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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당신은 이런 돼지입니다 : 부산 영도

by 거지이모 2019. 6. 25.

2019년 새해를 맞아 부모님과 영도 나들이. 영도 토박이는 여길 벗어나면 망한다고 했다지. 원도심과 가깝지만 서울의 여의도와는 달리 약간 소외된(?) 그런 곳이었다, 거지고모 어릴 때만 해도. 가끔 소풍으로 태종대를 갈 때나 갔던 곳이었는데, 요즘 핫플로 떠오른 곳.

 

 

 

2019년 1월 1일 화요일   영도

 

옛날에는 영도다리를 건너야지만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맨날 부모님은 울면 영도다리에 버린다던가, 영도다리에서 줏어 왔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하시곤 했었지. 그래서 한번은 정말 영도다리로 한참을 걸어가서 진짜 부모님을 찾은 적이 있다는 고리적 이야기. 이제는 남항대교가 생겨서 수월하게 입도할 수 있었다.

 

 

영도대교 초입에 유명하다는 보리밥집에 가서 슥슥삭삭 비벼 먹고 왔다. 명란젓이 들어가니 짭조롬한 게 색다른 맛이었고 삼삼한 듯 한 된장찌개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가격이 모든 단점을 덮음.

 

 

 

 

흰여울 마을로 가기 위해 해안길을 조금 걸었다. 예상했던 대로 칼바람이 몰아쳤지만, 그래도 삼다도만 하랴.

 

 

 

 

영도와 송도를 잇는 남항대교. 진짜 저 다리 없었을 땐 차 밀리고 그래서 한 시간 걸렸는데.... 다 옛날 얘기.

 

 

 

 

목적지인 흰여울 마을은 근처도 못 가고 대신 비토닉을 갔다. 신기산업은 당연히 자리가 없겠지 하고 갔는데, 여기도 마찬가지. 그래도 운 좋게 얼마 기다리지 않고 창가에 착석. 교수님께서 공부해보라고 추천해 주신 윤재민 건축가에 의해 재탄생된 공간이다.

 

 

 

 

음.. 커피나 케이크는 그저 그랬다. 카페의 기본은 커피일텐데 SNS를 타고선 그걸 잊으면 어쩌자는 건가.

 

 

 

 

대신 이곳에서 보는 부산의 풍경이 다 했다. 영도부터 북항을 지나 신선대까지, 그리고 저 멀리 오륙도와 해운대 마린시티까지 보이겠더라고. 북항 재개발이 완료되고 나면 여기도 어떻게 달라질 지.. 수년 전 이곳을 달궜던 한진중공업과 희망버스. 누군가의 피눈물이 맺힌 그 풍경 마저 그림이 된다며 레트로의 필터에 덧씌워져 한낱 피사체로 전락하는 모습.

 

 

 

 

주차선에 맞춰 도열한 레미콘 차량과 일반 차량의 모습에 뜻 모를 희열.

 

 

 

 

기대지 말라면 더 기대고 싶은 게, 알다가도 모를 사람 마음.

 

 

 

 

이렇게 2019년의 첫 날을 보냈다.  그리고 알고 보니 거지고모는...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지저분한 돼지였고, ㅋㅋㅋㅋㅋ

 

 

 

 

조카에게 술꾼으로 기억되는 고모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닌 게 아니라, 거지고모 최애 맥주는 빠질 수 밖에 없어. 카스나 하이트 따위였으면 화냈을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