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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빈둥빈둥

제주에 오난 어떵 하우꽈?

by 거지이모 2019. 6. 25.

도망치듯 빠져나온 작년 여름이 아직도 생생하고, 지난 가을 잔잔해질 수도 있겠다 싶은 추억이 희미해질 즈음 다시 찾은 겨울의  섬.

 

 

 

2019년 1월 4일 금요일   부산-제주/아라동-연동-일도동-성산읍-아라동   

 

 

착륙안내방송이 나오고 창 밖을 보니 한라산 아래로 살짝 걸친 구름과 섬자락이 보였다. 살고 있을 땐 몰랐던 섬의 아름다운 모습. 밖에서 보면 이렇구나.. 매년 십수번을 봤는데 막상 나오고 나니 새로이 보인다.

 

 

 

 

다재다능한 2집 가수님을 만나 평소 즐겨찾던 바삭 본점을 오랜만에 갔다. 아라동에 분점이 생긴 이후로는 여길 올 이유가 없었으니..

 

 

 

 

거지고모 최애 메뉴, 김치나베. 진짜 전날에 술 아무리 마셔도 이거 한 그릇이면 거뜬하다. 해장국보다 나음!

 

 

 

 

1학년 때였나, 물어물어 찾아갔던 고로케야. 테이블도 2갠가, 3갠가. 암튼 굉장히 작은 가게였다. 지금도 물론.

 

 

 

 

춥디 추운 방구석에 앉아 고로케와 맥주 한 병을 노나 마시며 서로의 새로운 도전에 축복을 빌었다. 진짜 못하는 게 없고 잘하는 게 많은 이 친구야, 앞으로 계획하는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야. 화이팅, 가수 겸 대표님!

 

 

 

 

성산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스타벅스에서 섬멍을 때렸다.

 

 

 

 

거지고모는 섬에 사는 한 영원한 육지것이 되는 거야.

 

 

 

 

산천단 집으로 돌아가는 길.

 

 

 

2019년 1월 5일 토요일   아라동-강정동-애월읍-한림읍

 

 

여기서만 7년 반을 살았네. 거지고모한테 소모당한 거지이모의 청춘.

 

 

 

 

혁신도시로 넘어가 친구느님과 함께 찾아간 애월읍 유수암리 후카후카.

 

 

 

 

 

거지고모는 돈코츠라멘, 친구느님은 히레카츠를 시킨 뒤, 유산균 막걸리를 곁들였다. 후문에서 싼 맛에 순대랑 라면시켜놓고 마셔댔던 막걸리. 시큼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가끔 생각이 났다. 지난 달에 아빠 차로 짐 실어올 때 우도막걸리만 사왔는데, 이것도 좀 사올 걸 후회했어서 이번엔 속 시원하게 마셔줬다.

 

 

 

 

수산으로 내려가던 길에 돌집과 새집.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산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밭담.

 

 

 

 

섬에는 원래 까치가 없었다. 그런데 아시아나 항공과 일간스포츠가 자기네 행사 한답시고 육지에서 까치를 들여와 풀어놓은 뒤, 얘네들이 섬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농작물 피해를 끼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고, 교양수업 때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셨지. 그래서 그 분은 까치가 마스코트였던 舊 국민은행 現 KB은행도 싫다고 하셨던가....

 

 

 

 

섬에서 이렇게 큰 저수지가 있었나 싶은 수산저수지.

 

 

 

 

명월성지에서 바라본 한림읍과 비양도.

 

 

 

 

조선시대 축조된 명월성은 원래는 목성이었다가 지금의 모습으로 개축한 것이라고 한다. 성 안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샘이 있었다고 해. 그 시절이면 얼마나 물이 귀할 때인가. 드라마 <대장금>에도 나왔지, 어디 민가 아무 놈의 애 따위가 아프다고 물을 뜨러 오냐며 호통치던. 아, 그러고 보니 장금이가 섬으로 쫓겨 갔는데, 그곳 사람 그 누구도 제주말을 하지 않았더라...

 

 

 

 

거지고모가 좋아하는 금악리 어느 들판.

 

 

 

 

근처 카페에서 도란도란 수다 삼매경. 친구느님도 3년 섬생활을 마치고 이제 육지로 돌아갈 터, 둘이서 섬생활의 회한을 나눴다. 둘의 결론은, 섬은 그냥 나들이 삼아 오는 게 제일 나은 것 같다는 의견 일치.

 

 

 

 

육지인의 섬생활은 이제 마무리하고, 다시 시작될 육지생활에 행운을 빌어본다.