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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엄마의 학교 : 대구

by 거지이모 2019. 6. 26.

봄바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약간 더워진 듯한 5월의 주말을 보내고 나니 엄니께서 어디 가고 싶다며 그러시길래 그럼 우리끼리 대구갈까요?

 

 

 

2019년 5월 7일 화요일   대구

 

 

그동안 차로만 다니니 알 수 없었던 동대구의 변화라니.. 엄니랑 둘이서 기절하겠다며 이리저리 고개 돌려가며 지하층 탐색을 조금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원래 여긴 터미널이 두 개로 나뉘어 있었고, 타는 곳과 내리는 곳이 달랐다고! 근데 진짜 롯데백화점은 왜 대구역을 지은 걸까.. 옛날에도 대구역보다는 동대구역의 규모가 더 컸는데.. 동성로랑 가까워서 그랬던 건가..

 

 

 

 

익숙한 단어, 공고'네거리'를 지나고,

 

 

 

 

익숙한 골목을 지나서,

 

 

 

 

할머니는 오랩만 좋아하고 이모는 댕댕이만 좋아하니, 어린 마음에 서운하던 거지고모를 챙겨주시던 우리 숙모 손잡고 동인동에서 경북도청을 지나 미성당까지 걸어가던 그 때가 너무 좋았다. 지금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에 나무식탁과 의자에 앉아 후루룩 먹던 그 우동과 찐만두 맛이 그리워 이따금씩 갔다. 이제는 예전의 그 맛이 아니지만 추억팔이 하러 가던 곳.

 

 

 

 

이제는 정말 그만 와야겠구나, 맛있었던 추억마저 사라지겠다 싶은 맛.

 

 

 

 

찐만두 대신 시킨 찐교스. 아.....

 

 

 

 

길 건너 교동시장으로 걸어갔다.

 

 

 

 

쭈구려 앉아 순대와 납작만두를 먹었던 그 좌판은 다 없어졌더라.. 위생환경을 생각하면 이게 맞지....

 

 

 

 

 빈 점포가 너무 많았던 동성로. 대백을 지나 주변을 좀 걷다가 스벅에서 아아로 한숨 쉬고..

 

 

 

 

엄니가 다니셨다는 옥산초등학교를 갔다. 그땐 이랬고 저랬고 그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해봤다. 위로 오빠 둘 언니 하나, 아래로 남동생 둘, 여동생 하나. 딱 중간에 껴서 이리저리 치이며 컸겠음.. 그래서 엄니와 오랩 성향이 비슷한가 보네! ㅋㅋㅋㅋ

 

 

 

 

동인동에서 할머니가 일하던 칠성시장에서, 옥산초등학교까지 친구들과 걸어 다니며 뛰놀았다는 울 엄니.

 

 

 

 

바로 옆에 붙어있는 경명여중과 경명여고를 다니셨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12년을 한 동네로 통학했다. 친구들도 다 그 코스였겠다. 다들 어디 계신가요!!

 

 

 

 

골목 끝에 뭔 빨간 건물이 볼썽사납게 서있냐 했더니 신전떡볶이 본점이 땋! 역시 떡볶이맛집은 여학교입니다, 여학교 앞이에요!

 

 

 

 

배는 부르지만 1인분이라도 먹고 갈까 잠시 주저하는데, 맵다고 속 버린다고 그냥 가자시는 엄니. 거지이모의 주둥이가 방정이야, 방정! 아닌게 아니라 설계실에서 몇 번 먹었는데 한 개도 아니고 한 입 먹고 손 놓은 지라 어쩔 수 없다...

 

 

 

 

할머니가 장사하셨다는 칠성시장까지 걸어가려고 했지만, 이젠 진짜 손주 넷을 둔 할머니가 되신 엄니는 힘들어서 못 걷겠다고, 어릴 땐 어떻게 뛰어다녔는지 모르겠다며..

 

 

 

 

버스를 타고 다시 동대구로 가는데, 익숙한 단어 만촌'네거리'.

 

 

 

 

봐도 봐도 적응 안 된다. 한 컷에 반도 안 잡히는 백화점과 환승센터.

 

 

 

 

1층부터 층별 관람(?)을 마치고 마지막 8층에서 보는 동대구역과 일대. 그 땐 파티마 병원이 제일 큰 건물이었고, 역 주변에 모텔과 여관이 많아서 지나갈 때마다 엄니가 눈 감으라고 하셨지. 미성당에서 우동 먹고도 또 동대구역 귀퉁이에 있던 우동집에서 우동 먹고 기차를 탔어. 거지이모 우동덕후였구나..

 

 

 

 

강산면옥에서 회냉면을 주문했다. 매우면 바로 엄니에게 토스하고 물냉면을 먹겠다 했는데, 감당할 수 있는 맵기라서 다 먹었다. 좀 달큰한 게 아쉽긴 한데, 비냉을 먹은 게 정말 몇 십년 만이라서 맛있게 먹었다. 요즘은 음식들의 맵기가 너무 강려크!해서 손도 못 대니까.. 근데 물냉을 먹어 보니 비냉 먹길 잘했다 칭찬함.

 

 

 

 

한우 수육이라는데 좀 질기더라.. 세트여서 먹은 거긴 함. 따로 추가주문했으면 배 아팠을듯..

 

 

 

 

엄니와 거지이모의 어린 시절 추억이 있는 곳, 대구를 잘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