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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빈둥빈둥

도전! 지하철 1호선 따라 걷기

by 거지이모 2009. 10. 9.

한 달 전이었던가..? 방 안에 누워 공상을 하던 중, 어릴 때 지하철 타고 놀던 게 생각났다. 중앙동역까지 부분개통했단 소식에 같이 간 사촌들과 사진찍고, 의자에 누워보기도 하고, 손잡이에 매달려 놀기도 하고 그랬다. 지금 생각하니 아, 촌시러~~
중학교 땐 종점이었던 서대신동역에서 범어사역까지 통학하면서 과자도 까무꼬, 차량 사이 빈 공간에서 숨어 낙서도 하고 그랬었지.
그 시절을 떠올리다가 갑자기 종점 사이를 역따라 걸어가보자 싶더라, 비교적 큰 길 따라 가는 거라 괜찮겠지 싶었다. 2호선 따라 걷다간 죽지 싶었고, 3호선은 아직 미개통 구간이 있으니 패쓰~ 지금 미리 걸어보면 나중에 해보게 될 부산-서울 걸어가기에도 도움이 되겄지?
미친 짓을 했던 2009년 9월 15일의 행적을 되짚어 보자.






부산교통공사에서 찾아보니 노포동역에서 신평역까지는 32.5km인데, 내가 그대로는 걸을 수 없을테니 어림잡아 45km? 초음속으로 걸어도 14시간은 걸어야 해서 아침 일찍 일어났어야 하는데....-_-;






노포동은 버스터미널과 양산/울산을 오가는 노선버스, 시내버스, 학교버스 정류장이 있고, 길 건너 화훼상가 사이에는 5일마다 장이 서기 때문에 늘 붐비는 곳.






범어사역에 내리는 사람은 대충 네 부류.
등산하러 가는 사람, 토익치러 가는 사람, 추모하러 가는 사람, 그리고 이 동네 사는 사람.






남산동 8번 출구에는 침례병원이 있다. 이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주민 제외하더라도)은 아프거나 혹은 문병을 온 사람일텐데, 또 어르신도 많으실텐데 계단이 너무 많다. 노약자를 배려하는 시설이 빨리 생겼으면 좋겄다.




두실까지 오고나니 배가 고프네. 하긴 갈 길이 아직 멀었는데 이쯤해서 위님 일하게 해드려야 할 것 같아 김밥지옥 갈까 하다가 맥네로 결정.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 먹어본 맥모닝 셋. 그 때도 아침부터 걷다가 이게 뭔고 싶어서 먹었었는디 그 맛이 더 좋았다고 기억하는 걸 보면, 여행지에서 먹는 건 같은 거라도 남다른가 보다.






여기서 마을버스타고 학교 가던 기억 생생. 여고, 예고, 여중으로 매일 출퇴근하시는 바바리맨이여, 방심하다간 출근도 하기 전에 금정 경찰서에 붙들릴 수 있으니 조심하세열~






학교 갈 때 여기서 내려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새 중도를 지나 북문을 지나 상대 개구멍까지 가게 되지. 아, 가톨릭 대학교 가실 분은 반대편 출구입니더!











고속도로로 치면 만남의 광장쯤? 대충 여기서 만나 본격적인 부대앞 유흥이 시작된다. 모르는 사람에게 부대앞은 진정 부대앞인 줄 안다는 일화는 이미 레전드.






이 곳으로 내리면 선경네 건물에 있는 설탕네 극장에서 영화도 볼 수 있고, 버스타고 산성가서 산 타거나 아님 보신만 하고 올 수도 있지. 내는 주로 닭다리 잡고 삐약삐약 ㅋ

근데 이 정도면 얼마나 걸은 걸까? 1탄







원래 이 곳엔 세원백화점이 있었다. 괜히 확장하는 건 아닐까 했는데 역시나.. 하긴 그러지 않았으면 스파쇼핑과 같은 길을 걸었을테지. 미화당, 유나, 태화 백화점 모두 그립구나.






손도 씻을 겸 쉴 겸 들어갔던 롯데 백화점에서. 하루종일 자동차 옆에서 걸을려니 어쩔 수 없이 쓴 마스크인데, 신종플루에 걸린 걸로 보였는지 다들 피해주셨다.






**여고에 배정을 받은 나는 학교가 동래역에 있는 줄 알았지. 알고 보니 그 곳은 중앙여고였어. 한 때 꿈이 중앙여중-중앙여고-중앙대학교였는디...ㅋ






우왕, 드뎌 연제구....감격....흙흙..






일년에 두 번 몰려오는 그들을 사랑한다면 교대앞역으로! 두 초딩 조카님들에게 무시당하며 사는 내는 억만금을 준대도 단호히 NO!






3호선 개통으로 한층 복잡해진 연산동역






내같은 사람이 시청에 뭔 볼 일이 있겄노만. 다만 결혼식, 돌잔치에 밥 무러 가끔 들러줌






어흑, 드디어 부산진구! 얏호, 서면이 멀잖았도다!






학생들은 무조건 2번 출구로!






이 분은 여기가 심심하겠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처럼 같이 싸울 상대가 없으니 ㅋ






대목이 가까워서 그런는가 평일인데도 사람 많았음. 하기야 기차역과 시장이 있는데 없으면 그게 이상하고..






아악, 드디어 서면! 이 앞에서 얼마나 고민했는지..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노포동에서 서면까지 온 게 어디야 하면서도 기왕 한 거 절반 정도 왔으니 계속 가보자! 근데, 누가 시작이 반이란 거얏! 반은 반일뿐 ㅋ

근데 이 정도면 얼마나 걸은 걸까? 2탄






앞으로 계속 걸으려면 고기를 좀 드셔줘야하지만, 덥기도 하고 갈증도 나서 물냉으로 결정! 육수까지 싹싹 비워 주었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은 맞군..음...






CGV 처음 생겼을 땐 좀 자주 애용해줬는데.. m4500 고치러도 자주 와줬는데..






혼수장만 하시러 여기들 많이 찾으시더라만 내는 언제나 찾게 될까? 내 좀 데려갈 야구 좋아하는 용자 좀...(__)











저 멀리 민주공원이 보이네. 나의 사랑하는 조카님에게 저거 거지이모꺼라고 뻥쳤는데, 아직도 진짠줄 알고 가끔 놀러와서 이 곳을 지날 때마다 이모공원 가잰다. 아직은 순진한 초딩, 후후..






가구거리가 있는 이 곳은 좌천동역. 진시장에서 고가도로 따라 넘어오다보니 하마터면 지나칠 뻔 했음.






이제 걷는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아니 그리하셔도 느린데 발이 아파서 자꾸 쉬었다 가려니 예상시간을 자꾸 초과한다. 경남여고에 있는 친구한테 들렸다갈까 싶어 고개를 돌리니.. 차라리 초량가는 게 낫겄다는 결론.






일본영사관 가려고 연중 서너번 애용했던 5번 출구. 이젠 더 이상 낚이지 않겠다!






악~ 이제 부산역! 발에 불이 나는 듯 하여 버스정거장에 잠시 앉았다. 발이 이래 아픈데 더 걷는 건 미련한 짓이 아닐까, 아니야 여기까지 왔는데 남포동을 코 앞에 두고 이대로 돌아갈 순 없어. 그러기를 20분. 이걸로 무슨 성과를 얻을 것도 아니고 내 몸 상해가며 뭔 짓일까! 아, 몰라, 시작한 거 끝장을 보자!






그 옛날 롯데가 우승도 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맥도날드가 해운대 이후 두번째로 생기던 그 날. 초대권으로 햄버거를 먹었었지. 그래도 서대신동에 KFC와 롯데리아가 있어서 완전 신세계는 아니었다만..






흙흙.. 감격의 남포동... 감격의 눈물이 앞을 가리면서도 나는 왜 남포동을 이렇게 온 것일까 라는 생각도.. 이제 저녁먹고 신평가자!

근데 대체 얼마나 걸은을까? 3탄






남포동 맥도날드에서 쉬시면서 잡수시면서 앉고 나니 걷는 게 더 힘들어졌다. 기다시피 걸으면서 더 걷다간 큰일나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눈을 들어보니 이미 자갈치역. 아.. 좀 쓰러져주면 핑곗감에 고만할텐데...-_-; 계속 가는 수 밖엔 어쩔 수 없다며 자갈치역을 찍고 나니 카메라님이 시망. 배터리 사러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가 왼발이 아파서 화장실에서 확인해보니 물집이 터지면서 피가 양말에 엉겨붙은 걸 보는 순간 거지이모도 시망. 이로써 지하철 1호선 따라 걷기도 시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