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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시내버스로 부산에서 강릉가기 : 부산-울진

by 거지이모 2014. 3. 25.

몇년 전에 부산-서울, 부산-광주, 광주-서울을 버스로 다닌 이후로 강릉도 곧 찍어야지 했다가 잠시 잊고 살았다만, 이번에 안 하면 영영 못할 것 같아서 도전.
근데 갔다와서 생각해보니.... 안 하면 뭐 또 어때서? ㅎㅎ



2014년 3월 17일 월요일  부산-울진


이제 본격적으로 승객들이 들이닥칠 노포동. 지하철역+버스정류장+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 옹기종기 모여있건만 코딱지만큼 지어서 불편하기 이를 데가 없다. 심지어 명륜동과 사직동에 각각 있을 때보다 어떻게 더 좁게만 느껴지냐!?




부산광역시 금정구 노포동 → 울산광역시 북구 농소공영차고지 : 1127번  2,500(카드)  05:44-07:04(80분)
예전에는 태화강역까지 가던 1127번이 노선 바뀌고 공항을 지나 농소차고지까지 가더라고. 새벽부터 나와서 좀 졸리니까 버스타면 쿨쿨 자야지! 했는데, 아즈씨 히터를 안 틀어줘 덜덜덜 떨면서 갔다. ㅠㅠ




울산광역시 북구 농소공영차고지 → 경주시 외동읍 모화 : 402번  0원(환승)  07:12-07:44(32분)
등굣길이라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봄이 오면 새싹이 움트듯 애들도 활기가 막 샘솟나보다. 길에서 저거끼리 장난치고 까불며 놀더라고. 학교가는 길이 저리도 즐겁다니! ㅋㅋ




경주시 외동읍 모화 → 경주시 황오동 경주역 : 600번  1,450(카드)  07:59-08:37(38분)
버스를 타는데 온통 교복. 그래, 등굣길인 거 아까부터 알았으면서 굳이 모화까지 왔구나! 태화방직에서 갈아탔으면 앉아서 갈텐데.. 앞으로 며칠은 더 버스만 타고 갈 거면서 그 잠깐 자리욕심내는 거지이모. ㅋㅋ 하지만 팔순이 넘은 할머니마저 서서 가는 게 영 못마땅해서 주변을 둘러보지만 일어나 양보하는 사람 한 명 없었다. 그렇다고 누구 붙잡고 일어나라고 훈계할 수도 없고..




경주시 황오동 경주역북편 → 경주시 안강읍 안강파출소 : 210번  0원(환승)  09:02-09:38(36분)
안강으로 가는 버스는 경주역에서 내린 뒤, 경주역 북편 정류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버스 각각은 하루에 그리 많이 안 다니지만 안강 방면 몇 개의 노선을 다 합치면,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진 않는다.




경주시 안강읍 안강우체국 → 포항시 북구 양덕차고지 : 700번  1,400원(카드)  10:01-10:44(43분)
안강은 행정구역상 경주시지만 생활권은 포항이라던가. 정말 포항시내까지 얼마 안 걸려서 정말이구나 싶었다. 롯데백화점이 어쩐 일로 터미널 주변에 있지 않나 했더니 얼마 안 가 도착한 양덕지구는 법원도 있고 새롭게 조성된 곳이어서 끄덕끄덕.
이제 다음 버스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아서 뭐할까 하다가 갑자기 버스가 훅! 오길래 확! 탔는데.....




포항시 북구 양덕차고지 → 포항시 북구 월포초등학교 : 청하지선  1,000원(카드)  10:55-11:43(48분)
포항시와 영덕군 경계는 (포항시)조사리-지경리-(영덕군)부경리-장사리로 이어지는데, 처음 계획은 지경리까지는 버스를 타고 장사리까지 걸어가는 것. 부경리에서 영덕가는 군내버스가 있지만 시간이 안 맞는 고로 어쩔 수 없이 도보로 이동해야 하긴 하는데, 날씨도 좋은데 좀 더 걷지 뭐 하는 생각에 덜컥 월포에서부터 걷기 시작한 거다. 왜 그랬어, 이모형! ㅠㅠ




처음엔 바다도 보고 기분좋게 걸었다. 걸을 걸 대비해서 백팩의 무게도 줄였고 새벽엔 많이 추웠던 날씨도 적당히 따숩고 미리 사가지고 왔던 만두를 꺼내먹으며 룰루랄라 걸었지. ㅋ




'이런 버려진 집 개조해서 살면 어떨까, 차로 가면 포항까지 30분이니 거리도 괜찮고..'라며 혼자 상상하면서 씐나게 걸었다..




이제야 조사리 당도! 헌데 1시간 반을 걸어 겨우 여기 도착한 거다. 안 그래도 남들보다 유유자적하게 걷는데, 이래 가지고서야 다음 버스를 제 시간에 탈 수 있을까 조급해지기 시작.




저 우물은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저리 보호하고 있을꼬..




어찌어찌 화진해수욕장까지 걸어서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근데 다리가 왜 이리 아프지? 8km 밖에 안 걸었잖아, 앞으로 한참 더 가야 하는데.... 친구 몇 한테 카톡으로 사진 보내줬더니 부럽단다. 그 마음을 연료삼아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하늘도 열리는 이곳을 아니온듯 다녀가란다. 어떻게 하면 그리 되는지 오나전 궁금함. ㅋㅋ




반공위령비가 있단다. 우리나라 사람 말고는 뭐하는 덴지 전혀 모를 거다. 중국 사람은 화낼까..? 영어로는 어떻게 읽을 지도 막막하다. 저거 누가 담당했는지.. 참 막막하다..




포항시와 영덕군 경계에 위치한 지경교. 이제 이 다리만 건너면 영덕이다~~~~~아~~




해파랑길이란다. 부산 오륙도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770km 탐방로라는데, 왜 거지이모는 이제야 본 거지? 그리고 이 길을 영덕에서는 블루로드라고 부른다. 이정표 따로 세우지 말고 걍 통일시켜 주면 안 될까? ㅎㅎ




포항시 북구 월포초등학교 →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 도보  13.7km  11:48-15:11(203분)
드디어 장사해수욕장 도착! 뭐 이젠 지겹다, 바다 풍경. ㅋㅋ 몸은 천근만근인데 발은 모래에 푹푹 빠진다. 이대로 서 있으면 그냥 땅 속으로 계속 꺼질 것 같다. 대충 가늠해보니 14km정도 걸었다. 첫 날부터 이러면 서울까진 어떻게 가나.. 그러게 아까 포항에서 버스를 기다렸어야.....OTL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 영덕군 강구면 강구시외버스터미널 : 군내버스  1,200원(현금) 15:17-15:28(11분)
같이 버스를 기다리던 분께서 거지이모 더러 왜 혼자 다니느냐고 뭐라하듯 물어봐서 말문이 순간 막히면서 입에 파리가 들어갈 뻔..ㅋ 그러게요, 거지이모 혼자인 건 왜 때문이죠? ㅎㅎ




영덕의 군내버스는 따로 번호도 없고 또 교통카드도 쓸 수 없다. 현금으로 내도 되긴 하지만 이렇게 터미널 혹은 매표소에 자판기가 구비되어 있으니 돈 더 내는 것도 아닌데 표를 끊도록 하자.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수단일 수도 있으니....




영덕군 강구면 강구시외버스터미널 → 영덕군 축산면 도곡리 : 군내버스  2,900원(현금)  16:44-17:19(35분)
그래도 남들보다 버스를 많이 타봤다고 여기는 거지이모. 여태껏 탔던 그 모든 노선 중에 가장 아름답고도 아찔한 노선이 바로 강구에서 축산가는 게 아닐까 싶다.




거칠은 바다를 코앞에서 볼 수 있음은 물론이요, 절벽을 구비구비 휘감은 길을 순식간에 내달리는 속도감까지 완전 장난이 아니다. 많이들 손꼽는 부산 산성로드킬? 서너번 타봤지만 여기에 비하면 우숩다. 거긴 사고 나면 몇번 구르고(?) 말잖아?(예전 교통사고로 죽은 승객들에겐 명복을....) 하지만 여긴 구르고 굴러서 바다속으로 빠진다고! 수영을 못하는 거지이모는 살래야 살 수가 없어 ㅠㅠ
하필 뒷자리 높은 곳에 앉은 거지이모는 커브길을 돌 때마다 절벽 아래로 때리는 파도를 보며 덜덜덜 떨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고개를 조금만 올리면 보이는 푸르디 푸른 바다에 흐뭇해했다고 한다. 버스타면서 밀당해보기는 또 처음. ㅋㅋ




영덕군 축산면 도곡정류소 → 영덕군 영해면 영해버스터미널 : 군내버스  1,300원(현금)  17:48-17:54(6분)
축산이 목적지가 아니라 영해를 가려고 한다니 아즈씨가 도곡삼거리에 내려주셔서 도곡에서 영해가는 버스를 탔다.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사람들(이래봤자 어른3명, 학생4명, 군인3명. 잉? 많네!ㅋ)이 하는 얘길 들으니 오늘 영해에서 무슨 행사가 있단다.




삼일절 하면 민족대표33인이나 유관순 언니야만 떠올리지만, 이곳 영해에서 천안이나 화성보다 먼저 만세운동이 일어났다고 한다. 독립을 향한 피끓는 마음이야 지역이 어딨겠느냐만, 그래도 지역행사로 끝나지 말고 좀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순국선열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헛되지 않아야 할텐데..




영덕군 영해면 영해버스터미널 → 울진군 후포면 후포터미널 : 군내버스  2,900원(현금)  18:40-19:15(35분)
오늘의 마지막 버스. 후포에서 울진/평해 가는 버스가 워낙 일찍 끊기니 어쩔 수 없이 후포에서 1박을 해야 한다. 후포에 들어서 한마음광장을 거쳐 터미널까지 오는 동안 주위를 재빠르게 스캔해봐도 딱히 갈만한 곳이 안 보여 초조했지만,




거울돋는 창문이 인상깊은 어느 모텔에서 정신없이 잤다고..
1층에 목욕탕이 있어서 그런가, 방이 뜨끈뜨끈해서 그건 맘에 들더라. 다만 자다 일어나 창문에 비친 거지이모 모습에 깜짝 놀랐다는 건 함정. 첨엔 창문도 없는 줄 알았잖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