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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빈둥빈둥

부내나는 분들의 격조(?)있는 앞마당 : 본태박물관 / 비오토피아

by 거지이모 2013. 4. 30.

수강 중인 수업은 아니지만 기회가 되어 낑겨 간 답사 2번. 두 곳 모두 부내나는 분들의 의뢰로 만들어졌다.
하긴, 부내나는 분들이 아니면 돈 못 버는 직업이긴 하네.



2013년 4월 13일 토요일


부내나는 사모님의 개인 소장품이,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본태(本態)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우리를 위해 나오신 직원께서 뭐라고 설명해 주셨는데, 일행보다 몇 걸음 느리게 걷는 거지이모는 못 들음.
근데 건물과 지붕의 어울림이 낯설었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거대 지붕이 특징적인 일본 절과 유사한 느낌이 들었다. 거지이모의 비루한 기억을 더듬어 더듬어, 교토에 있는 히가시혼간지가 떠오른다는 말씀. 아님 말고~




안도氏 하면 자동검색어인 노출 콘크리트.




만약 본태박물관이 걸작으로 평가받는다면(?), 그건 바로 이 자리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날씨가 좋을 땐 마라도까지 보인단다. 후아~ 손도 거지인 거지이모가 찍어서 사진은 구리게 나왔다만..




전시품 중 단연 최고라는 감탄이 나올 만한 보자기.




두 벽면에 소반과 보자기가 가득 전시되어 있다. 진짜 탐나는 도다!




안도氏가 나름 신경쓴 티? 한숨이 나왔던 지하 속 탑에 비하면.... 명상에 갇힌 사랑채에 비하면....




2층 한 켠에는 안도 타다오의 드로잉이나 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건 박물관 공사 사진인데, 저 종지가 설계에 반영된 거란다. 아무리 보고 봐도 또 보고 봐도 고개가 갸우뚱 할 뿐. "아~" 하고 납득이 가야하는데, "에~?" 라는 의문이 드는 건, 여기가 거지이모 맘에 안 들어서 그런 걸까.
부내나는 사모님의 소반이며 보자기, 노리개, 뒤주 등등은 탐이 나는데, 그걸 담은 이곳은 전혀 탐나지 않는다. 이름마저 생소한 본태(本態, 같은 의미의 원형原形이 더 자연스럽지 않나?)에 걸맞지도 않다 싶고.. 안도氏의 건축물을 본다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던 거지이모의 맘도 짜게 식었다고.. 성산에 있는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 게니우스 로키) 재탕 같이 느껴졌다고....
하긴 거지이모가 뭘 알겠어. 담에, 다다음에 다시 보면 또 다르겠지. 녀성의 마음은 갈대와 같느니! ㅋ
근데 진짜, 안도氏! 생뚱맞게 탑 2개 넣은 건 누구 아이디어입니까? 거지이모가 부내나는 사모님이었다면 화냈을 거야! -_-;



2013년 5월 11일 토요일

작년에 방주교회를 보고 이타미 준에게 뿅뿅 간 거지이모. 이번 답사는 그가 설계에 참여한 비오토피아를 간다기에 차 빌려서 슝슝~


부내나는 분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비오토피아.




부내나는 분들이 사는 동네 앞마당.
나무도 있고, 물도 있고, 잔디도 있고, 천연기념물도 서식중이고, 자그마한 구릉도 있지만, 거지이모가 애정하는 이타미 준의 건축물도 몇 개 있다.




여기는....?




물에 비친 하늘, 하늘이 보이는 물




마주보는 벽면으로 바위가 있다.
저 바위 위에 앉으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눈이 부시고, 귓가엔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렸다.
실제로 부내나는 몇 분들은 이곳에서 명상도 하고 책도 읽고 그러신단다. 이불 속에서 부시럭대며 만화책이나 끄적이는 거지이모에겐 짠내가 난다. ㅎㅎㅎ




어솨, 거지이모야.




졸졸졸 물소리가 들리는 이 곳은 물 박물관.




여기는.....?




나무들이 자그마한 틈을 두고 차곡차곡 이어져 있다.




그 틈새로 바람이 지나간다, 빛이 흩어진다, 소리가 쏟아진다.




바람이 햇살처럼 쏟아지는 이 곳은 바람 박물관.




주택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찍지 말라고 해서, 프라이버시 따윈 없는 거지이모의 그림자 등장!




여기는.....?




한줄기 자연광과 다수의 인공조명, 그리고 어두운 바닥의 역설적인 투명함으로 공간이 아늑하게 느껴진다.




1층에서 찍은 천장의 모습. 대체 왜......?




깍지를 끼며 가지런히 마주한 손이 보이는 두손 미술관.




이곳은.....?




강렬한 한줄기 빛이 평석에 머문다.





시선이 머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돌에 비친 빛의 형상이 바뀐다.




고정적인 돌 위에 비치는 가변적인 빛의 형상이 다양한 이곳은 돌 박물관.
이 곳이 이토록 녹슨 건 다름 아닌 제주의 물과 바람 때문이다. 녹슬까봐 녹슬지 않는 부재를 가져왔건만, 결국 녹슬게 만드는 무서운 섬. ㅎㅎ

부내나는 분들만 살고 있는 섬 속의 섬, 비오토피아(Biocenosis+Tope+Utopia). 마스터플랜과 빌라는 이나치 가즈아키, 타운하우스와 박물관은 이타미 준이 설계한 이 곳은, 인간의 손길이 최소한에 그친다.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지형까지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산방산이 바로 보이는 풍경도 뛰어나다. 가히 비오토피아라고 뽐낼 법 하다 싶으다.
삼삼오오 걸어가면서 다들 돈 많이 벌면 여기서 살고 싶다며 얘기하는데, 같이 갔던 어떤 분은 싫으시단다. 나이들수록 사람들이랑 부대끼며 북적북적 사는 게 좋으시단다.
어디가 무릉도원일까..? 적어도 누구누구만 들어오라며 막아서는 곳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행복하게 사는 곳이 무릉도원 아닌가. 하지만 그래서 현실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지상낙원이겠지. ㅠㅠ



답사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차를 이대로 반납하기엔 조금 아쉬워서 누구님과 함께 조금 더 움직였다.


여기는....?




성산에 있는 카페 코지.




뭐든 잘 먹긴 하지만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 빵인데, 여기 껀 아주 많이 무척 정말 굉장히 숨넘어가게 맛있었다. 배고픈 다리를 봐서 그런가? ㅋㅋ





이타미 준을 꿈꾸며 포크를 놓으면서 짠내나는 거지이모의 부내나는 동네 탐방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