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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오픈하우스 서울 I : 서울-부천

by 거지이모 2019. 12. 10.

오픈하우스 서울 프로그램 일정이 공개되고 나면 항상 고민에 휩싸이게 되는데, 터질 게 뻔하지만 그래도 지원해볼 것인가 아님 그 시간에 상대적으로 덜 몰리는 데를 시도해볼 것인가.. 첫번째 주말에 가나, 그 담주에 가나. 내가 가는 주말에는 지인들과 만날 기회가 생길 것인가.. 시간표를 짜도 동선이 꼬이면 또 낭패. 수강신청보다 더 힘든 오픈하우스 서울 시간표 짜기. ㅎㅎㅎ

 

 

 

2019년 10월 19일 토요일   부산-서울

 

 

집합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들른 태릉 스타벅스 공릉DT점. 대도시답게 빠르게 창가자리부터 사람이 앉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다 찼다. 거지고모도 책 하나 읽으려고 펼쳤으나 따스이 스며드는 햇빛을 받으며 쿨쿨쿨.

 

 

 

 

#1 대학의 원형을 만나다 _ Tour 김수근, 김중업, 김종성, 이광노의 육군사관학교

간단하게 신분확인을 마치고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육사 관계자께서 육군사관학교에 대한 소개를 대략적으로 해주셨다. 대학 교육과 군사 훈련을 동시에 하니 당연하게도 문/이학사와 군사학의 복수 학위가 주어진단다. 그럼 유대위님도 복수 전공 하셨겠군.

 

 

 

 

 

육군박물관, 김중업, 1983

여기서부터는 한양대 정인하 교수님께서 김중업의 생애와 건축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이건 뭐 전공자라면 모를 수가 없는 시그니처(?). 육군박물관은 박스 형태의 사무동과 원통형의 전시동이 연결돼 있다.

 

 

 

 

 

김중업의 설계는 프랑스 귀국 후의 초기와 추방돼 미국으로 갔다가 귀국한 후기로 나눌 수 있는데 이곳은 후기 작품 중 하나라고 하셨다.

 

 

 

 

 

미국을 다녀온 후 루이스 칸의 영향을 받은, 천창과 스테인드 글라스가 접합부의 디자인적 특징.

 

 

 

 

필로티 위에 원통형 매스가 얹어진, 고인돌 같은 선사시대 상징물에서 모티프를 얻었고, 중정의 바닥은 연못이었다가 소음으로 메웠다고, 기둥 역시 내부였다가 외부로 돌출시켰다고 한다.

 

 

 

 

르 꼬르뷔제 아래에서 일하던 시절, 인도 찬디가르의 설계 경험이 적용된 것 같다고 하셨다. 다소 스케일이 과장돼 있고, 디테일이 약한, 투박함이 엿보이는 육군박물관.

 

 

 

 

육군기념관, 김수근, 1986

육사 전경을 보기 위해 전망대로 올라 가기 전에 내부를 조금 둘러보는데, 박/전氏가 쓴 현판이 있어서 기분이 나빠졌다. 이들은 오히려 육사의 수치가 아닐까.... 암튼.

 

 

 

 

홈페이지에서 미리 신청하면 누구나 캠퍼스를 둘러볼 수 있다고 하니까 봄에 이곳으로 소풍오면 정말 좋을 듯.

 

 

 

 

천주교 화랑대성당, 강석원, 2003

 

 

 

 

 

손잡이의 디테일이 인상적이었다.

 

 

 

 

원불교당, 양수인, 2016

원(圓)은 종교적 상징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이를 모티프로, 송판노출의 사각매스가 우리를 맞이한다. 벽돌을 어슷하게 쌓아서 다공성을 드러냈다.

 

 

 

 

 

1층에서 2층 예배당으로 올라가는 이 계단이 압권이었다.

 

 

 

 

육군사관학교본부, 이광노, 1980

국회의사당을 설계한 이광노의 작품으로 돔만 얹음 완벽한 쌍둥이 빌딩.

 

 

 

 

우당도서관, 김종성, 1982

미스의 버카디 멕시코 사옥에서 영향을 받은, 구축적 질서와 빛과 공간의 관계가 인상적인 곳이라고 했지만, 현재 공사 관계로 내부는 볼 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외부만 찍었네.

 

 

 

 

육사 프로그램이 끝나고 부랴부랴 지하철 타고 부천으로 이동했다. 토/일 고정픽과 내일 터미널 근처로 프로그램을 신청했더니 중간 동선이 너무 길어졌어. 한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감튀와 아아로 허기를 모면. 과거인 이 카페가 송풍실과 기계실이었다. 온갖 소음으로 가득 찼던 이곳은 이제 사람들과 위장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로 가득찼다.

 

 

 

 

#2 아트벙커 B39, 김광수, 2018

공장시설 주변에 위치했던 삼정동 쓰레기 소각장이, 부천의 도시영역이 확장되면서 시민들의 혐오시설로 민원이 지속되면서 폐쇄 후 방치됐다가 문화시설로 재탄생한 아트벙커 B39. 애초에 시민들은 수영장이나 주민센터, 도서관 등을 원했지만, 철거비용만 70억이 넘기에 대신 폐산업시설 지원사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띄게 됐고, 아직도 진행형.

 

 

 

 

김광수 소장님이 구석구석 다니면서 설명해 주시는데, 설계나 시공에서 애로사항이 너무 많았다는 게 팍팍 느껴졌다.

 

 

 

 

MMH _ 멀티미디어홀은 쓰레기 반입실이었는데, 1-3번 문을 통해  소각로로 쓰레기를 쏟아 부었다고 한다.

 

 

 

 

멀티미디어홀에서 쏟아부은 쓰레기가 여기 벙커로 쏟아진다. 이곳 높이가 39미터라서 아트벙커 B39로 명명됐다고 한다. 워낙 스케일이 큰 곳이라 작가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 된다고.

 

 

 

 

쓰레기 소각로였던 에어 갤러리는 중정이자 전시/공연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2층에 테라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천장을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소방시설 추가로 인한 공사비 증가로.. 그래서 천막이라도 씌우려고 했지만.....

 

 

 

 

이곳은 전체적으로 단열이 없는데, 그건 단열공사를 하면 과거의 흔적이 마감재에 덮이기 때문이라고. 스케일의 균형을 위해 복도의 천장은 일부러 낮췄고, 톤도 다운시켜 비오는 날의 스산한 느낌을 주려고 하셨단다.

 

 

 

 

유인송풍실은 덕트와 송풍시설이 있어 유해가스를 배출하던 곳이었다.

 

 

 

 

송풍실에서 덕트를 거쳐 유해가스를 배출하던 굴뚝은 산업시설과 오염시설의 전형적인 상징. 하긴 옛날에는 동네마다 목욕탕이 있어서 굴뚝을 보는 게 그리 낯선 풍경은 아녔다.

 

 

 

 

 

5층 크레인조정실로 올라가는 와중에 만난 사인.

 

 

 

 

크레인조정실에서 쓰레기 소각처리를 제어했겠지.

 

 

 

 

진짜 재투성이었던 크레인조정실 너머 벙커 상부 공간. 미완성인 이곳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무척 궁금했다.

 

 

 

 

SF물에 나올 법한 사인.

 

 

 

 

2층 사무실로 다시 돌아와서는 노리단 대표님께서 아트벙커 B39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해주셨고, 김광수 소장님께서는 역시 이곳의 설계과정과 다른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해 주셨다. 건축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선형적인 소각 동선과 과정에 평행한 배치와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는 것, 그리고 기존의 전시시설은 다양한 작가와 작품에 맞게 특징이 지워진 공간이었다면, 아트벙커 B39는 오히려 공간적 특성이 작가의 활동과 작품에 영감을 주는 곳이라고 하셨다.

 

 

 

 

부천시민들이 자주 찾아줘서 주변도 좀 더 활성화 됐으면 싶은 아트벙커 B39. 근데 진짜 벙커를 다이빙이나 스킨스쿠버가 가능하게 만들면 대박이겠다.

 

 

 

 

한 때 식도락에 빠져 정신없이 누비던, 체력100이었던, 수제버거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그 시절, 분당에서 부천까지 이거 먹으러 갔는데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동네에 살던 거지이모는 정말 대구 가는 거 보다 더 힘들게 갔던 기억. 진짜 그 땐 무슨 천상의 맛인 줄 알았지. 지금도 이 가격에 이 정도 버거 먹기 쉽지 않다.

 

 

 

 

사는 동안 돈 많이 버시고 이대로 맛있게 만들어 주세요, 크라이치즈버거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