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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빈둥빈둥

꽃보다 거지고모 II :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by 거지이모 2014. 1. 17.

어제는 대강 위치 파악했으니 오늘부터는 궁전 여기저기를 둘러보기로 한다?



2014년 1월 11일 토요일  Split


이 아파트 사람들은 좋겠다. 이런 아침 풍경이 그냥 일상인 거잖아. 바다면 보고 살면 우울증 걸린다는데, 여긴 마르얀 언덕도 같이 보이니 그럴 염려도 없고. ㅋ




284-305년까지 로마 제국의 황제였던 가이우스 아우렐리우스 발레리우스 디오클레티아누스(Gaius Aurelius Valerius Diocletianus)가 지 살라고 만든 궁전 복원도다. 엄밀히 따지면 황제로서 산 게 아니니 궁전이 아니지만.. ㅎㅎ 이 냥반은 황제직을 버리고 자기 고향 달마티아(Dalmacija)의 스팔라툼(Spalatum), 현재의 스플리트로 돌아왔다. 그리곤 농사나 지으면서 편안하게 여생을 보냈..?
으면 좋으련만, 영향력을 잃은 전 황제의 말로가 어땠을지 짐작이 되지 않아.....?




숙소 1분 거리에 있는 대기실(Vestibule)이다.
황제라고 하기엔 은퇴했으니 전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를 만나기 전에 대기하던 곳.




원래는 둥근 천장인 큐폴라(Cupola)였지만 전쟁으로 뻥 뚫렸다고 한다. 근데 그런 것 치곤 너무 동그랗잖아. 누군지 이쁘게도 망쳐놨네. ㅎㅎ 시즌 중에는 여기서 아카펠라 공연도 한다는데, 비수기인 지금은 거지고모 목소리만 쩌렁쩌렁 울렸다.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집에서 나오면 저 마당에 신하들이나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겠지. 숙소가 궁전 내부에 있다보니 거지고모도 전지적 황제관점으로 둘러보게 됐..ㅋ




페리스타일(Peristyle)은 기둥을 쭉 세워둔 마당으로 로마 건축의 특징 중 하나. 정면으로는 대기실을 지나 궁전으로 들어가고, 왼쪽에는 성 도미니우스 성당이 있다.
지금이야 아침이라 사람이 없지만 좀 있으면 계단에 방석과 작은 쟁반이 놓여져 있는데 다리 아프다고 어디 한번 털썩 앉아보자. ㅋㅋ




성 도미니우스 성당(Katedrala sv. Dujma)은 원래는 황제의 무덤이 있던 자리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황제 시절 기독교를 박해한 걸로 유명하다. 기독교인들이 두고두고 이를 갈았는지 묘를 다 때려 뿌수고! 그 자재로 성당을 만들어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박해로 목숨을 잃은 성 도미니우스에게 헌정했다. 부관참시도 끔찍한데, 아예 시신도 어딨는지 모를 노릇이란 걸 보면 대륙도 들썩였다는 점 하나 찍고 하는 복수는 아무 것도 아님. ㄷㄷ 원수를 사랑하라던 가르침은 어디에?
사실 종교로서 탄압하기 보다는 체제구축을 위해, 그리고 황제 자신의 신격화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기독교가 아닌 다른 이교도 탈탈 털렸지만, 이후 교황이 황제를 좌지우지했던 시절이 왔으니 죽어서도 곱디 곱게 있을 순 없겠지.
그리고 종탑(Zvonik splitske katedrale) 1100년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만들어졌다가 1908년에 다시 복원됐는데 있던 장식이나 조각 일부는 없애버렸다는군. 이게 복원인가? ㅎㅎ




팔각형으로 이루어진 무덤은 이걸 지지하는 기둥으로 둘러싸여 있고, 달마티아의 석회암과 응회암 등으로 만들어졌다. 원래는 휴게실이었나봐. 하긴 죽음은 영원한 휴식이라고들 하니 무덤으로 써도 무방하겠네.




지난 1700년 동안 건축과 파괴, 재건축과 복원 및 방치(?)의 과정을 거친 걸 한 눈에 볼 수 있다.




간밤에 꾸벅꾸벅 졸던 냥이, 오늘도 덜 깬 눈으로 냐옹~ ㅋㅋ




황제네 집구경을 좀 하다 보니 출출해져서 어디 가서 먹나 하다가 리퍼블릭 광장(Trg Republike) 노천까페가 있길래 여기서 간단하게 해결했다.




리퍼블릭 광장(Trg Republike)은 베네치아에서 영감을 받은 네오 르네상스 풍으로 19세기 후반부터 짓기 시작했다고.
어린이들 뛰어 놀기에는 천국! ㅋ




갈급한 허기는 면했으니 해안 따라 좀 걷다가 찜해둔 식당가서 거하게 해산물 파티하기로.




바닷가라 바람이 좀 불긴 해도 한겨울임 감안하면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이래서 지중해, 지중해 하는구나. 여기서는 모피코트 입을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잔잔한 아드리아 해에 물수제비 뜨면서 놀았는데 바다가 너무 깨끗해서 어디에 물이 찼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실은 그게 아니라 ISO값을 잘못 설정한 오랩탓? ㅋㅋ




새하얀 석회암과 새빨간 츄리닝이 인상적인 어느 가정집.




휴가지를 이곳으로 정하면서부터 물고기를 식도까지 저장하겠노라며 다짐했는데,
그래서 열심히 찾고 찾아서 몇 군데 식당을 찜해뒀는데, 압!
저거들도 휴가갔단다, 사흘 뒤에나 온단다, 우린 그 때 가는데.... OTL
독일로 갔으면 죽는다?!




숙소로 돌아가 챙겨온 라면이나 비벼먹고 아기님 쉬시면서 오후에 다시 나오기로 합의봤다.
창문이 다 물고기로 보인다.




로마하면 아치 아님? 이 정도면 소박한 문을 지나면 브라체 라디차 광장(Trg Braće Radića)이 나온다.




광장에 있는 마리나 타워(Jrvojeva Kula)는 15세기 만들어진 것으로 베네치아 주둔군이 요새로 사용했을 때 망루로 썼겠지.
그리고 크로아티아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르코 마룰루치(Marko Marulić)의 동상도 있다.




이리저리 사진을 막 찍고 있는데 그런 거지고모가 신기했는지 인사를 하는데.. 근데, 여기서 사진찍는 자들이 한둘이 아닐텐데 볼 때마다 인사하는 서방예의지국의 소년일세!




나르드니 광장에서 보이는 시계탑. 16세기에 지어졌다고 해.
광장도 그렇지만 여긴 골목길이 모이는 교차점인데 미연이 누나는 시끄러워서 어찌 잤대요?




로마인들이 떠나가고 여러 세기 동안 버려졌던 이 궁전은 7세기 경 슬라브족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주민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다시금 사람의 손길이 닿았다. 그러면서 집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점점 더 몰려들면서 지금의 모습이 갖춰진 거다.




우리가 한바퀴 돌고 올 동안 냥이는 여태 자고 있나? ㅋㅋ
시장에서 과일과 물 기타 등등을 사들고 숙소로 다시 돌아갔다.




섬에서 맛난 귤 먹다가 독일에서 미국 마트에서 파는 스페인산 글로벌돋는 상행위ㅋㅋ 클레멘타인(clementine)이나 먹자니 영 손이 안 가던데, 여기는? 이거는?
거지고모 나중에 돈 벌면, 여기 집 하나 얻어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고 한다.
아랍방송 돋는 케이블은 좀 그렇지만 아쉬운대로 아리랑도 나오고 웹하드에서 정식으로 다운받아 보면 되고. ㅎㅎ




조카느님이 달달하게 주무실 동안 거지고모는 사진이나 찍고 놀았다. 어안으로 찍다가 미니어처로 찍으며 놀다 보니 시간가는 줄 알겠더라곸ㅋㅋㅋ




조금 더 둘러보고 저녁먹고 들어오는 걸로 저녁 일정을 잡은 뒤 나왔다. 숙소 앞마당에서 본 종탑.




성 도미니우스 성당 오른쪽으로 들어가보면 층층이 쌓아올린 주택이 나온다.
만약에 정조가 그렇게 죽지 않고 세자에게 보위를 물려줬다면 아마 수원 화성에 가서 살았을 것 같고, 그렇다고 하면 이 곳과 유사한 성격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찾는 곳이 되었겠지?




성당 지하로 들어가는 문 같은데, 그 옛날에는 황제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었겠지?




안으로 더 들어가면 궁전 터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궁전의 지하가 지상으로 연결되는 공간이다.




밑을 내려다보면 불빛이 보이는데 온갖 잡상(?)이 모여있는 지하 궁전의 백열등 불빛이더라고. 돈 내고 들어가면 지하 궁전을 더 볼 수 있고, 바로 저 위치에서 올려다 보는 사진도 찍었더랬다.




근 이천년의 풍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하다. 지었다가 파괴됐다가 덧대었다가 말았다가 놓아버린...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지만 근 40년이 다 되어가도록 이렇게 방치되고 있다는 게 참 슬프다. 크로아티아 지역 자체가 독립국이었던 게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으려나.. 로마의 지배를 받았다가 게르만족, 고트족이 쳐들어왔는가 하면 다시 동로마제국이 되었다가 슬라브족이 들어온(?) 뒤 슬라브족의 영토가 되지만 카톨릭이었던 탓에 서유럽의 풍습을 따랐기 때문에 주변 헝가리, 세르비아, 베네치아, 오스트리아, 세르비아, 유고로 이어지는 흑역사 뿐이었다
지만 앞으로는 좀 단디 간수합시다! 이걸로도 먹고 살잖아요? ㅠㅠ




저 세상에서 디오클레티아누스와 도미니우스는 뭐하고 있을꼬? ㅎㅎ




성 도미니우스 성당 건너편으로 가보자.




걸어가면서 구조물이 붕괴하면 어쩌나, 어두컴컴한 골목 사이로 손이 슥- 나오면 어쩌나 ㄷㄷㄷ




그냥 지나쳤을 뻔 했던 쥬피터 신전(Temple of Jupiter).
체제강화=신격화=나는 쥬피터의 아들=기독교(이교도)박해의 흐름을 보면 여기 있는 이유가 된다.




목잘린 스핑크스. ㅎㄷㄷ
황제님하가 궁전 세우면서 이집트 제18왕조의 파라오 투트모스3세네 땅에서 스핑크스 3개 가져왔다고 해.
투트모스3세는 핫셉수트의 의붓아들로 17번의 원정을 통해 이집트의 영토를 최대로 확장시킨 파라오. 따라서 그 동네에서 가져온 스핑크스로 황제님하 지 무덤이랑 저거 아빠 쥬피터 제사상을 지키게 했던 거지. 하지만 현실은 지못미.....




1907년 복원하면서 신전의 서쪽과 남쪽에 있던 주택을 철거했단다. 안 그랬음 정말 모르고 지나쳤을 거야.




거지고모 통과 못 하면 어쩌나 걱정끼쳤던 쥬피터 신전 옆골목. 여수 향일암의 바위틈이 생각나네. ㅎㅎ




따스한 기운 믿고 가벼이 입었다가 쌀쌀해져서 숙소에 잠깐 들어가 윗옷을 가져왔다. 저기 창 3개가 우리 숙소다. 엎어지면 궁전돋는 위치라서 좋고 경관이 끝내줘서 좋고 계단으로 우리를 단련시켜줘서 좋았다?




스플리트 시내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미니어쳐.




희애누나가 승기랑 로맨스 찍던 리퍼블릭 광장 앞을 지나 식당으로 갔다.




낮에 지나갔던 곳이라 그냥 들어갔는데, 한국인 일행이 있더라. 싸고 맛나대.
근데 무려 한국어 메뉴까지 있어서 깜놀랬다. 그냥 번역기 돌린 게 아니라 레알 상세하게. 뭐지?? ㅋㅋ




크로아티아 전통요리 할루슈키(Halušky).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동네 음식은 먹어봐야지 하며 거지고모가 주문했는데, 종업원도 진심강추!랬다. 우리로 치면 감자옹심이 같은 건데, 먹어보니 좀 삼삼한 맛이다. 첨엔 이게 뭐야 했지만 다음날 또 시켜서 거진 다 먹은 건 함은정? ㅋㅋ




오랩 내외는 물고기 2마리를 열광을 하면서 먹더라고. 거지고모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여기서 보았다고 한다. 그들은 리조또며 스튜조차 물고기맛으로 먹었을 것이야! ㅋㅋ




부른 배 쓸어만지며 흡족하게 돌아오는데, 강렬한 가로등으로 뻥 뚫린 천장이 달님으로 보이더라고..




부른 배 소화도 시킬 겸 숙소 옆골목을 좀 걸었는데, 옛날엔 계단이 있었을텐데 다 부숴져 없어지고 나무토막으로 덧대놨더라. 저 나무토막 붙잡고 기어올라가 문 열고 들어가보고 싶더라만 그러기엔 거지고모 몸이 너무 무거웤ㅋㅋ




빗물이 떨어지던 홈통이 아니었을까 코난이 비웃을 추리를 하며 일과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