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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빈둥빈둥

꽃보다 거지고모 III :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by 거지이모 2014. 1. 17.

이제 하루 정도만 남은 날. ㅠㅠ 흐바르 섬에 다니러 오려고 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 종탑과 마르얀 언덕을 오르기로 한다. 거지고모는 오랩 내외와 떨어져 두브로브니크로 갈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같이 가기로 했다. 지금이 비수기다 보니 버스시간도 들쭉날쭉하고 왕복 8시간의 압박과 함께 내일 오전에 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만에 하나 잘못되면 모두의 일정이 틀어지게 되는 거라 다음을 기약했다. 그 땐 시즌 중에 운행하는 페리를 타고 이탈리아에서 넘어 오리라!!



2014년 1월 12일 일요일  Bell tower of the cathedral of Saint Doimus, Split


이제 이런 풍경은 지겹다. ㅋㅋ




사흘동안 우리를 단련시켜 줬던 4층 계단. 첨엔 한숨만 나올 뿐이었는데, 이것도 오르다 보니 익숙해지더라곸ㅋ




일요일이라 성당은 미사를 드리는 중이라 못 들어가고 종탑에나 올라갔다.




하.. 솔직히 올라가는 거 자체는 막 힘들거나 그렇진 않았다. 여기 오기 전 4층 숙소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단련된 덕분이지. ㅋ
그저 '아, 숨차다!' 이 정도였거든? 근데 정말 두렵고 떨리는 건 높은 계단이 문제가 아녔다.




올라가다 고개를 돌리면 이런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풍경이 보여서 감탄이 절로 나오지만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순간 휘청하거나 방심해서 발을 헛디디거나 하면 그냥 아래로 추락하는 거다. ㅎㄷㄷ 그런 생각이 드니까 순간 이 철제 계단은 안전할까 하는 의심도 들고....ㅋㅋ




이런 저런 걱정하는 새 도착했다~~~~~아~~!
기둥 사이로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광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혹자는 체코보다 더 좋다더란 후기도..
























발칸반도를 따라 뻗어있는 디나르 알프스 산맥(Dinaridi)의 줄기겄지? 새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것도 아니고 새하얀 돌산을 보는 게 낯설어서 신기하더라고. 그리스 사람들이 대략 저런 느낌을 주는 올림포스 산을 보고 온갖 상상을 해냈구나 싶은 게..




나로드니 광장을 중심으로 뾰족뾰족 붉은 기와의 박공지붕들이 낯설면서도 아기자기 하더라고. 아마 외국사람들이 북촌을 보는 느낌과 비슷하겠지? 저 주택들이 다 몇백년씩 전에 지어진 거라 살기 불편한 점이 많을텐데도 지켜가는 걸 보면, 우리가 새마을운동이랍시고 마냥 개량했던 게 아쉽기만 하다. 심지어 나랏님도 기왓집에 살잖아. ㅎㅎ




좁은 골목길을 걸어다닐 때만 해도, 이리 비좁아 가지고서야 불편하다는 둥, 너므 등만 보고 걸어야겠다는둥 그랬는데, 막상 올라와서 보니까 신작로 마냥 뻫 뚫린 골목길이었다면 이런 풍경을 만들어내지 못했겠다 싶은게, 어떤 사물이건 사람이건 사건이건 다양한 면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런데 그 이면을 제대로 못 보는 게 현실이잖아.
거지고모도 몰랐던 거지고모의 뒷모습. ㅎㅎ 거지고모 눈에 안 보이는 그 모습까지 선한 향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려다 보는데, 엄두가 안 남. 괜시리 다리가 후들부들, 발가락 끝에서부터 저려 옴. ㅎㄷㄷ




그래도 우리 있을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아서 넷이서 찍고 까불고 떠들며 실컷 구경했지.




그 시절 이걸 짓던 사람들은 거지고모보다 더한 충격과 공포를 이겨내며 만들었겠지? ㅎㄷㄷ



Diocletian's Palace's underground complex, Split


이제 황제네 집 지하엘 가보자. 각종 기념품 가게, 꽃가게 뭐 등등이 들어서있다. 자옥누나야가 춤추던 곳. ㅋㅋ




길따라 직진하면 리바 거리가 나오는 남문(Porta Aenea)이다.
저~~기 계단에서 우회전하면 입구가 나온다.




매표하는 애, 시즌중에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완전 꿀알바임. 폰갖고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엌ㅋ.
희한하게도 종탑이며, 여기며 사람들이 없어서 우리끼리 씐나게 댕겼다.




황제네 궁전 복원도. 남문은 원래 황제의 개인 출입구였단다. 황제 시절 워낙 피를 많이 묻혔던 지라 바다와 인접한 문을 만들어 놔야 유사시에 쌩~ 하니 도망가지. 관람객들이 둘러볼 수 있는 건 바다에 면한 직사각형의 빌라동 지하이다.
표를 사면 복원도가 그려진 엽서를 주니께 거지고모처럼 굳이 사진찍을 필요는 없을 듯.




황제네 궁전이 160x190미터에 이르고 동시에 9000명이나 상주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이다. 그걸 이천년 가까이 오롯이 버티고 있는 저 장한 기둥들을 보라! 로마사람들의 건축술은 정말 기이할 정도다.




두둥! 이 냥반이 그 황제님이시다!
이 조각상을 만들라고 시키면서 지 맘에 안 들면 손목아지를 잘랐대. 그래서 이백여명의 손들이....ㄷㄷㄷ




여기서도 보게 되는 목잘린 스핑크스. ㄷㄷㄷ 얘네들은 뭐이리 잘린 게 많아?! ㅋㅋ




거지고모는 절대 잘리지 않겠어! ㅋㅋㅋ




거지고모, 저거 하나만 갖고 싶다. ㅋㅋ




아치가 직사각형 평면 위에 연이어 펼쳐진 배럴볼트 방.




길치인 사람은 길 잃기 딱 좋은 구조에다가 지하라서 퀘퀘한 냄새에다가 습한 공기가 대박!
이래서 지하 감옥이 존재하는 거구나 싶었다.
만 여긴 감옥이 아니라 올리브라 포도주 등을 저장했던 창고였단다.
그래서 올리브 짜는 도구 같은 게 발굴돼 전시해놨더라고.




이곳에서 발굴된 수도관이다. 물을 자유자재로 끌어들이기 보냈던 로마네 황제 집이니 말 안해도 알겠지.




관 하나하나마다 고유번호가 다 적혀있더라. 그 시대의 표식일까, 아님 발굴될 때 매겨둔 건지 알 수가 없더라고.




오랩은 빨리 나가자고 재촉하더니 도촬하는 건 뭐임? ㅋㅋ




매표소를 기점으로 동쪽을 둘러보기 위해 이동하는데, 천정을 저렇게 지지해 놨더라고.. 아닌게 아니라 가장 잘 보존된 로마 유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거지고모 눈에는 그저 방치된 게 너무 많이 보이더라.
심지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에도 궁전 안에 20여개의 건물신축을 추가로 허가해줬다가 반대에 부딪혀 보류했단다. 수세기동안 버려진 이 곳을 사람들이 들어와 사니까 폐허가 되지 않고 여태 남았던 거지만, 이제는 보존을 위해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궁리해야 하지 않겠어?
하긴 남대문 홀라당 태워먹은 나라 사람이 할 소린 아니구나....ㅠㅠ




코난이 비웃을 비루한 추리력을 동원해 보자면, 황제님하의 욕실이 아니었을까? 욕조가 하나 덩그러니 있잖아. ㅋ




도무지 짐작할 없는 방. 서쪽과는 안내판 하나 없고 설명서 하나 없어서 뭐가 뭔지 모를 노릇이었다.




지상에 있는 황제의 산책로와 연결된 지하 공간이다. 어두침침했던 서쪽에 비하면 굉장히 밝았다.




저 집은 어쩌면 황제가 뒹굴거리던 빌라였을 지도 모르겠네. 이봐요, 거기 수맥이 흐른다오! ㅋㅋ




이걸 보는 순간 여기가 독일이나 러시아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이라면 이렇게 방치하지도 기념품 가게 따위나 들어오게 하지 않았을 거고, 푸틴 엉아는 이런 걸로 통치에 이용하여 치적을 쌓으려고 했을테니 손 좀 봐줬겠지. ㅠㅠ




여기서도 발굴된 수도관. 크기가 조금씩 다른 걸로 봐서 용도나 사용처가 달랐겠지?



 

모서리의 맞닿음, 어디에 더 손을 들어주고 싶은가..!




우르르 쏟아질 것 같은 로마의 돌무더기! ㅎㅎ




지하에 있는 작은 정원.




거지고모가 걱정하나마나 이 궁전은 앞으로도 계속 남아있겠지 뭐. 피라미드도 여태 있잖아. ㅎㅎ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더니, 거지고모는 더 쓸데없는 사물 걱정. ㅋㅋ




로마 사람이 살다가, 달마티아 사람이 살다가, 슬라브 사람이 살다가 어쩌구저쩌구 크로아티아 사람이 살아온 흔적을 한 눈에 볼 수 있겠다.
다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님하의 궁전을 보러 왔다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나 하는 걸 보고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