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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엄마의 청춘 : 서울

by 거지이모 2019. 6. 26.

살짜쿵 덥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봄바람이 샤라락 부니까 어디론가 자꾸 떠나고 싶다는 엄니. 남산 타령을 하시길래 그까짓 서울 다녀오면 되지 하며 나섰다.

 

 

 

2019년 5월 27일 월요일   부산-서울

 

 

고속버스 타고 반포에 내려 파미에 스테이션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 하러 2층으로 올라갔다.

 

 

 

 

2주 전에 왔을 때 마셔 보고 계속 생각나서 굳이 캡슐을 먹어가면서 마시는 하프 커피. 사진 보니 또 생각남.

 

 

 

 

비가 오니 마니 날씨가 흐르니 그래서 호텔에 누워서 남산은 내일 가고 오늘 오후엔 어딜 갈까 얘기하다가..

 

 

 

 

일단 호텔을 나와 걸어보는 서울로 7017. 걷기 좋은데 걷기 불편하다.

 

 

 

 

오랜만에 노량진을 가보자 하여 버스를 탔다. 그 동네 바뀐 거 보면 엄니 깜짝 놀라실 걸요? 라고 말했는데, 뭐 딱히 그러시진 않더라고. ㅎㅎㅎㅎ

 

 

 

 

안개 낀 63빌딩. 어릴 때 기차타고 외갓집 갈 때마다 탄성을 지르며 넋놓고 봤던 거라서, 이걸 꼭 봐야지 서울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해질 무렵 반사되어 비치는 그 빛이 팟 하며 눈 앞에 터지는 느낌.. 기차 차창 너머로 한강 철교의 트러스 사이로 빠르게 지나치면서 깜빡거리던 63빌딩을 보는 거지이모의 모습이 플래시처럼 스친다.

 

 

 

 

장승배기에서 내려 동작구청 쪽으로 걸어내려오던 길에 또 63빌딩.

 

 

 

 

상도동에 있던 외갓집은 아파트로 없어졌지만 그래도 그 동네에서 생판 모르던 애들이랑 어울려 놀던 생각도  나고, 부산보다 훨씬 작은데 훨씬 비싼 떡볶이를 먹던 생각도 나고.. 거지이모도 이런데, 엄니는 오죽할까 싶은 맘으로 골목 골목을 걸었다.

 

 

 

 

근데 버스를 잘못 내려서 엉뚱한 길로 들어섰네..

 

 

 

 

다리 아프게 쓸데없이 걷는다고 엄니한테 한소리 들었다, 당신의 체력을 간과했던..

 

 

 

 

뒷모습도 화내고 있는 권사님.

 

 

 

 

호텔 1층에서 치맥을 먹으며 빌고 빌었다. ㅋㅋ 밀맥을 마시면 마실수록 독일 생각나서 미치겠다. 미친 척하고 갔다 올까..? 프랑크푸르트 가서 케그 5리터짜리 너댓 개 사오면 되는데.... 다 먹고 나서 알라딘을 보러 용산을 가자 했더니 여기까지 와서 극장을 가냐시길래 네, 엄니딸이 용아맥에서 보려고 서울을 몇 번을 갔게요? 걍 택시타고 익선동을 다녀왔다. 종로 뒷골목은 여전하구나 그러셨어..

 

 

 

2019년 5월 28일 화요일   서울-부산

 

 

딱히 시설이 좋다거나 어매니티가 남다르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서울 갈 때마다 머물게 되네.

 

 

 

 

호텔 방에서 사이렌 오더롤 주문한 뒤 옷 갈아입고 길 건너 스벅 다녀오니 딱이네. 이렇게 권사님 조식 대령.

 

 

 

 

어제와 달리 날씨가 좋아. 5분 거리 남대문  시장 가서 뭐 없나 구경하다가,

 

 

 

 

남산가는 버스를 탔다. 이거 진짜 십년 만에 타는 것 같아.

 

 

 

 

몇 번 안 와봤지만 이렇게 날씨 좋은 남산은 처음인 것 같다. 어휴, 어제처럼 비오고 흐렸으면 권사님 기분도 다운되고 다른 걸로 만회하려는 마음에 긴장탔을텐데 그게 아니라서 넘나 감사한 것!

 

 

 

 

서울도 부산 못지 않게 산이 많구나 새삼 알게 됐다. 그래도 시야가 탁 트여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사람들마다 사진찍고 난리 부르스. 열심히 일하고 있을 친구님들, 후배님들, 선배님들에게 사진 전송. ㅋㅋㅋㅋ

 

 

 

 

강 건너도, 사우론의 눈도 또렷하게 보였는데 블베가 구려서.. 무겁다고 두고 온 데세랄이 생각났다.....

 

 

 

 

이제 여기서 보는 경치도 바뀌겠지. 많이 봐둬야겠다.

 

 

 

 

소풍나온 유딩들이 넘나 귀여워서 한참을 이모미소로 바라봤다. 굳이 팔각정에서 사진을 찍는 권사님을 보니, 여기가 소싯적 데이트 장소였겠거니 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아빠 동네 충정로에도 가보는 건데, 아쉽네.

 

 

 

 

남산타워에서 점심을 먹고 좀 쉬다가 광화문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서울역으로 가기로 했다. 탔던 버스 그대로 타고 내려가 광화문에 내려 친구님이 추천해준 나무사이로를 찾아 걷는데, 권사님의 체력을 또 깜빡한 거지이모.. 뭐 그렇게 많이 걸은 것도 아닌데.. '평소에 운동부족이라고 그렇게 놀렸는데, 이렇게 티가 나네. 앞으론 좀 더 독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권사님의 짜증을 받아냄. 흑흑...

 

 

 

 

쟁반을 내려놓고 앉기도 전에 사진을 좀 찍으려는 찰나.

 

 

 

 

그늘에 앉아 냉차로 해갈하고 나시니 좀 돌아오신 듯.. 둘러보시더니 "대구 이모집이네 뭐-" 하시던. 그, 그렇지요.. 뭐.... 이모를 설득해서 카페를 차려야 하나.. ㅋㅋㅋㅋ

 

 

 

 

나중에 꼭 다시 가서 한가로이 놀다 갈 걸 다짐했다. 나무사이로.

 

 

 

 

버스타고 서울역으로 가는데, 저게 뭐냐고 물으시길래 보니까 청계천 소라탑 스프링. 전에 갔을 땐 밤이라서 못 보셨나 싶은.

 

 

 

 

서울스퀘어 1층 더 플레이스에서 저녁식사.

 

 

 

 

역시 1박2일은 짧다며 담엔 한 3박4일 가자고 하셨다..... 효도하고 싶은데 불효하게 되는 수순. 역시 부모님과 어디 갈 때는 차가 있어야 해. 무조건 도어투도어로 모셔야 그나마 잔소리를 덜 듣지. 뚜벅이는 서럽다..

 

 

 

 

그래도 권사님은 나름 행복해하며 가시니 그걸로 됐다는 거지이모는 안도하며 서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