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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오픈하우스 서울 II : 서울

by 거지이모 2019. 12. 10.

오픈하우스 서울 2일차.

전날 부천에서 햄버거 먹고 서울로 돌아와 숙소 근처에서 친구랑 치맥 했더니, 아침인데도 보름달이 지지 않았다.. 체크아웃하고 조금 일찍 도착해서 연세대 정문에서 길멍.

 

 

 

2019년 10월 20일 일요일   서울

 

 

#3 스페셜 프로그램 대학의 원형을 만나다 _ Tour 연세대학교, 기독교 사학에서 만나는 대학 캠퍼스의 전형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리 신청했었는데 착오로 어제 못 받은 기념품을 받고서 인솔자인 이연경 교수님의 설명을 따라 투어를 시작했다. 재작년에도, 지난 내셔널 트러스트 답사 때도 그렇고, 이연경 교수님은 알기 쉽게 쏙쏙 설명을 참 잘해주신다.

 

 

 

 

본관으로 가는 백양로에 은행나무가 이쁘게 줄지어 있다. 센스 넘치는 교수님이 사진 잘 나오는 지점까지 알려주시는 배려 덕에 다들 여기서 사진 찍느라 찰칵찰칵. 걸어오는 사람은 좀 뻘쭘했을 듯..... ㅋㅋㅋㅋ

 

 

 

 

반대편에서 본 백양로.  단풍잎이 나부끼는 깊은 가을날엔 운치가 장난아니겠네. 비오는 날은 또 어쩔 거야! 좋아하는 선배나 썸타는 동기랑 걸으면 이 길고도 긴 걸음걸음이 순식간에 축지법이라도 쓴 듯 사라질 것. 거지고모의 모교들은 하나같이 산 중턱이라 이런 그림이 안 나와. 고바위를 등반하느라 숨이 턱턱 차오르고, 등 뒤로 땀은 줄줄 흐르고, 화장한 거 다 무너지고.... ㅋㅋㅋㅋㅋ

 

 

 

 

미국의 머피 앤 다나 아키텍츠가 설계한 연희전문학교의 초기 마스터플랜이 지금까지 나름 잘 유지되고 있다. 이곳과 유사한 형태로 일본의 릿쿄 대학과 중국의 칭화대가 있다고 한다. 본관인 언더우드관을 중심으로 좌우에 스팀슨관, 아펜젤러관과 학교의 설립자인 원두우(元杜尤) 박사님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기숙사형 교육기관으로 학습과 생활의 일체화를 꾀해 근대인이자 종교인으로서 조선의 엘리트로 교육하고자 했다고 설명해 주셨다.

 

 

 

 

마스크 끼고 청송대를 오르자니 숨이 헉헉 차오르는데 아이고 거지고모 살려! 하고 속으로 외치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최문규 건축가의 대학법인본부.

 

 

 

 

키작+느림보 걸음이라 건축양식보다 앞사람이 더 보이던 대학 사택 중 하나. 당시 대학들은 기숙사 뿐만 아니라 교수 사택도 같이 지었는데 리모델링한 법인본부도 그 중 하나였고 청송대를 중심으로 일종의 사택마을이 꾸려졌다고 한다.

 

 

 

 

총장공관과 영빈관 옆에 있는, 아직 남아있는 사택. 대문이 잠겨 있어서 아까처럼 외부만 봤다.

 

 

 

 

1500년대 영국의 대학이 원형인 대학고딕양식은 튜더고딕 혹은 중세 수도원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중정을 두고 건물이 늘어서는 구조인데 ㅁ자형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ㄷ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관 지하에는 식당이 있었는데, 생활과 교육의 일체를 꾀했던 근대 교육에서 비롯된 것. 영화 <해리포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거라고 하셨다. 그래, 해리가 밥 먹을 때도 교장쌤이 계셨지.

한편 건축물 파사드에 덧댄 돌들이 조금씩 다른데, 건축 시기에 따라 구할 수 있는 재료가 한정적이있기 때문이라고.

 

 

 

 

핀슨홀은 지금 윤동주 기념관이 되었는데, 윤동주가 살던 기숙사였다고 해. 한국전쟁 때에는 군인기숙사로도 사용됐을 거래 추정되고, 음대와 법인본부에서 사용했다고 하셨다. 핀슨홀이 지어지고 당시에 잡지 <개벽>에 탐방기가 실렸는데, 내부 화장실과 세면실이 있다는 것에 놀라워 했다고 한다. 아직도 화장실이 집 밖에 있는 산간벽지도 있으니까 100여년 전엔 놀라 까무라칠만 하지.

 

 

 

 

어쩌다 운이 좋아 공사중이지만 내부를 들어갈 볼 수 있었다.

 

 

 

 

 

동주오빠가 만졌던 손잡이와 난간을 지나,

 

 

 

 

동주오빠가 살았을 기숙사 3층. 오빠 덕에 이렇게 잘 먹고 잘 사네요. 거지고모도 부끄럼 없이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네요.

 

 

 

 

구조보강공사가 한창인 2층은 1층과 구조가 달라서 기둥에 안 맞게 구획되었다고 한다.

 

 

 

 

동주오빠도 평화로운 시절에 학교를 다녔더라면 밤새 놀다가 몰래 창문도 넘었을테고, 친구가 빼먹고 간 책이며 옷을 창 밖으로 던져 줬을테고 수업째고 딴 짓도 하고 그랬을텐데.. 가만히 눈을 감고, 거지고모의 대학시절을 덧입혀 보았다. 새삼 독립을 위해 싸우신 분들의 피땀어린 희생이 감사하다.

 

 

 

 

언더우드관은 언더우드 일가를 기념하기 위해 이들이 살던 사택을 기념관으로 조성했다. 한국전쟁으로 지붕이 소실되어 그 구조와 형태가 변했고, 1930년대 원형에 최대한 맞게 복원되었다.

 

 

 

 

여기는 별관이겠지? 답사일행이 언더우드관 내부로 들어가 있는 동안, 거지고모는 마당과 정원을 서성였다.

 

 

 

 

본래의 생활로 서서히 돌아가야 하는 지금,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연세대 투어가 예정보다 길어진 관계로 양해를 구하고 강남으로 이동했다.

인생도 저렇게 명확한 이정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뚱맞게 지 혼자 솟은 사우론의 눈. 몇년 뒤 현대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가 들어서면 쌍으로 솟아오르겠군.

 

 

 

 

청담역 3번 출구를 오르는 길.

 

 

 

 

#4 SKM ARCHITECTS 켄민성진

본격적인 프로젝트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보여주신 영상과 해설이 인상깊었다. 건축 스튜디오 견학에 항상 빠지지 않는 사람들의 질문 중 하나가 설계에 영감을 주는 것에 대한 건데, 그걸 영상화해서 모호한 화법으로 애매하게 말하시는 기분. 근데 그게 정말 애매하고 모호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여러 프로젝트에 대해 알려 주셨는데, 역시나 아닌티 금강산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금강산과 개성관광이 시작되면서 곧 부산에서 기차타고 평양지나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갈 거라고 기대했다가 716503 덕에 잊었다가 트럼프랑 김정은이 정신차리면서 종전선언하면 다시 가능할 줄 알았는데..

각설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간적 물리적 경계가 확장되고 한계가 옅어지는 지금, 건축은 시대적 현상을 이해하고 선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폐부품으로 말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취미와 직접 가꾼 옥상정원이 아름다웠던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