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WISET 멤버와 교수님과 함께 밥도 먹고 일도 하고 공부도 하는 날.
2016년 11월 12일 토요일 삼도2동
든든하게 점심을 먹은 뒤 본격적으로 길을 나섰다. 지금은 유흥업소들이 밀집해 있지만 과거에는 제주성이 있던 길이었다.
좁디 좁은 올레길을 뜯어 넓혔건만 현실은 주차장으로..
제주의 목수가 미군의 부재로 일식으로 지은 주택. 이런 게 융복합!
제주성이 있던 자리, 혹은 올레가 도로가 된 이후 거기에 면한 필지에는 높은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혹은 합필되면서 올레가 파괴되거나 사유화되고, 이면의 기존 올레에 면한 주택들은 손 볼 여지가 없어지면서 점점 노후화되고 결국엔 폐가로 방치되는 곳들을, 이곳 뿐만 아니라 다니는 동안 계속 마주하게 됐다.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며 답사 중인 멤버들
아침부터 가이드하시느라 고생하시는 교수님 ㅠㅠ
1.5미터 남짓되는 올레
주차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사라진 올레는 이제 패턴으로만 남게 됐다.
이 너머는 옛 제주시청이 있던 곳인데,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 하루 전 포크레인으로 사라졌다는 서글픈 이야기.
아직 남아있는 일식가옥의 흔적 1
색상으로 구분되는 합벽건축물.
중앙로와 탑동의 건축물 양식은 시대별로 구분이 가능하다는 교수님의 말씀.
우리들 4번째 작업, 모퉁이옷장
좁고도 높고도 긴 내부
꽃집과 부동산을 거쳐 옷집으로 재탄생
인터뷰도, 실측도, 사진도 찍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올레를 대문으로 막아놔서 손을 뻗어서야 겨우 찍을 수 있었던 남문 어딘가.
저 대문 너머에는 제주성의 흔적이 남아 있단다.
원도심 재생사업의 포커스는 어디로 맞춰야 하는 걸까..
아직 남아있는 일식가옥의 흔적 2
올레 옆에 새로 도로가 나면서 경계가 생겼다.
골목길의 끝에는 역시 제주성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 성벽과 가스통의 기묘한 동거....
저 곳 역시 전술했던 올레와 도로의 역학관계에서 발생한 것. 거기다가 언제나 북향일 수 밖에 없는 제주시의 지리적 특징에, 바람의 영향으로 길보다 낮게 지어졌던 주택에는 빛 하나 들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을 거다.
두 계단 사이에 벽이 없었다면..?
이도1동
오현고등학교가 원래는 오현단에 있었단다. 그 자리에는 현재 주택과 주차장이 들어섰다.
남수교 너머로 큰우물이 있었다고 한다. 제주성 안 두 곳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날랐다고 해. 그리고 오현교 동쪽 주택들은 일식가옥들인데 아마 집장사들이 지어서 분양했던 거라 추정된다고 한다.
몸도, 마음도 어지러운 거지이모..
멤버들에 의지해 따라가본다.
2년 전엔 정말 아무 생각없이 걸었던 길
아직 남아있는 일식가옥의 흔적 3
여기가 제주인지 부산인지 착각이 들었다. 방학 때 실습 끝나면 꼭 한 번 가보리라...
지난한 세월의 켜가 병치되어 있는 모습
신호등에 야자가 피어난 동문로터리
몇 년동안을 다니고도 여태 몰랐던 길목
그러는 사이 죽어가는 것들.
기상청 인근에 있는 한 주택인데 예전에 있던 교회 사택으로 추정된다고 하셨다. 라이트美가 느껴진다고...ㅋ
건입동
점점 사라지는 것은 올레 뿐만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외면해서도 안 되는 것인데, 이 모습 또한 생활사의 한 단면일텐데..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근데 그렇다고 길 내겠다고 이렇게 막 잘라버리는 건 좀....
주차장에서 만난 견님들. 포스가 예사롭지 않았다. ㄷㄷㄷ
아직 남아있는 일식가옥의 흔적 4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난 뒤 골목길에 접어들었더니,
고개만 내민 채 짖어대던.. 개무서워! ㄷㄷㄷ
산지천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 좀 더 은근하게 나눌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직설적이다.
이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건, 시간을 뛰어넘는 힘찬 발걸음이 될 수도 있다.
니 발 밑에 제주성이 있다?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면서 다 헐어버리는 걸, 겨우겨우 한 채 남겼다고 한다.
이승만이 묵었다는 소문이 있다는 동양여관.
거지이모가 여기 주인이라면 헛소문이라고 소문낼텐데...
근데 그렇다고 길 내겠다고 이렇게 막 잘라버리는 건 좀.... (2)
크게 한바퀴를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올레길을 걷는다고 하면 단순히 널리 알려진 몇 코스만 떠올렸던 거지이모의 모습을 반성했고, 좀 더 내밀하게 살피지 못했던 거지이모의 얕음을 반성했고, 4킬로 남짓 걸었다고 종아리를 두드렸던 거지이모의 체력을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과거의 흔적이 현재의 삶에서 어떻게 변화할 지, 미래에는 어떻게 진화할 지 잘 모르는 거지이모로서는 단지 기록하는 것 말고는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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