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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빈둥빈둥

이제는 육지인 II : 성산읍-중앙로-애월읍-구좌읍

by 거지이모 2019. 12. 10.

오늘도 계속되는 육지인의 섬나들이.

 

 

 

2019년 10월 29일 화요일   성산읍: 고성리-온평리

 

 

이젠 뭐 습관이 될 것 같은, 아침에 스벅에서 성산일출봉 보며 커피마시면서 책 보기.

 

 

 

 

약속시간 맞춰서 온평리로 갔다. 잔잔한 온평 포구의 모습

 

 

 

 

분식후경에서 떡볶이, 미나리김밥, 버터장조림비빔밥을 마구 흡입했다. 정구지 찌짐도 시키려다가 둘이서 그건 너무 했다 싶어서 포기. 역시 우리는 스트레스를 먹부림으로 해소하는 먹보들.

 

 

 

 

동생은 다시 일하러 가고, 거지고모는 근처 빛의 벙커나 가야지 했더니만 어제까지만 전시하고 오늘부터 두어달 동안 철거작업으로 휴무.... 가까우니 아무 때나 가면 된다고 안일하게 생각한 게 화근이구만. 그래서 다시 돌아와 도렐에서 커피 마시며 독서. 대체 이 두껍지도 않은 책은 언제나 다 읽는단 말인가. 소설을 너무 오랜만에 읽는 탓이라고 해두자.

 

 

 

 

한 20여 분 기다린 후에 들어간 섭지코지로.

 

 

 

 

딱새우회와 고등어회를 시켜 한라산 17년산을 들이켰다. 요즘 갑자기 너무 마시는 게 아닌가 싶지만 즐겁게 마시니까 전처럼은 안 되겠지.

 

 

 

 

거지고모가 먹어버린 11마리의 딱새우, 너희들은 참으로 훌륭했다?

 

 

 

2019년 10월 30일 수요일   성산읍-이도동-애월읍-삼도동

 

 

어젯밤에 육지에서 친구느님이 오셔서 그런가 날씨가 좋네?

 

 

 

 

친구느님은 숙소에서 걸어서 가고, 거지고모는 스벅에서 꾸물거리다가 버스타고 내려서 조금 걸었다.

 

 

 

 

회원님께서 추천해주신 시흥 해녀의 집.

 

 

 

 

 

전복죽, 조개죽, 뿔소라회를 안주삼아 카스 한 병을 시켜서 또 정신없이 먹었네. 오후에 약속만 없었으면 또 한라산 17년산 개봉할 뻔..

 

 

 

 

바람이 겁나게 불던 포구에서 지미봉이 보여. 제주사는 동안 오름 다 가볼거라던 친구느님은 결국 서른 곳 조금 안 되게 다니셨는데, 그 중 하나가 지미봉이었대. 이름도 이쁘지, 지미.

 

 

 

 

친구느님은 오후의 약속을 위해 다시 걸어 가시고 거지이모도 제주시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큰 길로 나가는데, 역시 눈을 조금만 돌리면 말이 풀 뜯어먹는 곳.

 

 

 

 

거지고모가 많이 괴롭혀서 미안했던 2집 가수님의 애정이 가득한 곳, 관심사. 지난 겨울에 왔을 땐 아직 공사 중이서, 곱등이가 뛰어 놀던(?) 연습실이 이제는 어떻게 변했나 검사하러 감.

 

 

 

 

아무리 주문해도 귀찮다고 커피를 안 만들어 주자나. ㅋㅋㅋㅋㅋ 대신 다른 걸로 거지고모 지갑을 뜯어감.

 

 

 

 

대신 길 건너에 맛있는 커피를 판다고 해서 온 컴플렉스. 아아를 쭉쭉 들이키면서 별소달소의 근황과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름. 정말 가는 줄 몰라서 나중에 정말 큰일날 뻔 했다.

 

 

 

 

정말 보고 싶은 동생이 있었는데 연락이 잘 안 되는 와중에 애월에서 알바 중이라는 제보를 받고 둘이서 무작정 나섰다. 근무시간에 맞춰 가야 하는데 컴플렉스에서 너무 떠드는 바람에 그만 버스를 놓친.. 공항에서 애타게 급행을 타고 내려서 숨이 차도록 2년치를 뛰는데 그 와중에 구름이 너무 아름다워서 찍을 수 밖에 없었던...

건 아니고 이대로 더 뛰다가는 길바닥에 드러 누울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젊다고 냅다 뛰어가던 기타 선생님, 리스펙트.

 

 

 

 

나름 커피 좋아하시고 찾아 다니시는 대표님께서 마시자며 데리고 가주셨는데 문을 닫아서 못내 아쉬웠던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지금 동생님이 일하시는 인디고 인디드(INDIGO INDEED).

 

 

 

 

프로 맛집러&카페러께서 멀리서 왔다며 맛있는 거 먹자고 데리고 간 만지식당.

 

 

 

 

셋이서 세 개 시켜서 먹는데, 와.... 입틀막하게 만드는 맛. 역시 미식가이심!

 

 

 

 

기타 선생님은 일이 있으셔서 제주시로 돌아가시고, 동생님과 거지고모가 무려 10시까지 하는 카페가 있다며 하귀로 갔다. 일부러 스벅을 가지 않는 담에야 늦게까지 하는 카페가 잘 없는 동네. 거지이모가 몰래 초대한 손님과 함께 셋이서 동경책방에서 즐겁게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무려! 책선물을 받았지 뭐야. 오늘에야 겨우 소설 다 읽은 거 어찌 알았지? ㅋㅋㅋㅋ

 

 

 

2019년 10월 31일 목요일   삼도동-성산읍-구좌읍

 

 

제주시에서 차를 렌트해서 봉개로 넘어 어둠 속을 달리는데 갑자기 밝아지는 것. 성산 앞바다에 깔린 고깃배들의 조명. 숙소로 가는데 자꾸만 입 속에서 맴도는 말. 주차하다 말고 친구느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그리하여 새벽 1시에 달려간 용눈이 오름에서 보검이와 적재가 부른 "별 보러 가자"를 무한 반복하며 별 구경.

글 속에서나 보던 칠흑 같은 어둠을 거지고모의 눈으로 확인했다. 과장 1g 보태서 친구느님도 어딨는지 모를 정도의 어둠 속에 있자나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원시인의 마음을 한 0.0005% 공감했다. 이 길고 긴 어둠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러니 초월적인 존재를 상정하고 믿을 수 밖에 없을 거야.... 

느닷없는 별 구경이 행복했던 10월의 마지막 날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