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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빈둥빈둥

2016년 꽃놀이

by 거지이모 2016. 4. 5.

2011년부터 봄꽃이 흐드러지게 필 무렵은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즐기질 못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꽃바람도 못 쐴 정도는 아니었다. 거지이모가 뭐라고 그렇게 바쁘겠어. ㅎㅎ

하지만 마음이 가난해서였을까, 가볍게 손내밀 사람이 없어서였을까....

 

 

 

2016년 3월 31일 목요일  제대

 

 

벚꽃축제는 아직 멀었지만 거의 만개를 향해 달려가던 학교.

 

 

 

 

외부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공대로 가면 터널처럼 피어서 더 예쁘다는.... 정문쪽은 가지를 쳐내서..

 

 

 

2016년 4월 1일 금요일  전농로

 

 

수업을 마치고 전농로에 핀 벚꽃을 보러 달려갔다. 아니, 차타고 갔다.

 

 

 

 

섬에서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벚꽃을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전농로엔 사람이 정말 많았다. 차량을 통제하고 도로를 내어준 까닭에 편하게 걸으면서 꽃구경+사람구경.

근데 조명이라고 쓴 게, 청사초롱! 기왕에 돈들여 하는 건데 조금만 더 신경써줬으면 좋았을 걸.

 

 

 

 

언제 달았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표지판의 반대로 걸어가면,

 

 

 

 

서문고춧가루를 사용한다는 자그마한 식당이 나온다. 소문으로만 듣다가 드디어 맛보게 됐는데, 앞으로 종종 갈 것 같아. 근 8년 만에 페북 로긴을 하게 만드는 이 식당에서 즐겁게 먹고 마시며 꽃놀이의 정점을 찍었다. 꽃 그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꽃을 함께 보는 사람과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걸, 다시 깨닫는 거지이모.

 

 

 

 

 

2016년 4월 2일 토요일  녹산로

 

 

올해부터 섬사람이 되신 SM3 오너께서 고맙게도 거지이모를 데리러 제주시로 넘어오셨다. 주말이라 학교엔 꽃놀이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어. 우리도 저~~ 어디 잔디밭에서 밥먹을 줄 알고 도시락을 싸뒀는데, 또 고맙게도 집에서 다 드셔주심. 먹을만 했나봐, 다행스럽게.

 

 

 

 

고마워요, 오너님.

 

 

 

 

이 분께도 공대 앞 벚꽃을 보여 드렸어, 가지쳐서 반토막 난 정문보다는 낫지 싶어서.

 

 

 

 

섬생활 5년차에 처음 와 보는 녹산로. 벚꽃과 유채꽃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서인지 사람도, 차도 정말 많았다. 사람이 별로 없다 싶은 곳에 차를 세우고 보니 그럴 만한 풍경. ㅎㅎ 그래도 이게 어디냐~

 

 

 

 

벌꿀군이 자꾸 찍어달라고 거지이모 주변을 맴돌았는데, 이따구로 밖에 못 찍어줘서 미안.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생각나 서귀포 테라로사로 가기 위해 해안도로를 찾던 중 비밀의 정원으로 가는 입구 같은 느낌이 나길래, 잠시 거닐었다. 동백꽃으로 가득하던 자그마한 길.

 

 

 

 

대평리로 가다가 출출해서 먹은 성게라면. 거지이모가 감당할 수 있는 칼칼함이 더해서 국물까지 싹싹 비웠다.

 

 

 

 

네비게이션이 잘못 알려줘서 후문으로 왔다는 어느 이모님들을 정문으로 안내해드렸다. 근데 제주시에서 올라오신 분들이 정문 가는 표지판을 못 보고 지나쳤다면, 순전히 네비의 잘못만은 아닌듯 ㅋㅋ

 

 

 

 

이렇게 2016년의 벚꽃도 안녕....?

 

 

 

 

 

2016년 4월 3일 일요일  전농로

 

 

비내리는 일요일 저녁엔 벚꽃도 인기가 없더라. 벚나무의 서러운 마음 거지이모가 달래주러 가는 길..

 

 

 

 

딱새우튀김을 기다리며,

 

 

 

 

고운 자태로 우리를 맞아주신 갑각류야! 너무 먹어서 미안하다잉~

 

 

 

 

2016년 벚꽃, 진짜 안녕~~~~~ 내년에 또 만나!

 

 

 

 

2016년 4월 5일 화요일  제대

 

 

교수님의 하혜와 같은 자비하심에 죽지도 않고 또 돌아온 벚꽃놀이

 

 

 

 

언제나 애정하는 고로케를 먹으며 진짜 그만 좀 헤어지자! 너, 벚꽃! ㅋㅋ

 

 

 

생애 첫 섬꽃놀이의 알파와 오메가를 담당해주신 ㅎㅎ에게 애정 가득 남기며, 거지이모 언젠간 이들에게 보답하는 날이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