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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빈둥빈둥

책거리 대신 나들이 : 오설록-추사관-알뜨르 비행장

by 거지이모 2013. 6. 10.

걱정많았던 수업도 무사히 끝났고, 보강이라도 더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마치게 되어, 기념으로 마지막 수업은 답사로 마무리하게 됐다.



2013년 6월 10일 월요일


섬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들 찾는 곳, 오설록 티뮤지엄에서 본 제주항공우주박물관.
그래, 박물관도 들어서고 다 좋은데, 왜 하필 이곳일까 싶다. 아니, 이곳도 좋은데 왜 하필 저런 모습일까 싶다.




건축가 조민석이 설계한 티스톤. 이곳에서 각종 체험교실이 진행된다.
시간표를 보니 소요시간이 적당해서 참여하고 싶었지만 혼자 온 게 아니니까 다음 기회에.





조민석 건축가는 작년 학회 때 와서 강연을 했는데, 이곳과 다음 스페이스닷원 등의 설계 과정을 PT로 보여줬기에 좀 더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섬에 올 때마다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 게 안타깝다고..




티스톤에서 조금 걸어가면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가 나온다.




요즘은 어떤 건축물을 보더라도 주눅이 드는데, 여기도 그랬다. 설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ㅋ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 앞에서 보이는 녹차밭.




겨울에는 벽난로를 때는가봉가.




이제는 살짝 따끔거리는 햇살을 맞으며 비타민D나 흡수하려는 찰나, 돌담이 눈에 띄었다.
저기는 뭐지?




아하,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또 빛이 땋! 다들 감탄에 감탄을....
남자화장실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뭐 거지이모가 들어가도 딱히 놀래진 않겠지만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겠기에..ㅋ



 

그리곤 교수님의 추천으로 추사 김정희 유배지에 있는 승효상 설계의 추사관으로 향했다.
이곳에 가기 전에는 김정희의 <세한도>를 먼저 봐야 한다.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 추운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
겨울이 오고 말고 할 것 없이 당연히 알고 있다면 좋겠지만, 겨울이 되어도 모르는 것보다야 낫지.




<세한도> 속 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추사관이다. 시간도 촉박하고 수학여행 온 듯한 학생들보다 먼저 들어가야겠다는 다급함에 사진을 발로 찍었어. ㅠㅠ




내려오는 계단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하나.... 뭔가.. 무언가가....... 잘 모르겠다.




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보통은 머리 위에서부터 아래로 도달하기 마련인데, 이 곳은 반대로 발 밑으로 빛이 새어든다. 주전시실이 지하인 걸 감안하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빛이 들어오는 셈.




<세한도>에 나오는 그 민가가 그대로 서 있다. 그 곳은 추사의 몸과 마음이 투영된 곳이겠지. 바로 거기가 추사의 기념관이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달리고 조금 더 달려 도착한 알뜨르 비행장에서 본 산방산.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 하지만, 섬사람들의 피눈물을 고스란히 지켜본 증인이기도 하다.




태평양 전쟁 당시 벼랑 끝에 몰려 있던 일본군들이 최후의 발악을 위해 섬 여기저기에 마지막 방어선을 구축해놨다. 송악산에 가면 일본군들이 파놓은 땅굴을 볼 수 있고, 여기 알뜨르 비행장 주변 곳곳에는 격납고가 널려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 암덩어리가 곳곳에 널려 있지.
그런데 나라가 이 꼴인데 배는 채우겠다고 이동함....-_-;
어디?


즐겁게 보고 듣고 먹고 웃으며 돌아왔다. 매 수업마다 이렇게 마무리가 되면 참 좋겠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