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밖에서 빈둥빈둥

미국 뉴욕

by 거지이모 2008. 12. 12.

Josh Groban singing "O Holy Night" at the Christmas tree lighting ceremony at the Rockefeller Center in NYC on December 4, 2002

뭐랴 캐롤을 들으며 휘여사 앨범을 뒤지던 중 이 아이의 동영상이 불쑥 튀어나왔다. 아, 낯익은 풍경이로고..

2002년 12월 4일.. 록펠러 센터 트리 점등식 보러 나간다니 오래비가 관광객 티 낸다며 놀래댔지만 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디카만 쟁여든 채 나섰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도 자리잡아 보느라 새벽에 나갔는데 오후 그 몇 시간 기다리는 것 쯤이야 하고 나섰다가 옴팡지게 덜덜덜 떨며 보던 기억이 난다. 두 번이나 밖에서 후덜덜하게 떤 탓에 휘여사가 팬사인횐가 뭔가 한다고 했던 날은 결국 안 나갔지. 지금 생각해보면 땅을 치고 통곡할 노릇이었다만..

크리스마스 트리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밤이 되면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트리에 불이 켜지면 다같이 환호하며 즐거워하는 광경을 상상하고 기대하며 나갔지만 현실은 바리케이트 뒤에서 오돌오돌 떨 뿐이고, 재미없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관한 비디오만 틀어댈 뿐이고, 제일 잘 보이는 자리는 방송국이 찜해둘 뿐이고, 블룸버그는 카운트다운 5분 전에 와서 얼굴 비추고 휑하니 갈 뿐이고, 땡 하기가 무섭게 사람들인 뿔뿔이 흩어지며 쓰레기를 버려댈 뿐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 그래도 저 아이 노래 참 잘 불렀던 걸로 기억된다. 저거 말고도 더 불렀었고, 다른 가수들도 있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네. 여자였는데..

어쨌거나 돌아오는 내내, 오래비 말을 듣지 않은 걸 후회했다. 행여나 자리 뺏길까봐 저녁도 안 먹고 기다렸었는데 트리가 너무 볼품없잖아! 안 이뻐! 남들처럼 스케이트나 탈 걸.. 돈많은 이들은 스케이트장 옆 레스토랑에 예약해놓고 거기서 보든데 가난한 거지이모는 그저 예약석 구경만 할 뿐이고....엉엉..

한 명, 낚이기만 해봐라! 내 혼자 크리스마스 트리에 낚일 순 없지, 암. 덱꼬 가서 스케이트도 실컷 타고 맛있는 식사도 하면서 열까지 헤아릴거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