아내자!
매의 눈으로 다 잡아버리면 애들 입장에서 까부는 재미가 없으니.....ㅎㅎ




로비에서 본 도서관과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오른쪽에는 기념품코너가 있다.




고고학 체험센터인데 눈높이가 거지이모 무릎팍이라 좀 아쉬웠다. 물어보니 주로 유딩, 초딩들이 선생님이나 엄빠 손잡고 많이들 오나봐. 물론 사진찍고 여권만드는 잔재미도 있긴 하던데....
위치가 위치라 그런 아쉬움도 있는듯.. 하긴 그렇다고 아들 군대보내놓고 눈물쏟는 엄빠가 올 수도 없고, 남친 군대보내놓고 눈물쏟는 곰신 혼자 올 수도 없고, 곰신따윈 없어 눈물쏟는 장병이 올 일은 없을테니....ㅠㅠ




동굴 속 어딘가를 헤매는 호모 사피엔스 2명에게 저 멀리 왼편으로 빠져나가는 출구가 보이건만, 오른편에선 박쥐가 날아들 듯 하고, 천정에선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고, 앞에는 바위들이 진로를 방해하는 느낌적인 느낌?




어딘가를 탈출할 때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갈림길. ㅋㅋ
왼쪽? 오른쪽? 거지이모의 선택은????




거지이모는 오른손이 먹는 걸 왼손도 모르게 하므로? 오른쪽!




인류의 기원을 보기 쉽게 긴 타원의 형태로 배열해뒀다. 거지이모가 배우기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네안데르탈인을 거쳐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 등등으로 진화했다지만, 실은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사피엔스만 해도 서로 다른 종이다.




그 시절 사람들이 사시던 동굴을 재현해 놓았다.




제길, 원시인도 저리 잘 그리는데, 문명인인 거지이모는 왜 때문이죠? ㅠㅠ




그래도 현생인류의 자부심을 담아 찰칵!




화사한 카페테리아. 주로 단체 그것도 어린 애들이 오다 보니 한산할 수 밖에 없어 보여. 야외 테라스도 있음.




기획전시실로 들어가본다.




거대한 매머드를 보고 기절해본다. ㅋ
사냥을 테마로, 사냥도구나 방법 등을 유물과 비디오로 알 수 있게 꾸몄더라.




박물관 뒤로 걸어올라왔다.




박물관 위로 전망대가 있다 하여 올라왔더니 뱀이 뭐야,아나콘다 한 마리가 슬슬 기어가네? 여기 길이가 64m라니께 아나콘다 세마리 정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ㅋㅋ




아, 근데 이 위를 걸어가려니 너무 더운 거 있지. 한여름엔 어쩌라고? ㄷㄷㄷ




장렬히 산화해버린 디카의 배터리를 셀카로 만회해보자?




설계자는 이를 THRESHOLD라고 했지만, 거지이모 눈에는 MIRROR도 될 것 같다.
거울 속으로 끊임없이 투영되는 나를 찾아 들어가다 보면 근원에 도달하게 되는 것. 계속 탐사하다 보면 우리가 여태 몰랐던 인류의 또다른 혹은 새로운 기원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박물관 뒤로 뒤로 뒤로 뒤로 뒤로 뒤로 걸어들어가 찍어봤다. 앞산 뒷산으로 올라가지 않은 다음에야 박물관의 전경을 찍을 수 없겠더라고, 저 나무들 때문에.




두 언덕이 마주보는 독특한 지형 덕분에 다양한 안이 공모에 나왔더라고.
궁금하면 여기. http://europaconcorsi.com/results/22212--Gyeonggi-do-Jeongok-Prehistory-Museum-




物天一體?




저 곳을 향하여 계속 기어갈 것만 같은 형상. 관계자는 이무기라는 표현을 썼다던데, 이무기는 승천해야 하자나요. 때를 놓치면 1000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러다간 영원히 고통받겠어요. 걍 뱀이라 치고 이무기는 하늘로 보내줍시다! ㅋㅋ




암튼 잘 보고 갑니다용? 아니, 잘 보고 갑니다뱀!


선사박물관을 빠져나온 우리는 열쇠부대로 향했다. 여기는 전망대를 개방하여 저 북녘 땅을 볼 수 있대서 달려 달려 갔지만, 공사중이라는 말과 함께 되돌아 왔다. 근데 딱히 공사중인 것 같지도 않던데 뭔 일이 있는 건지.. 그럼 그렇다고 홈페이지에 개시해놓던가. 연천군, 미워~잉! ㅋ




한탄경의 비경이 살아있다는 재인폭포로 왔다.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됐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한단다. 개발은 사람의 터전도 빼앗지만, 자연의 터전도 앗아간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재인폭포. 줄타기를 잘하던 사람(才人)이 살았는데 부인이 이쁘다고 소문나자 고을 원님이 폭포 위에 줄타기 시켜놓곤 끊어 죽이곤 부인에게 수청 들라 했대. 부인은 원님 코를 깨문뒤 뛰어내렸대. 기왕이면 귀를 깨물지.. 응? 암튼 두 부부의 원한이 서린 곳. ㄷㄷㄷ 오뉴월에는 여기에 서리가 내릴지도....ㄷㄷㄷ




가까이 가서 보고는 싶은데 저 후덜덜한 계단을 보고 나니.......
내려가는 거야, 뭐 어렵나. 근데 어찌 올라오나요? 3박4일은 걸리지 않겠어요? OTL




친구 따라 강남도 가는데, 계단이라고 못 가겄나 카믄서 반이나 내려왔는 데도......OTL
여기서 시원하게 한 번 굴러주면 어떻게 될까?




수십만년 전 철원평야 위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식으면서 현재의 지반이 만들어졌고, 주상절리를 따라 지반이 침하하면서 절벽이 생기고 물이 흘러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니가 말로만 듣던 현무의 돌이구나!




막상 가까이에서 보니...... 걍 전망대에서나 즐길 걸....... ㅠㅠ




그래도 물은 맑더라며..




이제 어떻게 올라가나 그 걱정 뿐...... OTL




계단 내리올리느라(?) 다리풀린 거지이모를 위해 친구님께서 인도해주셨다.




휴가나온 군인들 입소문 타고 알려졌다고 하는데, 간 김에 먹지 굳이 찾아갈 정도는 아닌 듯.




친구님 덕분에 씐나게 눈, 다리, 입을 즐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