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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제 집 드나들듯 Ⅶ : 서울-부산

by 거지이모 2019. 6. 14.

체크아웃하고 짐을 맡긴 후 종로에서 용인까지 가려니 어찌나 멀던지.. 차라리 전날 친구네 집에서 신세지고 천천히 움직일 걸 그랬나 싶었다.

 

 

 

2018년 10월 20일 일요일   서울-용인-서울-부산

 

 

아모레퍼시픽 미지움, 알바로 시자/ 카를로스 카스타네이라/ 김종규, 2010

직원분께서 화장품의 제형을 연구하는 미지움과 이곳의 다른 건물동에 대한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시고 들어갔다. 마침 기술연구원 전체가 전기 점검 중이라서 자연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거라 했는데, 그게 이만저만 행운이 아니라는 걸 곧 알게 됐지.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탄성을 자아냈던 중정의 나무. 원래부터 있던 거라 했다.

 

 

 

 

어둠 속에서도 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니까 분위기가 넘나 황홀했던 식당.  사진도, 글도 이 때의 기분을 다 담아낼 수가 없구나. 조명도, 의자, 테이블 등등 모두 시자가 디자인한 것.

 

 

 

 

모노톤의 재료가 내외부에 대비되어 언뜻 차갑게 느껴지면서도, 빛이 마치 미스트처럼 공간을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기둥 하나 없는 이 넓은 공간이 동굴 같은 안온하게 다가오지만, 그렇다고 폐쇄적인 느낌은 아니다.

 

 

 

 

시자 답게 모든 조명은 간접적으로 처리했을 거고 그 이음새 하나하나가 감각적이고 정확했다.

 

 

 

 

대단하신 분.

 

 

 

 

시자가 좋아하는 고양이 눈. 약간의 위트가 발휘된 거라고 보면 되겠지..

 

 

 

 

 

첨엔 안내해주시는 김수영 건축가와 직원분을 따라 열심히 블베로 메모하다가 나중엔 걍 이끌리는 대로 여기저기 둘러봤다. 간결한 사각의 매스에서도 느껴지는 거장의 디테일에서 감동을 받다보니 정해진 대열대로 다닐 수가 없겠더라고..

 

 

 

 

미지움에서 혜초하우스로 넘어가는데 아이고야.. 다리에 힘이 풀리던 순간...

 

 

 

 

VIP를 위한 숙소이자 혜초 프로젝트에서 선발된 인원이 파견 전에 교육받는 혜초하우스. C-Black과 징크, 유리 같은 차가운 재료가 주종인 미지움과는 달리 따스한 적벽돌이 대비가 되네.

 

 

 

 

그런데 또! 내부를 들어가보면 분위기가 반전된다.

 

 

 

 

미지움에서도 볼 수 있었던 조명.

 

 

 

 

그런데 또! 외부로 나오게 되면 노출 콘크리트로 색감이 대비된다.

 

 

 

 

There's no such thing as a good decision (Interchange), Beth Campbell, 2011
현재의 상황으로부터 출발하여 매일매일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일상을 나열한 플로 차트 드로잉  시리즈 <My Potential Future Based on Present Circumstances>를 입체화한 작업이다. 모빌은 드로잉의 텍스트보다는 플로 차트의 구조와 선에 집중하여 제작되었는데, 작가는 이를 조각이라기 보다는 "공간에 하는 드로잉"이라고 칭한다.

 

 

 

 

혜초하우스 2층에서 바라본 미지움.

 

 

 

 

미지움 너머 아파트가 보이는 게 거슬려서 대충 지워봤는데..

 

 

 

 

 

여기 일정대로 다녔다가는 다음 프로그램에 완전 늦을 것 같아서 처음부터 양해를  구하고 먼저 빠져 나왔다. 신청할 때 멍청한 짓을 하는 바람에..

 

 

 

 

어서 지하철 역으로 가야지 하는 다급한 발걸음에도 차마 떨어지지 않았던 곳. 겨울에 새하얀 눈에 뒤덮인 사진도 봤는데 그저 감탄사 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기 다시 올 기회는 이제 없겠지...

 

 

 

 

총알같이 수원역으로 달려간 뒤 기차를 타고 영등포역으로 향했다. 멍청하게 영등포에 있는 현대카드로 신청했어야 했는데, 급한 나머지 여의도에 있는 현대카드로 신청했네. 신청내역 확인해놓고도 잘못한 줄을 몰랐어. 거지이모 멍청이 ㅎㅎㅎㅎ

 

 

 

 

지하철이나 버스로는 시간 내 가지 못할 것 같아 택시타고 왔더니 좀 일찍 도착했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완전 한산했던 국회의사당 앞 현대카드 본사3관.

 

 

 

 

좀 쌀쌀해서 안에 들어왔더니 데스크에 계신 분이 이런저런 정보를 주셨다.

 

 

 

 

여기도 카드가 제대로 나오는 위치라고 알려주셔서 찍었지. 누구 내한콘이 아니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카드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야 겨우 기분내네. 갱신기간 오면 겸사겸사 직접수령하러 와서 견학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이곳의 리노베이션을 담당하셨던 원오원의 최진석 소장님께서 안내해주셨는데, 하필 현카 보안이 강화돼서 팩토리만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작년엔 다 갔었다는데 아쉽네.

 

 

 

 

저층부는 도시의 컨텍스트를 반영하고 고층부는 기능적인 요구에 충실하고자 했다. 로비의 대부분은 철거했지만 북향의 유리 파사드이기 때문에 오히려 불투명성이 확보되므로 충분히 오픈시킬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로비와 외부는 바닥면의 구분이 없이 도시의 일부로 여길 수 있다고. 다만 본관과 어린이집, 주차장은 각각의 패턴으로 구분가능하게 했다.

여기 계단 아래로 어린이집이 있는데, 법적으로 어린이집 입구가 정면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로비의 경사계단을 크게 배치해서 충분히 보호될 수 있게 계획했다고 하셨다.

 

 

 

 

원래는 계획에 없었다는 카드 팩토리. 다른 공간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다른 재료를 사용했고 벽이 없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서 선의 중첩을 활용했다고 한다. '공장'이라는 상징성을 위해 굴뚝 모양으로 철골에 매달린 형태로  구현했고 공조와 조명을 동시에 해결했다. 로비에 매달려 있던 굴뚝이나 벽에 있던 작품이 바로 이것.

금융자본이 산업시설로 형상화된 카드 팩토리, 이제 실물카드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다음엔 또 어떻게 바뀌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저 공간을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암튼 저 위에 조명은 인공이 아닌 자연광이라고 했음.

 

 

 

 

카페에 걸려있던 그림인데 팩토리의 조명에 모티프가 된 산업혁명 시절 공장 굴뚝.

 

 

 

 

파사드는 하나의 조각처럼 객체로 건축물에 걸려 있는 느낌으로 화이트로 미장돼 있다. 고층으로 갈수록 창의 뎁스가 깊어지는데, 카페에서 보니 정말 그 두께가 실감됐다. 저 멀리 한창 올라가고 있는 파크원.

 

 

 

 

데스크에서 무료권 받아서 마신 커피 맛이 괜찮더라고. 담에 진짜 카드 수령하고 와야겠다고 다짐.

 

 

 

 

버스타고 종로로 돌아가는 길에 언제나 아련한 느낌의 63빌딩.

 

 

 

 

장거리 전에는 잘 안 먹으니까 걍 터미널 스벅에서 커피나 한 잔 마시며 돌아갈 준비를 했다. 서울 갔다가 제주 갔다가 다시 서울로 왔다가 부산으로 돌아가는 긴 여정이 이제 끝나는 구나.

 

 

 

 

노포동에 도착하자마자 물떡부터 드셨다. 역시 이런 거 먹어줘야 도착한 거 실감하며 피로가 풀리는 듯.. 담주부터 다시 일하기로 해서 이제 이렇게 다니는 것도 끝! 쉴 땐 일하고 싶고, 일할 땐 쉬고 싶고. 어쩌란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