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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시내버스로 부산에서 강릉가기 : 울진-강릉

by 거지이모 2014. 3. 25.

2014년 3월 19일 화요일  울진-강릉


후포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물이며 군것질거릴 좀 사면서 박카스도 사서 마셨다. 어제 뜻하지 않게 좀 걸었고, 오늘도 걸어야 하며, 내일도 걸어야 해. 그렇다고 이게 뭐 효과가 있겠냐만 플라시보 효과라도 좀 보자! ㅋㅋ




울진군 후포면 후포터미널 → 울진군 북면 부구터미널 : 군내버스  1,500원(현금)  07:20-08:48(88분)
아즈씨한테 부구 도착이 언제쯤이냐고 물었더니 9시는 돼야 된다고 하셔서 창 밖 구경 좀 하다가 안심하고 푹 잤다. ㅋ




일생 대부분 서향이었던 방에서 지냈던 터라 따사로운 아침햇살을 맞으며 눈뜨는 게 나름 로망이었는데, 동향이었던 기숙사에서는 아침해가 그리 못마땅하더라! ㅋㅋ 그래도 또 이리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울진 부구에서 삼척 호산을 이어주는 버스는 하루에 딱 1대 뿐인데 오전 7시 40분 출발이다. 그래서 당연히 호산까지는 걸어야 한다....하하.. 죽변에서 호산으로 가는 버스도 있긴 하지만 그것도 오전 7시 45분 출발이라 후포에서 1박을 하는 한, 탈 수 없다.
어차피 걸어야 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배나 든든하게 채우자 싶어서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부구에서 호산가는 길은 나곡리와 월천리를 거치게 되는데, 나곡리 끝자락에 고포라는 마을이 있다. 거기서 호산가는 버스가 1시간에 1대꼴로 있으니 호산까지는 안 걸어도 된다며 어제보단 덜 걷는다며 으쌰으쌰 가는데, 갑자기 버스가 쌩~ 하니 지나간다. 이상하다, 호산가는 버스는 진즉 지나갔는데, 뭐지? 얼른 다시 검색해보니 부구에서 나곡가는 버스가 있단다, 그것도 10시에.. 아! 거지이모바보형..




오르막을 한참을 오르고서야 여기가 강원도라는 걸 깨달았다. 갑자기 내일 걸을 게 두려워졌다. 심지어 거긴 정선인데..ㄷㄷ




얏호~ 이제 이 내리막길 1km만 걸어가면 고포 도착이닷!
그런데 바람은 억수로 불어대서 마주하기가 어려울 정도이고, 경사는 너무 심해서 발이 신발을 뚫고 나오기 일보 직전이다. 어느 한 길도 쉽게 허락해주질 않는구나. ㅎㅎ




지붕 색깔이 달랐다면 마을이 있는지도 몰랐을 거다. 10여가구 조금 더 될 법한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경상북도와 강원도 경계에 있어 주민들의 불편이 많다고 해. 이 작디 작은 마을에 이장님이 2분. ㅎㅎ 심지어 같은 마을 앞 집에 전화걸 때도 지역번호를 눌러야 된다니 이것 참.. 이런 상황이면 당연 통합이 되어야 할텐데, 어로와 관련해 행정당국이 서로 양보를 안 하려고 하니 주민들만 낭패다.




2005년 기준, 19년째 범죄없는 마을이라니 앞으로도 11111117년 더 범죄없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집집마다 돌미역 판다는 알림판이 있다. 사올까 싶었다만 있는 짐도 버려야 할 판국에 더 늘릴 수가 없어서 포기.




울진군 북면 부구리 부구터미널 →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 고포마을 : 도보  5.95km  09:29-11:26(123분)
한적한 바닷가 모래사장을 걸어볼까나는 개뿔, 매서운 바닷바람에 입 돌아갈 정도여서 버스정류장 안으로 숨었다. 버스가 오는 소리에 벌써 왔나 싶어 보니, 군인오빠야들을 태운 미니버스가.. 바로 위에 철벽부대 29소초가 있.. 어디선가 짠내가......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 고포 → 삼척시 원덕읍 호산 : 50번  1,090원(카드)  12:40-12:49(9분)
부구에서 올 때는 한참이었건만 호산가는 건 금방이네. ㅎㅎ




삼척시가 대대적으로 각종 발전소를 유치하고 있단다. 여기는 그 중 하나인 LNG 생산기지 인 듯 하다. 화력, 원자력 가리지 않고 죄다 이곳으로 끌어 모으고 있으니, 대체 삼척시장은 무슨 생각일까..




삼척시 원덕읍 호산 → 삼척시 남양동 삼척종합버스정류장 : 24번  1,090원(카드)  13:15-14:16(61분)
날씨가 오전과는 달리 심상치 않은 게 잔뜩 흐리다.




무섭게 들이닥치는 파도, 흠좀무.




삼척에 도착하니 다음 버스까지 남은 시간은 4분. 하지만 인생의 큰 고민이 휘몰아쳐 오길래 일단 살고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콧털 휘날리게 뛰어댕겼.. 1분을 남기고 정류장으로 뛰어갔지만 버스는 유유히 사라지고 있었다. '왜 아즈씨는 1분이나 먼저 출발해요!?!???!!' 라며 입 다물고 외쳐보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손목시계가 1분 늦더라곸ㅋㅋㅋ
삼척터미널 앞 작은 까페에서 좀 쉬었다. 어차피 빨리 빨리 간다한들, 강릉에서 1박해야 할테니..




삼척시 남양동 삼척종합버스정류장 → 강릉시 옥계면 옥계면사무소 : 91번  1,850원(카드)  15:40-16:39(59분)
호산에서 올 때는 걍 길에 내려주지만 터미널 방면으로 걸어가다가 터미널로 방향틀지 말고 그냥 직진하면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다. 이걸 묻느라 소중한 거지이모의 1분을 허비한 탓에 버스 놓쳤..




삼척시 옥계면 옥계면사무소 → 강릉시 옥천동 강릉여고 : 110번  1,450원(카드)  16:51-17:24(33분)
드디어 마지막 버스다. 여기도 강릉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내 느낌이 나는 곳을 가야 도착한 느낌이 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ㅋ




어제 부산에서 출발한 이후 처음 터널로 들어섰다. 이제 본격적으로 강원도 내륙으로 들어가는 건가..




강릉에 도착하면 엄청 뿌듯할 줄 알았는데, 아직 서울까지 가야할 여정이 남아서 그런가 약간은 시큰둥해서 스스로도 조금 당황스러웠다. 부지런히 다녔으면 선교장이라도 가봤을텐데 그건 좀 아쉽더라. 어쨌든 무사히 잘 도착했으니 감사합니다.
정리하면,
부산에서 강릉가는 2일 동안 버스 15대를 21,630원으로 680분간 탔다.




중앙시장 광덕식당 소머리국밥이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갔다.




강릉가면 먹으라던 떡갈비, 닭강정 따위.. 0.00005% 정도 느끼했다만 거지이모 마음속 국밥집 추가.
뜨끈한 소머리국밥 뱃속에 가득 채우고는 찜질방으로 유유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