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섬에서 빈둥빈둥

내셔널 트러스트 제주답사 II : 서귀동-조천읍-구좌읍-성산읍

by 거지이모 2019. 12. 10.

어젯밤 한바탕 놀고 나서 좀 늦게 잤다고 아침에 늦잠을 잤다...............................................................................는 건 아닌데, 급행 첫 차 시간까지 넉넉해서 여유부리다가 뒤늦게 정신차리고 1호광장으로 달려갔지만 첫 차는 놓치니 다음 차까지 30분.. 조천에 8시 반까지 가야 하는데 시간이 맞을 듯 안 맞을 듯 긴가민가 해서 걍 택시를 탔다. 남조로 타고 오면서 기사님이랑 이런 저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가 정신차리고 내림.

 

 

 

2019년 11월 3일 일요일   서귀동-조천읍-구좌읍-성산읍

 

 

택시타고 온 덕분에 여유있게 도착해서 집결장소로 천천히 걸어가는데 낯익은 상호를 발견. 그렇다고 과장님 담당은 아니라고 했음.

 

 

 

 

함덕도 꽤나 많이  변했다. 대명리조트 말곤 변변한 호텔이며, 카페 하나 없었는데, 어느 새 해안도로 따라 서우봉까지 호텔과 카페, 식당으로 가득 찼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날이 좀 흐리긴 한데, 그래도 낚시배가 몇 대 나갔다. 만선하세요~

 

 

 

 

서우봉 동굴진지로 이동하면서, 선물받은 책을 읽었다. 아무튼, 술은 좋아.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연합군에 자살폭탄 공격을 하기 위해 구축한 것. 조국 독립이 조금만 늦었어도 제주도는 전쟁터로 불바다가 됐겠지. 답사를 다니면서, 지난 건축자산조사에 참여한 게 참 도움이 많이 됐다. 섬을 떠나 오면서 제일 아쉬운 게 건축자산조사에 더 이상 참여할 수 없다는 거.

 

 

 

 

한 회원님께서 다른 샛길로 이어지는 동굴을 발견하셔서 다들 잠시 둘러봤다.

 

 

 

 

영화 <군함도>의 장면 장면이 생각나서 화도 나고 슬프기도 했다.

 

 

 

 

섬의 귀한 자산이자, 거지이모가 좋아하는 밭담.

 

 

 

 

세화리에 남아 있는 불턱은 해녀들이 바다에서 나와 몸을 녹이던 곳인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곳은 해녀들의 소통 공간이 됐다. 해안도로를 지나다 보면 군데군데 남아 있지. 돌로 무심히 쌓은 담은 해녀들의 몸을 숨겨주면서도 바깥을 볼 수 있는 높이다.

 

 

 

 

여기서 불을 쬐면서 몸도 녹이고, 얘기도 도란도란 하고, 너므 집 아기도 돌봐주기도 하고 그랬겠지.

 

 

 

 

불턱에서 서쪽으로 조금 걸으면 빌렛개가 나오는데, 전통적인 포구를 일컫는다. 간조 때 드러난 뱃길은 만조 때 물이 들어차면서 배가 들어올 수 있게 된다. 서우봉 진지동굴을 갈 땐 돌이 뾰족하고 거칠어서 걷기 힘들었는데, 이곳은 해녀들이 돌을 가져다 길을 닦았던 흔적이 있기에 비교적 수월하게 들어올 수 있었다. 설명을 듣기 전까진 미처 거기까지 생각 못했는데, 누군가의 수고로움에 감사한 한 때였다.

북촌리 너븐숭이 기념관에서 4·3에 대한 전시와 영상물을 본 뒤 성산으로 이동해서 고국과 아강발을 먹는데.... 거지고모 7과 1/2 섬살이 중 최악인 고국이었음. 근처 가시아방에서 먹었던 게 정말 맛있는 거였구나, 자매국수 맛없다고 욕했는데, 육지에서 친구들 오면 절대 가지 말라고 했는데 그게 오판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네? ㅎㅎ

 

 

 

 

하도리를 지나오니 철새가 떼지어 있는 풍경이 들어온다. 정말로 2공항은 들어서는 걸까? 꼭 들어서야 하는 건가.. 주변 동생이나 지인들은 꼭 들어서야 한다던가, 어차피 들어올 거라는 반응인데 개인적으론 취소됐으면 좋겠지만, 그럴 리 없겠지.

 

 

 

 

보기에는 그림 같은 풍경이지만 현실에선..

 

 

 

 

두모악 김영갑갤러리에서 핵파워인싸 회원님께서 찍어주신 거지고모 면상 ㅋㅋㅋㅋㅋ 수차례 왔던 터라 하릴없이 정원을 거닐다가, 동생과 통화도 하다가, 또 어느 회원님의 섬여행 이야기도 듣다가..

 

 

 

 

용눈이오름 등반은 취소되고 야호야호야호 수산한못으로 향했다. 뱅듸는 섬에만 존재하는, 화산이 만든 초지라고 보면 된단다. 땅 위로는 습지가, 아래로는 동굴이 숨어 있는 독특한 지형인데, 정말 섬에도 이런 푸르른 수목과 못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몽골의 지배를 받던 고려시대, 우리나라 최초 목마장인 탐라목장이 생겼다고. 여기, 정말로 꼭 지켜졌으면 싶은데, 이제 2공항이 들어서면 어찌 되려나....

 

 

 

 

거지고모의 비루한 블베로도 이만큼이나 담기는데, 두 눈으로 목격하면 감탄사만 나올 수 밖에 없다.

 

 

 

 

반신반의하며 시작된 섬여행인데, 뜻밖에도 힐링의 정점을 찍은 것 같다. <효리네민박>을 보면서, '말도 안 돼, 정작 섬에 살면 이럴 수 없다고!' 했었는데, 정말로 섬을 떠나온 후에야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제주공항에서 회원님들과 인사하고 다시 거지이모의 발걸음은 시내로..

 

 

 

 

우리 관심사의 대표님을 만나러 중앙로로 갔다. 맡긴 것도 찾을 겸, 작별인사도 할 겸 들렀는데, 뜻밖의 식빵으로 힐링.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9년 11월 4일 월요일   제주-울산

 

 

여전히 활주로 대기가 반겨주는 공항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평온함을 느끼고 돌아간다. 이제 정말 안녕인 걸까.

 

 

 

 

아빠가 데리러 오신다고 해서 울산으로 갔는데, 김해랑은 다르게 또 새로운 풍광일세. 그동안 짓눌러 왔던 마음의 짐을 덜게 되어 고마웠고, 이제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내일을 향해 달릴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만 같아 행복한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