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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木曜逍風 : 경주 불국사

by 거지이모 2019. 6. 26.

부모님과 함께 살 때 되도록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에, 일도 그만뒀겠다 목요일마다 함께 집을 나선다. 자주 다녔던 식당에 가서 느긋하게 평일 점심을 먹거나, 가까운 교외로 나들이를 가거나..

 

 

 

2019년 5월 23일 목요일   경주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으로 걷다 보니 거지이모가 여길 언제 왔었나 곱씹는데 한 십년 만인가.. 분명 가깝긴 한데 너무 자주 가서 여기까진 잘 안 오게 되더라고. 그, 그런데 입장료가 언제 오천원이 됐니? ㄷㄷㄷㄷ 하긴 문화재가 많으니까 어쩌면 이것도 저렴한 거긴 하지.

 

 

 

 

이런 거대한 석축을 보게 되면 건축사 수업 때 교수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얘들아, 이걸 너네가 쌓아올린다고 생각해봐." 그러면 그 전까진 감흥없던 애들이 웅성웅성.. 유럽에서 각종 성당을 볼 때도 떠올랐지. 정 한번 잘못 내려치면.... ㄷㄷㄷㄷ 불심이 없는 중생은 자하문 아래에서 이런 추억에나 잠김.

 

 

 

 

다보탑 만나기 10m 전에 만나는 회랑.

 

 

 

 

비례의 극치를 보여주는 다보탑. 일제강점기에 이것들이 멋대로  해체하고 보수하는 바람에 탑 내부에 있을 유물들은 다 없어지고, 돌계단 위 사자도 원래는 4마리인데 다 훔쳐가고 저기 한마리만 남았다고 한다. 아무리 약탈이 전쟁의 속성이라고는 하나, 사과도 안 하고 돌려주지도 않고.

 

 

 

 

일명 무영탑이라고도 불리는 석가탑. 어릴 땐 왜 다보탑은 이쁜데 석가탑은 밋밋한가 했는데 이제 보면 그 나름의 안정감과 담백함이 더해져서 심상이 편안해지는 기분도 든다. 무영탑과 관련해서 여태 백제 사람 아사달과 아사녀의 설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당나라 사람이고 둘은 남매라는 논문이 나왔대. 거지이모와 호적메이트의 어린 시절로 미루어 짐작컨대, 그 둘은 정말 둘도 없는 사이좋은 남매였구나 싶다. ㅋㅋㅋㅋ

 

 

 

 

자하문에 서서 본 범영루.

 

 

 

 

임진왜란 당시 왜구들이 아름답다고 넋 놓고 보다가 감춰둔 무기를 발견하고는 불을 질렀다. 그래서 이 대웅전은 조선 후기의 건축양식이 남아 있다.

 

 

 

 

범영루를 마주하며 바람에 휘날리는 소원.

 

 

 

 

 

 

 

극락전을 나와 걸어 내려오는 길에.

 

 

 

 

극락을 의미한다는 안양문. 연화교, 칠보교 아래 정말 못이 있었다면, 석가탑의 그림자는 당연히 안 비칠 것 같은데.. 남편 얼굴 못 본다고 연못에 뛰어들 생각을 하다니, 아사달은 진정 시대의 꽃미남이었을지도..

 

 

 

 

조선시대에 중건한 것도 이러할 진데, 불국정토를 꿈꾸며 지었던 신라시대에는 얼마나 화려하고 아름다웠을까.

 

 

 

 

전생과 현생의 부모님을 위해 석굴암과 불국사를 지었다는 실제는 아니지만  효자 김대성의 스케일.

 

 

 

 

거지고모도 내세에 국무총리의 딸로 태어난다면 꼭 건물 하나 올려드리겠나이다..

 

 

 

 

오늘은 부모님이 시장하다 하셔서 일찍 내려가지만 담엔 공부를 좀 해서 제대로 봐드릴께요.

 

 

 

완벽한 비례, 그 자체인 다보탑.

 

 

 

 

 

 

경주에 맛집은 없다는 게 정설이지만, 그래도 밥은 먹어야겠기에 전부터 핫하다는 놋전국수를 갔다. 대체 황리단길이 어디여 했더니 거기였어.

 

 

 

 

회국수와 녹두전. 숨 넘어갈 정도의 맛은 아닌 걸로.. 그러나 회도 많이 주고 해서 아깝지는 않아.

 

 

 

 

나름 힙하다는 카페 몇 군데를 골랐는데 엄마가 무덤뷰는 싫다고 하셔서 다른 곳으로 이동.

 

 

 

 

대구를 가면 항상 신기했던 '네거리' 표지판.

 

 

 

 

카페 벤자마스. 건물이 총 네 동으로 특색에 맞게 구성돼있다. 앞은 잔디밭이요, 뒤는 정원이 숨겨져 있음.

 

 

 

 

커피&티로 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어떻게 이런 땅을 구해서 카페를 특색있게 구성했는지 대단하다. 더구나 아무리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경주라고는 하지만 소도시에서 이 정도 규모를 계획하기는 쉽지 않을텐데..

 

 

 

 

통유리창 너머 경치를 보시고는 엄니가 비오는 날 오후에 다시 한번 오고 싶다고 하시며 감성 폭발... 그리고 청포도 에이드가 맛있다고 2잔이나 드셨다.

 

 

 

 

브런치도 맛있다고 하니 담에 또 와야지!

 

 

 

 

사거리는 네거리더니 삼거리는 그냥 삼거리. 셋거리는 이상하니까..? 쨌든 통일을 바라며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