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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때이른 매화구경 : 원동 순매원

by 거지이모 2013. 4. 14.

이제 개강이 정말 코 앞으로 다가왔다. 겨울방학이 되면 이것저것 하리라 다짐했던 건 생각으로만 사라지고 그렇다고 푹 쉰 것도 아니고, 무작정 책을 막 읽은 것도 아닌 그저 시간만 버리고 돌아간다 생각하니, 이 시기만을 바라보며 지난 학기 빡시게 달렸던 게 허무할 지경이었다. ㅠㅠ
그러던 차에....


2013년 2월 21일 목요일 원동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원동으로 내달렸다.
교회 수련회를 가서 완전 씐나게 놀았던 추억도 있고, 아직 많이 이르긴 하지만 어쩌면 매화나무에 꽃까지는 아니더라도 싹이 난 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고.. 곧 봄이니께....




하지만 구포까지 와서 그냥 기차만 탈 순 없기에....ㅋ




닥터께서 이런 건 먹지 말라고 했지만, 그럴 수록 먹어주는 게 거지이모의 신조....?




이 집의 별미는 군만두라는데, 지금 거지이모에게 제일 안 좋은 음식이 튀긴 밀가루라던 닥터님의 말이 생각나서....
하지만 거지이모의 위장도 이번엔 한계와 금계가 있기에 남기고 나와선 눈물을 훔쳤다고....ㅠㅠ




거지이모님을 실은 기차는,




물금을 지나




원동에 도착했다.





역사에서 보이는 모습. 낙동강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헌데 오늘 볼 수 있는 게 이게 다였다는 걸 미처 몰랐으니........-_-;




원동역 옆 골목으로 빠져나가면 작은 오솔길이 나오는데, 순매원으로 가는 길이다.




올라서면 이런 길이 땋!
순매원 가는 길로 블로그를 검색하다 보니, 꽃이 피는 봄이 되면 이 길로 걸어서 가는 사람들이 제법 많던데, 안전을 위해서라도 인도를 좀 정비해줬으면 좋겠다.
도시계획과든 교통과든 건축과든, 토지를 구획하고 정비할 때 제일 먼저 인도부터 닦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디든 차도부터 내는 게 현실인데, 사실 차라는 것도 사람을 위한 도구일 뿐이지 않는가.




순매원 가는 길에 어디선가 기차가 오는 진동이 느껴져 카메라를 꺼냈으나 벌써 가버리고....OTL




대신 볼록거울에 비친 거지이모나 찍음.




블로그마다 기차가 오는 풍경을 찍은 사진이 있는데, 최적의 포인트가 있다고들 했다. 순매원 가는 길에 있었지만 하필 재정비 중이라 그 곳에서는 못 찍었다. 매화가 피기 전에 급하게 공사하는 모냥.
사진찍는 사람들은 기차 시간에 맞춰 온다던 말이 생각나 부산에서 출발해서 원동역을 지나는 기차시간표를 검색해보니 앞으로 한 시간은 더 남았더라. 그래서 거지이모는 포기. 뭐 사진찍으러 온 건 아니니께.




드디어 순매원 도착!





하지만 문은 닫혀 있고, 나무들도 앙상하게만 보이고, 심지어 사람도 없었다.
거지이모는 도대체 뭘 보겠다고 온 건가!




그래도 하늘이 이런 거지이모를 어여삐 여기셨는지 기차 한 량(?)을 보내주셨다. 하......




하지만 강바람이 너무 매서워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매화는 섬에서나 봐야 하나? 졸업하기 전까진 원동이고 광양이고 매화는 못 볼 운명..




까마득한 길만큼이나 기차시간도 많이 남았다. 혹시나 시간이 촉박할까봐 한 시간 더 늦췄는데..ㅠㅠ




한 10분 정도 걸어 다시 원동역. 그 인근 마을이 가시권.
거지이모 걸음으로 10분이니께 보통 사람 걸음이라면 4분 정도면 넉넉할 듯. ㅋ




원동초등학교 앞. 표지판은 좌회전 밖에 없지만 따져보면 엄연히 오거리라는!




전국 어디나 같은 초등학교 풍경.




골목길을 슬슬 걷다 발견한 이정표.
시간 상 제일 가까운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을 가보기로 결정했다. 근데 저 자전거길만 따라가면 정말 낙동강을 종주할 수 있나? 이메가께서 이걸 깔아놓으셨을까? 4대강 한답시고 낙동강을 쑤셔놓은 걸 뻔히 아는데....!!




이런 알 수 없고 납득도 안 되는 벽화가 땋!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인데 왜 낙동강과는 반대인 마을로 가는 거지?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소소한 반전이! @.@
근데 이 길 끝의 저 어두운 곳은 무어란 말인가..... 갈까 말까 갈까 말까..




하수구를 들어가는 기분이 들고, 쓰레기가 좀 있고, 혹시나 쥐시키가 나오면 어쩌나 싶기도 했지만




나오니께 낙동강이 더 가까이 땋! 하고 나왔다.
헌데 순매원에서 보는 게 더 낫긴 해. ㅎㅎ 마치 공사를 하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자전거길이 나있더라만 자전거 타는 사람이 안 보이는 게 함은정. 뭐 거지이모랑 타이밍이 안 맞았겠지.
정말로 낙동강을 구비구비 따라갈 수 있는 온전한 길이라면 자전거 타는 사람은 햄볶을 듯.




낙동강과 기찻길 사이에 조성하느라 그런 하수구 같은 터널이 있었던 거였다.




하지만 낮에도 이리 으스스한데 해가 지고 난 뒤면 얼마나 더 오싹할까 생각이 들었다.
전국에 이런 곳이 한둘이 아니긴 하지만, 자전거길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대충 발로 만든 느낌.







그래도 매화로 유명하다고 이리 벽화도 그려놓았다.




이제 다시 원동역으로.




이제 고만 가란다, 거지이모야.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헤라클레스 사촌(?)이 그랬던가? ㅋ
헤라클레이토스와 영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거지이모를 실으러 오는 저 기차는 비록 시간과 장소가 동일하다고 해도 어제의 그 기차와 내일의 그 기차와는 다르겠지.
아.. 아닌가, 같은가? 아닌가, 다른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은 같고 다르고를 떠나 흐른다는 그 자체는 변함이 없더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아리송한 거지이모에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이렇게 태평양 같은 설계과제와 에베레스트 산 같은 시험공부를 앞에 두고 딴 짓 하는 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