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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사람사는 세상 : 김해 봉하마을

by 거지이모 2014. 5. 16.

퇴임 이후 계속 가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 결국 그런 일이 생기고 한동안 잊고 있다가, 이번 5주기를 맞아 가기로 했다. 제 때 가면 사람이 너무 많을 듯 하여 일주일 전에 움직인다고 한 건데, 가는 길이 이리 힘들 줄은 몰랐네. 어지간한 농어촌 버스는 타봤지만 김해 같은 도시 인근이 이리 열악할 줄은 몰랐다. 다분히 의도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2014년 5월 16일 금요일  김해 봉하마을

두어시간이 더 지나서야 겨우 도착한 곳은 노오란 바람개비가 반갑게 맞아주더라.



우리는 사람사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저 높으신 분들은 버러지들이 들끓는 세상에서 고고히 살고 계신다고 생각하나봐. 그러니 제천명인 목숨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질 않아. 되려 큰소리야. 에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와 퇴임 후 사저. 묘역에서 나오는데 의전차량이 지나간다고 사복경찰이 거지이모를 잠시 기다리게 하더라고, 미안하다면서. 물어보니 여사님이 나오신다고.. 여기서 계속 살고 있는 심정은 오죽할까....



묘역 주변으로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생태공원으로 꾸민다고 했다. 기념일이 아니면 아무도 찾지 않는 현충원보다는, 모든 이들이 기억하고 추모하면서 찾는 이 곳이 더 의미있겠구나..



수반(水盤), 마음을 비추는 거울. 묘역에 들어가기 전 마음을 정돈한다.



묘역을 설계한 승효상 선생님의 설계 의도가 담긴 표지판인데, 수반에 들어서기 전에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싶..



단지 자갈이 깔린 물 웅덩이일 뿐이지만, 위치와 쓰임에 따라 뜻을 더하게 된다.



대통령을 추모하는 국민의 마음이 담겨진 박석.



헌화대와 너럭바위, 곡장이 사자바위를 배경으로 거지이모를 맞이한다.



헌화대에서 본 부엉이 바위.



짧디 짧은 민주주의 역사에 그나마 상식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봉직한 두 대통령이 이렇게 이별했다.



묘역과 자연을 경계하는 곡장(曲墻).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냐던 그 분은 결국 자신을 낳아준 땅으로 돌아가셨다.



불과 6년 반만에 겨우 기초를 다지던 상식과 원칙이 다시 사라져버린 세상이 도래했다.
단지 먹고 살자고 밖으로 나온 사람들에겐 무자비한 공권력을 들이대면서 수백명의 인명을 앗아간 사람 서넛에게는 어쩜 그리 관대하고 너그러운 작태를 보이는 걸까..
그리고, 아흔아홉마리 양보다 잃어버린 한마리의 양을 찾아 헤매이는 목자의 마음을 설파하셨던 예수님의 가르침은 이제, 대한민국에선 무효한 것이라는 걸 목사들이 보이는 한, 이 땅의 교회는 죽은 것이라 다름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