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섬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청순한 지식을 가졌을 1학년도 아닌 그래도 눈치를 굴릴 수 있는 학년에 이런 포럼을 손쉽게 참여할 수 있어서 참 운이 좋았던 어느 겨울날.
2016년 12월 9일 금요일 서귀포 ICC
친구느님 덕분에 좀 일찍 도착한 덕분에 자리도 앞쪽으로 잡고 과동생들과 얘기도 좀 나누며 떨리는 마음 진정
거장의 뒤통수, 교수님께서 출장가시는 바람에 늦게 오셔서 갖게 된 영광?
넥타이 센스가 돋보이는 이토 토요
편안한 캐주얼 차림의 톰 메인.
붉은색 스카프가 인생적인 쿠이 카이
그리고 우리나라의 최문규. 너무 겸손하게 인사하셔서..
아시아 해양문명 속의 제주와 그 미래_주강헌
울학교 교수님이 기조연설을 통해 제주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실 줄 알았더니 너무 장황하게 하셔서 조금 당황. 더구나 그 속에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여서 조금 실망.
아시아의 생성적 건축_이토 토요
동아시아의 도시구조에서부터 시작해 일본 센다이 미디어테크, 모두의 도서관, 신국립경기장, 멕시코 인터내셔널 바로크 박물관, 대만 국가가극원까지 일련의 작업들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한다고 했고, 그러한 관계성에 대한 천착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더 깊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간의 혹은 공간과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바로 아시아적 풍경일지도 모른다며 끝을 맺었다.
슬라이드를 보는 내내, '어쩌면', '어떻게', '어디에서부터' 저런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것일까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통역 하시느라 고생하신 분들이긴 한데, 아무래도 비전공자들이셔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다수의 의제_톰 메인
Building Block, Formal Reaserch, Architecture & Urban 세 가지 테마로 먼저 문화의 보편적 속성에서 지역적 특수성으로 풀어내어 설명했다. 개별 건축물의 조직, 도시, 자연과의 연결성을 특히 강조했는데, Connecting Tissue와 Grounding에 대해 개별 프로젝트를 예를 들어주었다. 지역성이라고 하면 여태 과거로부터, 혹은 현재의 모습들에만 초점을 맞췄는데, 제주가 가져야 할 미래적 가치를 어떻게 상정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갖게 해준 것 같다. 지역성의 재해석 영역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것은 태평양 건너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웠고 프로젝트의 내용들도 너무 대단했다.
중국의 글로벌리즘에 있어서의 장소기반 합리주의_쿠이 카이
로컬리티와 장소기반 합리주의에 대해 먼저 간략하게 언급했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세기 아시아가 겪었던 충격적인 모더니티의 영향, 땅에서 분리되고 지역과 유리되어 정체성이 사라지는 일련의 흐름에 대해, 그리고 중국 현대 건축에서는 그걸 어떻게 다시 회복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각각의 프로젝트를 4가지의 테마로 설명했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본다. 흐르고 차서 넘치다가도 다시 줄어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은 막을 수 없다. 다만 그 방향을, 속도를, 경로를 조금씩 손대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톰 아저씨의 앉은키는 정말 ㄷㄷㄷ
건축은 공적인 것인가?_최문규
인사동 쌈짓길의 대중화와 유로화의 해프닝으로 출발한 건축의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측면의 밸런스에 대해 말했다.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나 서울시립대 백주년 기념관에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도시의 틈을 확보하는 것은 바로 건축가의 몫. 그 미세하지만 정교하게 의도된 틈은 결국 건축의 공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 않나 하는 것. 그리고 숭실대 학생식당의 뜻밖의 이용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됐다.
그나저나 K씨의 앉은키는 정말 ㄷㄷㄷ (2)
잠시 휴식시간 뒤에 진행된 자유토론
동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톰 메인의 생각에 한 93% 동의하는 바.
동시대의 삶에 유리되지 않고 동시대의 자연환경에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쿠이 카이의 생각에 한 92% 동의.
그러다가 머리가 너무 아파서 잠시 나갔다가 들어왔는데, 제자리에 돌아가긴 힘들어서 듣고만 있었더니 무슨 내용이 이어졌는지 ㅠ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탁을 드려 저녁만찬에 끄트머리로 참석했는데, 거지이모가 갈 자리가 아니었고 기대했던 바로 아니어서 조금은 민망했더랬다. 그리고.. 이곳은 역시 한반도의 변방인건지 하는 아쉬움. 우물 밖 세상을 뛰쳐나가야 하는 건 우물 안 개구리의 몫이지만, 그 개구리가 굶어죽는지 잡혀죽는지 말라죽는지 관심없는 게 또 우물 밖 세상이기도 해서. 차라리 우물을 키워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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