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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빈둥빈둥

가우디 천재디 IV : 스페인 바르셀로나

by 거지이모 2013. 8. 10.

어렵게 얻은 반나절 휴가, 어데 써먹을꼬 고민 많이 했다.
발터 벤야민의 흔적이 남아있는 국경마을 포르투를 가볼까도 했지만, 으아니! 바르셀로나까지 와서 가우디의 체취를 아니 느낄소냐! 싶어 인접해있는 까사 밀라(Casa Milà)와 까사 바트요(Casa Batlló)를 가기로 했다.


2013년 8월 7일  Passeig de Gràcia, Barcelona


항상 시작은 카탈루냐 광장. 여기서 걍 길(Passeig de Gràcia)따라 쭉쭉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까사 바트요(Casa Batlló), Antoni Gaudí i Cornet, 1904
원래는 가우디 쌤이 설계한 걸, 집주인 바트요 씨가 가우디를 고용해서 다시 싹 리노베이션 한 것.
바트요네는 방직산업으로 돈 좀 벌었다가 구엘 공원 설계자, 가우디를 점찍은 거란다.
역시 하나를 잘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감이 들어오는 구나.. 하긴.. 가우딘데! ㅎㅎ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입장대기줄은 길고 둘 다 볼 수는 없고 해서, 까사 밀라를 먼저 보고 내려오는 길에 줄이 한산하면서 시간이 남으면 보기로 결정했다. 까사 밀라가 좀 더 크잖아요.. 응?




사진 찍는 와중에 발견한 자전거 타면서 길빵하시는 분. 여유未 넘치시는 분. 앞으론 그러지 마요!




까사 밀라/라 페드레라(Casa Milà/La Pedrera), Antoni Gaudí i Cornet, 1912
일단 도착하자마자 줄부터 섰다. 얼핏 그리 길어보이지 않아서 얼른 갔다가 까사 바트요를 보겠구나 했던.. 알고 보니 매표와 보안 검색 때문에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딘 거였어. 근데 통과하고 보니 순식간이던데, 뭐지???
암튼 유려한 곡선이 꽤나 아름답다. 꼭 백년 전에 지어진 거로구나....




198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Works of Antoni Gaudí'로 등재됐다. 하긴 한 두개가 아니니께..
한편 이거랑 비슷한 느낌적인 느낌을 풍기는 다른 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르 꼬르뷔제의 롱샹 성당, 프랭크 게리의 디즈니 콘서트 홀. 그러고 보니 '아~~' 하게 되는군.




이 집 주민들은 이 문으로 드나들겠지.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전체 모델이 나온다. 이거 만든 사람, 고생 좀 했을 거야...ㅠㅠ




까사 밀라라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현재 정식 명칭은 라 페드레라인데, 채석장이란 뜻. 가우디가 고향 몬세라트를 사랑하여 그곳의 자연 속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고 돌도 많이 가져다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다고..
여긴 Roser Segimon, Pere Milà 이 두 부부를 위한 집인데 Segimon여사의 전남편이 미쿡에서 어마어마한 부를.. 빌게이츠급으로 벌었으려나..? 그래놓고 밀라 남편이 죽자 팔았다는데, 왜 그랬어여! 가우디가 이래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줄은 모르고....ㅠㅠ
암튼 가우디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여서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정신적 영감님을 얻어 이 집을 설계했대.




이 문 앞에서 사진 찍으면 꼭 스파이더맨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것 같다. 문 너머로 보이는, 흡사 30분 전의 내 모습. ㅎㅎ
하지만 누군가는 식물세포 같다고, 누구는 비누거품 같다고도 했대.




벽도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이거 그린 사람 후손들도 여기 올 때마다 뿌듯하고 그러겠지?




반도의_흔한_계단_장식.jpg




창문을 열어도 가우디의 손길을 느낄 수 있어! ㅋ 하긴, 우리 집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데?




차양이 열리고 닫힌 차이. 어차피 한 층에 한 집이긴 하지만 만약 다른 세대라면 내내 닫고 살아야..ㅠㅠ
차양을 내리면 확실히 덜 덥고 덜 추운데 대신 갑갑과 답답과 어둠은 덤.




엘베를 타고 옥상을 올라오니 이런 게 땋!!!!
혹자는 이 곳을 전사의 정원이라고 했다는데, 진짜 아닌 게 아니라 날만 잘 고르면 으스스할 것 같아.




총 28개의 굴뚝이 저마다 다른 형상으로 옥상을 가득(?) 아니,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다. 모든 굴뚝에서 연기라도 피어오르면, 증말 거북선에서 연기나는 걸 지켜보는 왜구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내가_이_구역_짱이다.jpg




근데 우리나라였다면 교회에서 철거하라 했겠지, 악마의 상징? 뭐 그렇다고....ㅎㅎ
뉴에이지 음악이 사탄의 음악이라던.. 성도들의 영혼을 쥐고 흔드려는 누가 사탄이겠지.




타일 한 장 한 장 장인의 솜씨가 느껴진다. 설계가 아무리 뛰어난들, 시공이 거지 같으면 안 되자나.




떼샷. 바르셀로나는 우리들이 지킨다!




비주얼_파괴자.jpg





옥상에서 바라본 뒷 집들. ㅁ이 느껴지네. ㅋ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까사 밀라가 지하주차장이 들어간 최초의 집합주택이랬던 것 같은데..
아닌 게 아니라 이 정도의 고급유명주택에 살 정도면 마세라티는 장볼 때나 모는 거 아닌가? ㅋ




환공포가 있는 사람에겐 저 창문들도 비슷한 공포가 되려나?
하지만 내려가서 저 공간, 저 창문 앞에 있으면 공포가 아닌 평온 내지 안락함이 될 거다.




정신 똑디 안 차리면 발 헛디딜 것 같은 계단. 조심 또 조심!




반도의_흔한_옥상_풍경.jpg
오후 늦게 시원한 맥주 한잔 하며 내려다 보는 풍경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ㄷㄷㄷ
옥상에서 한 해 한 해 사진을 찍어두고 나중에 성당 완공된 뒤 보면 그것도 인생의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더라. '나, 이렇게 열심히 살다 보니 인생도 완성되고 사그라다 파밀라아도 완공되더라' 카면서..




12년 뒤에 다시 보자!
맙소사, 그 때 거지고모는 거지할매 됐겄네.. ㅠㅠ




올라올 때 탔던 엘베로는 못 내려가고 이렇게 둥글둥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가우디의 작품과 집구경을 할 수 있다.




저 아름다운 뼈대를 보라....
까사 밀라는 하중을 받는 벽체가 없어서 집주인이 지 맘대로 꾸밀 수 있대. 그러러면 기본 구조가 탄탄해야 하겠지.




1층에 있던 모델에 비함 이건 TOP.




배면에서 바라본 옥상. 만든 이의 노고를 치하함. -_-v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구조를 알기 쉽게 만든 모델. 가우디와 함께 한 구조담당이 있다고 책에서 본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없었다면 가우디의 설계도 빛이 바랬겠지. 톰이 없으면 제리가 심심한 거랑 일맥상통.




근데 안 생기는 건 모형도 마찬가지인가보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이젠 사물에게서도 느끼는 거지고모. ㅠㅠ




까사 바트요의 횡단면.
헌데 이걸 찍고 디카의 배터리가...... 지중해를 건넜단다......ㅠㅠ




관람객에게 공개되는 맨 위층에서 찍은 화장실. 역시 비루한 블베..




거실에서 본 은혜로운 길, Passeig de Gràcia.




타원 구조에서 생길 수 밖에 없지. 뭐, 귀찮을 땐 창문열고 부르면 되자나. ㅋ




빛이 충만한 옥상샷에는 그럭저럭 쓸만한 블베.




쭉 둘러보고는 1층으로 내려갔다. 한 층 한 층 내려갈 때마다 집주인네 문패가 있음. 온 세계 사람들에게 광고ㅋ




가우디 생에는 까사 밀라의 가치가 지금과 같지 않았던 것 같다. 잡지에 농담따먹기로 조롱받거나 주변 집 값을 낮출 거라는 둥 저평가를 당했지만, 지금은 되려 이걸로 먹고 살게 되었으니 인생사 정말 알 수 없는 거다.
그래서 거지고모도 한 번 해볼만한 걸까, 아님 그것도 '가우디'니까 가능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