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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제 집 드나들듯 Ⅰ : 부산-과천-서울

by 거지이모 2019. 6. 14.

정상적인 생활 리듬을 되찾아 가는 데에 나름대로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가면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던 걸 그만두고 좀 움직여 보기로 했다. 이럴 땐 만만한 서울로 가는 거지. 그리고 한껏 용기내서 비어있는 자취방을 청소한다는 명목 하에 섬도 다녀오기로 했다.

 

 

 

2018년 9월 29일 토요일  부산-성남-과천-서울

 

 

과천에서 과 후배를 만나기로 하고 서울이 아닌 성남으로 향했다. 야탑에서 버스타고 범계가서 4호선 타고 가려고.. 서울로 가서 지하철 타면 더 빨리 가겠지만 지하철은 최소로 타고 싶고 뭐 어쩌구 저쩌구....

 

 

 

 

세상 좋아졌구나 싶은 걸 새삼 알게 됐다.

근데 한 7년 동안 50분짜리 비행기만 타다 보니 4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졌어.

거지이모는 분명 2시간 반짜리 기차보다 4시간 반 버스를 더 좋아했는데..

 

 

 

 

이야, 야탑 버정이 이렇게 바뀌다니.. 그 혼파망 정글이 목적지와 번호에 맞게 정리됐구나.. 그럼 수원역도 깔끔해졌겠다 싶은.. 몇 년 동안 즐겨탔던 익숙한 버스들도 여전히 보이고.

 

 

 

 

버스를 타서 좌석에 앉는데 뭔가 이상한 거다..

뒷문에 뭔 짓을 한 거야!

  

 

 

 

대공원 역에서 후배를 만나 코끼리 열차를 타고 대공원 매표소에 내려 국현을 향해 걸어 올라가면서 이런 저런 얘길 나눴다. 수업에, 워크샵에, 알바로 정신없던 우리들의 지나간 일상에 대해 추억하기도 하고, 거지이모의 최애 홍학과 기린이 보고 싶다고 떼쓰기도 하고, 실없는 농담으로 웃기도 하면서. 이렇게 크게 속없이 웃는 것도 얼마만인가 감사해하며 미술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천천히 둘러봤다.

 

 

 

 

시작과 끝은 하나래.

거지이모는 도대체 시작과 끝 사이, 어디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나.....

 

 

 

 

사랑하는 후배여, 당신의 모든 순간 순간을 응원합니다.

 

 

 

 

무얼 그리 열심히 보고 있었나.

 

 

 

 

우리가 과천에서 만난 이유.

 

 

 

 

전시장 입구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보다, 마음 속 탄성이 입 밖으로 나왔다. 김중업의 건축적 일대기를 매트릭스로 정렬해 놓아, 한 발 두 발 다니다 보면 마치 큐브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짜맞추듯 탐험할 수 있었다.

 

 

 

 

무얼 그리 열심히 찾고 있었나.

 

 

 

 

서귀포 중앙여중이 진짜 김중업의 설계가 맞구나.. 그럼 소라의 성은? 암튼 작년에 했던 건축자산 기초조사 정리한 거 다시 수정해야 할텐데, 이미 거지이모의 손을 떠나서..

 

 

 

 

부산대학교 舊본관 現인문관과 제주대학교 舊본관. 정말 둘 다 다닐 줄이야 상상도 못 했죠. 이제 건대만 가면 되는 건가... 후후....

 

 

 

 

안양 김중업 박물관을 먼저 보고 이 전시를 보니까 이해도가 더 팍팍 올라가는 기분? 잠시 쉬면서 각자 느낀 걸 얘기하고,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며 자조하기도 하고, 옆 옆 전시를 보면서 미리 신청해 둔 워크샵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신청했던 프로그램은 다 낙첨되고 대신 워크숍 「국립현대미술관 건축전시, 다시보기」에 참여하는 행운이 거지이모와 후배에게 왔지. 지하인 듯 지하 아닌 미술연구센터에서 아키비스트 이현영 선생님과 다른 여러 선생님께서 건축전시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서 지난 전시에 관련한 아카이브를 보여 주셨다. 그리고 국현 홈페이지에서 아카이브 조회하는 거, 미리 신청하면 이곳 센터에서 직접 볼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아오, 어이하여 거지이모는 과천 사람이 아닌가!

김종성, 정기용, 이타미 준의 자료들을 보다가 미스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사진 원본을 보고 소리지를 뻔....했음. 완소 자료 잊지모태!!

 

 

 

 

정기용 선생님의 스케치 노트 중 하나.

낱장마다 보존시트를 끼워 두었고, 굉장히 조심스럽게 하나 하나 넘기며 보여주셨다.

 

 

 

 

김종성 선생님이 미국에서 미스의 사무실에서 일하던 시절 썼던 편지나 문서들도 보관되어 있었다. 급여 인상을 요청하는 서류도 있었음. 역시 예나 지금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설계사무소의 급여는 쥐꼬리인 것.

 

 

 

 

서울랜드를 끼고 내려오다가 과천 저수지에 걸친 노을을 보며 우리의 미래를 꿈꿔봤다.

교수님, 위셋멤버들과 약속한 2026년 12월 제주에서의 만남. 근데 살아는 있을까? ㅋㅋ

 

 

 

 

 

서울로 돌아와 광화문 교보에서 책 구경하고 주문할 것도 찜해두고 말야, 디타워에서 시원하게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오늘의 만남을 정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맥주를 마셔볼까!

 

 

 

2018년 9월 30일 일요일   서울

 

숙소 길 건너 스벅에서 유유상종 두 분을 만났다. 오늘의 식도락 테마는 교자였음. 육전식당을 두고 왜 교자?는 거지이모가 끝내 내뱉지 못한 마음의 소리. 근처 킹수제만두에서 교자와 우육면을 먹고 동대문까지 슬슬 걸었다. 거지이모는 줄곳 웃음을 위한 반대를 외치고, 왜 핫플인지 모를 동묘를 거쳐서.

 

 

 

 

JW 메리어트 1층 더 라운지에서 빙수와 아아를 마시며 하릴없는 일요일 오후 유쾌한 대화를 이어 갔다.

 

 

 

 

DDP를 한바퀴 크게 돌며 舊 서산부인과를 보기만 했지.

 

 

 

 

맛있는 교자를 찾아 신당동 어디쯤을 걷다가 발견한 독특한 전봇대.

 

 

 

 

맛있는 교자를 찾아 신당동 어디쯤을 걷다가 발견한 독특한 환풍구.

 

 

 

 

드디어 도착한 교자 맛집의 독특한 볼트의 반지하.

겉으로 보기엔 걍 평범한 상가주택이었는데 말이지..

계산할 때 여쭤보니 처음부터 이랬다고 함. 거 설계하신 분 누구죠?

 

 

 

 

사진에는 없는 메밀소바와 맥주도 추가되면서 신기한 혼종의 식사

 

 

 

 

밑으로 내려오신 북부인들을 위해 오랜만에 수유로 이동,

커피빈에서 못다한 아무말대잔치를 하다가 버정으로 가던 중 발견.

1층 같은 지층! 화장실 바닥과 거실이 같음! 계약하면 안된다는 소리를 대놓고 함.

그러나 갈 데 없음 저기라도 가야 할 소시민은 일행과 헤어지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벗들과 오랜만에 조우하여 오를 대로 오른 흥을 가라앉히려 인스타에서 검색해 둔 곳으로 갔더니만.. 어쩔 수 없이 평소 습관대로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참깨스틱을 사들고 호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