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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빈둥빈둥

크리스마스 마켓 I : 독일 트립스타트

by 거지이모 2013. 12. 15.

이제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왔다. 하지만 거지고모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로 보낸 지 이미 오래라 종교적인 축일로만 지내야....ㅠㅠ 대신 조카느님은 처음 맞이하는 날이니 동네 장터 말고 외곽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도심 광장에서 11월말부터 대림절 기간동안 열리는 것이다. 따뜻한 와인을 마시며 임시상점을 둘러보는, 일종의 장날이지 뭐. 독일에서 유래됐지만 지금은 유럽 곳곳에서 열린다고 해. 그렇다면 크리스마스 마켓은 바이나흐트마르크트(Weihnachtsmarkt)라고 불리워야 하는 거? 톤네루즈 쿠와즈기라이(とんねる 食わず嫌い) 나가서 김치를 기무치라고 적은 정우성 꼴이네! ㅠㅠ



2013년 12월 14일 토요일  Landstuhl-Trippstadt


조카느님 주무실 거 다 주무신 뒤 집을 나섰다. 요즘 부쩍 창 밖만 응시..




란스툴 옆 동네 카이저슬라우테른(Kaiserslautern)을 거쳐 트립스타트(Trippstadt)로 향했다.




시내를 벗어나 점점 산 속으로 들어가니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고 괴괴한 느낌까지 받았다. 하지만 신록이 푸르른 계절이나 단풍이 아름다운 시기에 오면 참 좋을 것 같더라.




안전요원(?)이 차를 세우더니 여기다 주차해놓고 걸어가란다. 비온 뒤로 추워죽겠는데 주차장에 다 못 댈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온 거야? 카면서 안개가 짙게 깔린 길을 걷는데 어쩐지 영화 <미스트>가 생각나기도 하고...ㅎㅎ




이런 숲길을 인적도 없는 시간에 혼자 걷는다면 정말 무서울 것 같지 않아?




주차를 마친 오랩 내외와 조카느님과 함께 들어갔다.




트립스타트(Trippstadt)에 위치한 Haus der Nachhaltigkeit. 알기 쉽게 우리네 자연휴양림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지속가능한 자연을 이어가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존재하더라고. 우리네 자연휴양림은 그저 싼 값에 산 속에 잘 수 있는 콘도로 변질된 느낌이 없잖아 있....




초입부터 지글지글 소시지 냄새에 글뤼바인(Glühwein) 홀짝이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 때만 해도 안으로 더 들어가면 뭔가 있나부다 하고 기대를 잔뜩 했지. ㅎㅎ




조카느님과 함께 데크를 걸으며.




뭘 파는가 싶어서 좀 둘러봤는데.. 먹는 장사가 8할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미? 먹거리 장터여? 물론 먹는 거 말고 다른 것도 팔긴 하는데 구매욕구는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 마냥 사그라들어만 가.... 그렇다고 먹거리가 다양한 것도 아니야. 글뤼바인, 소시지빵, 파르페, 치즈 땡! 우리나라 지역축제 때 서는 먹거리 장터 수출 좀 하고 싶네.




투덜대면서도 찍겠다며 의욕 불태우는 거지고모. ㅋ




그래도 좀 걸었다고 출출해져서는 파르페 하나를 먹었다, 누텔라!를 외치며.




한 입 먹어보니.....
거지고모 내년에 여기서 호떡 좀 팔까? 꿀호떡, 녹차호떡, 잡채호떡, 야채호떡 뭐냐 팔기만 하면 대박날 것 같은데. 거기다가 오뎅국물도 좀 팔고 오뎅꼬치도 팔면 대박나지 싶은데.... 가격도 딱 떨어지게 팔면 짜다라 독일어 못해도 상관없자나. 더듬더듬 영어라도 숫자는 헤아리니께.. 누구 동업할 사람!?




글뤼바인(Glühwein)은 포도주에 계피랑 생강, 오렌지, 레몬 등등을 넣어서 데운 따뜻한 와인이다. 프랑스에서는 뱅쇼(Vin Chaud)라고 하고 우리네들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실은 원조는 로마다. 로마 없었으면 유럽은 아직도 원시사회? 1세기경 로마인이 유럽을 여행하면서 이 와인과 포도재배를 라인강과 도나우강 유역으로 전파했고, 이게 발전하면서 글뤼바인이 탄생한 것.
컵 포함 2.5€에 파는데, 추울 때 마시니까 낮은 도수임에도 알콜이 혈액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면서 노곤해지더라고. 다음에 갈 땐 보온병 하나 들고 가서 깍아달라고 해볼까? ㅋㅋ




다들 주말에 할 건 없고 밥해먹긴 싫은 가족들이 다 모인 듯.... 역시나 큰 델 가야 볼 게 많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