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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빈둥빈둥

무작정 달린 날

by 거지이모 2011. 5. 5.
2011년 3월 31일 목요일

오늘은 기어이 늦잠을 자고 말리라 다짐했건만 고새 몸에 익은 배꼽시계에 절로 눈은 떠지고... 기계적으로 긱사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뒤, 걍 계속 누워잘까 어쩔까 하다 결국 주섬주섬 가방을 쟁여 길을 나섰다. 정문에서 10번을 타고 함덕으로 Go~~~
가 아니라 함덕에서 시외버스로 갈아탔지. 첨엔 새벽겉이 일어나 성산 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고 팠지만 버스 시간과 일출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했었지. 그래도 성산에나 가자며 나선 길이었지만 함덕이나 삼양가서 바다 보는 것도 괜춘타 했었어
도 걍 가려던 성산을 가자 싶어 걍 쭉~~~~ 성산으로 Go!
헌데 말이지,






거지이모는 어느새 저 곳을 향하는 배를 타고 있었다.
다음 정류소가 성산항이란 말에 무작정 내려 항구까지 가고 보니 배 시간에 딱 알맞게 도착한거야. 뭐 어쩌겠어, 우도 구경하고 가란 하늘의 인도하심일테지. ㅋ







우도 가는 길에 본 성산 일출봉, 무료 20년(?) 전에 저길 헉헉대며 올라갔었는데...





암튼 우도에 도착한 거지이모, 뭔 바람이 불어 자전거를 빌렸어? 2시간에 5천원이나 하던데, 그늘도 없는 해안길을 몇 시간씩 걷자니 좀 그래서.. 넘들은 오토바이나 카트 빌리던데 이 이모는 역시나 거지이모님이시니까! ㅋ 아, 근데 돈 받고 빌려주면서 녹슨 자전거 내놓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순박하신 (?) 어르신들!!! 평일이라 그런가 거지이모는 다행히 그나마 상태 양호한 걸로 빌리긴 했다만 이건 좀...







좁은 도로를 무자비하게 덮쳐오는 관광버스 피하랴, 역방향으로 불어오는 칼바람에 숨 넘어가랴, 헉헉대며 거북이같이 폭풍질주하던 거지이모는 눈 앞에 펼쳐진 서빈백사 해수욕장을 보곤 잠시 멈춥니다.
그러나 가까이 가 보니 관광 온 중딩들로 넘쳐납디다!







희한하게도 물 색깔이 딱 저기만 달랐다는...







동무라도 있었다면 같이 마구 내달렸을텐데...







요즘이야 현대식으로 지은 해녀 탈의실이 많지만 예전에는 저 곳에서 불을 피워 몸도 녹이고 옷도 갈아입었대, 이름하여 불턱.
여기 와서 늘상 느끼는 거지만, 저 제주의 담. 정말 오묘하다. 걍 쌓아놓았을 뿐인데 어찌 무너지지도 않고 매서운 칼바람에도 버티고 있는지 정말 신기함. 공든 탑이 무너지겄냐던 옛 속담에 딱 맞지 않은가!







바람이 씨게 불 땐 하나도 안 고맙던 자전거, 하도 오랜만에 타서 궁디가 다 얼얼했다는... ㅋㅋ







한때 우도를 지켰을 답다니탑망대. 올라갈 땐 몰랐는데, 내려올 땐 완전 무서웠음.
4.3 사건 당시에도 이 곳이 활용됐다는 거 밖엔 기억이 안 나네. 아, 갈수록 감퇴하는 기억력이여!







바로 뒤에 있던 식당에서 키우는 듯한 강아지. 개죽이가 생각나 아꼽다며 쓰다듬어 줄랬드만 거지이모한텐 절대 안 오대~
후각이 남달라 거지이모의 빈내를 맡았나? ㅋ





생각보다 날은 덥고 햇빛은 강렬한데 차림새는 초 봄이라 꽤나 더워진 거지이모, 이제 고만 어디서 좀 쉬얄텐데 하는 찰나,



아니, 이건 뭐야!







헐~ 여기가 어딤?






바, 바로 하고수동 해수욕장! 아.. 파탸간 동백 총각을 그리 부러워했건만 그건 다 부질없는 짓이었어!
사람도 없겠다, 이대로 훌훌 벗어던지고 풍덩~ 하고 팠으나,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도전 중인 제주에 몹쓸 짓이라 꾹꾹 참았다.
아니, 근데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엔 왜 목숨거는 거맨? 제주 출신 룸메가 늘상 하는 말, "거지이모, 사람들이 여기 왜 오는 지 모르겠어요, 제주 볼 거 없는덱!"







역시 가진 자의 여유였어, 이래 아름다운 곳이 있건만 볼 게 없다뉘!






이야, 요 스킨스쿠버 하면 직이겄네~ 하는디 디카님 배터리가 조용히 운명하셨다. 그래서 우도 사진은 여기서 끝. 흙흙...
글쿠 등대공원도 자전거 땀시 못 올라갔지. "하지만 뭐, 언제든 또 오면 되니께~" 하며 여유 부리는 거지이모 ㅋ






성산에서 배터리를 갈아 끼우고 보니 뭔 수학여행 온 애들이 그래 많던지 말야. 그래서 일출봉은 걍 구경만 하고 담에 오르기로 결정.
일출봉아, 19일에 우리 조카 가니께 그 날 날씨 좀 부탁혀~~





시간도 아직 서너시 밖에 안 됐고 이제 뭘 할까, 긱사로 돌아갈까 어찌할까 하던 차에 서귀포행 버스님하가 오시네? 낼름 탄 거지이모, 서귀포에서 뭘 하셨을까?








암만 냄겼다곤 하나 거진 절반 가까일 묵어 배가 터질대로 터질라카던 거지이모, 서귀포 시내를 좀 걸었다. 요긴 서귀포 시청.
이거 찍고 그 길 따라 그대로 홈플러스로 가주셔서 층층마다 댕기면서 배 꺼트리고 사람도 별로 없어 경쟁상대가 없던 시식도 좀 하시고(배부르다면서! ㅋ) 어영부영 놀았지비.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하며 5.16 버스를 타고 다시 긱사로~







그래도 오늘은 자전거 덕에 고생 덜 했다, 발아. 그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